컨텐츠 바로가기

05.30 (목)

[필동정담] 언택트시대 집단커닝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인생은 시험의 연속이고, 시험은 늘 괴롭다. 이 때문에 한때 교실 책상이나 벽에 깨알같이 내용을 적어놓거나 커닝페이퍼를 만드는 게 유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커닝은 엄연히 사회의 금기이기에 대부분 그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다. 코로나19 사태로 세상이 언택트 사회, 온라인 사회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지만 도덕성과 양심, 윤리는 아직 쫓아오지 못하고 있다. 언택트 사회의 허점을 악용하려는 움직임이 고개를 들고 있다.

대학들이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인하대 의과대 온라인 시험에서 집단 커닝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3·4월 본과 2학년 시험과 4월 1학년 시험에 총 109명이 참여했는데 무려 91명이 부정행위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곳에 모여 문제를 풀거나 메신저 단체대화방에서 답안을 공유했다고 한다.

대학가에서는 온라인 시험이 과연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는데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다. 교수와 학생들이 부정행위를 하지 말자고 암묵적 합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감독 없는 '온라인 시험'에서 신의는 지켜지지 않았다. 누군가 보고 있지 않으면 도덕성이 무뎌질 수는 있다. 하지만 자신의 명예까지 버려서는 곤란하다.

미국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에 세워진 돌에는 "생도는 거짓말, 부정행위, 도둑질을 하지 않으며 그런 행동을 하는 이들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아너코드(Honor Code·명예규율)가 새겨져 있다. 어길 경우 퇴학까지도 각오해야 한다. 미국 하버드, 프린스턴, 스탠퍼드 등 명문 대학들이 아너코드를 도입하고 있다.

한국도 몇 번의 커닝 파동 이후 대학가에 아너코드가 확산되고 있다. 1984년 육군사관학교가 처음 도입한 이후 한동대, 서울대 자연대학, 연세대 등으로 퍼지고 있다. 하지만 학문에 대한 정직성, 양심을 지키는 삶이 뿌리내리려면 아직 멀었다. 비대면 시대일수록 양심과 윤리에 맡겨야 할 일이 더 많아진다. 신뢰 자본이 취약한 우리로선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심윤희 논설위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