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과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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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돈봉투 의혹’의 핵심 연결고리로 여겨지는 이정근(62)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이 2021년 5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캠프에서 부외 자금을 받거나 살포한 사실을 송영길(61) 전 민주당 대표(현 소나무당 대표)에게 직접 보고했다고 29일 진술했다. 이씨는 이날 송 전 대표가 ‘훗날을 기약하자’는 회유성 메시지를 보내는 등 위증을 교사했다는 주장도 새롭게 내놓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허경무) 심리로 이날 열린 송 전 대표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등 공판에 이씨는 검은색 양복을 입은 채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주신문과 반대 신문을 포함한 증인 신문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 20분쯤까지 이어졌다. 이씨는 이 사건 핵심인물 중 한 명이다. 검찰은 이씨의 개인 비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이정근 녹취록’으로 불리는 휴대전화 속 녹음 파일을 확보했는데 이 파일이 이후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 수사의 단초가 된 바 있다.
송 전 대표가 2021년 민주당 당대표 경선에 나섰을 때 당시 캠프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은 이씨는 2021년 3월 무소속 이성만 의원과 민주당 서삼석 의원이 각각 1100만원과 200만원을 자신에게 부외 자금으로 전달했고, 이는 송 전 대표에게 보고됐다고 증언했다. 검찰 측이 “송영길 캠프에 돈을 내는 사람은 송 대표를 보고 돈을 내는 것이고, 돈을 내는 사람은 그 사실이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이 있어서 전달했다는 것이냐”고 묻자 이씨는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성만 의원이 건넨 1000만원은 50만원씩 봉투 20개에 나눠 담아 지역본부장들에게 교통비 명목으로 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이 돈봉투를 나눠준 사람은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이라고 했다. 이와 같은 금품 살포에 대해서도 송 전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했다. 이씨는 이러한 보고를 받은 송 전 대표의 반응에 대해 “으레 있을 수 있는, 해야 할 일을 한 것에 대한 일상적인 반응이었다”고 기억했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사건 핵심 피의자 윤관석 무소속 의원(왼쪽)과 이성만 무소속 의원.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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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무소속 윤관석 의원이 2021년 4월 27~28일 두 차례에 걸쳐 300만원씩 들어있는 돈봉투 20개를 민주당 의원들에게 살포한 사실도 송 전 대표가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그는 28일 저녁 캠프 사무실에서 송 전 대표와 윤 의원이 만난 자리에 함께 있었으며, 소분된 돈봉투가 든 갈색 종이봉투가 테이블 위에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씨는 당시 윤 의원이 갈색 봉투를 가리키며 ‘빨리 가야지 이것도 돌려야 하니까’라고 말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리고 검찰 측이 “윤 의원이 송 전 대표 당선 위해서 의원들에게 돈봉투 제공하는 것을 피고인(송 전 대표) 모르게 할 수 있느냐”고 묻자 이씨는 “액수가 적은 액수라면 윤 의원 선에서 처리할 수 있었겠지만, 국회의원에 가는 거액을 의논 없이 자의적으로 집행할 수 있었을까 싶다”고 답했다.
앞서 다른 돈봉투 관련 재판에도 증인으로 나왔던 이씨는 그동안 송 전 대표와 관련한 검찰의 질문에 대개 답변을 거부했다. 그러나 이날엔 송 전 대표의 혐의와 관련해 다양한 내용을 진술했다.
“지금의 심정은 다 부질없는 일이다”라고 하기도 한 이씨는 이같은 심경 변화가 송 전 대표의 회유나 압박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지난해 10월 사업가 박모씨로부터 각종 청탁 대가로 10억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4년 2개월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말 세상을 떠난 남편이 당시 자신의 구명을 위해 사실관계를 잘 알고 있는 송 전 대표에게 통화를 시도하고 그를 만나려고도 했지만 거듭 무시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다 이씨의 남편은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야 송 전 대표를 만날 수 있었는데, 당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던 송 대표는 책에 ‘나를 믿고 훗날을 함께 도모하자’는 메모를 써서 자신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훗날 도모하자는 게, 나에게 훗날이 있는가, 이런 회의적 생각이 들었다”며 “훗날을 도모하기 위해 오늘 잠깐 모른다, 생각 안 난다 이렇게 말하는 비겁함을 선택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비겁한 것도 부질없고, 제가 지금 징역살이보다 더한 지옥에서 살고 있는 상황에서 그냥 제가 하고 싶은 얘기와 겪었던 일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싶었다”고 했다. 송 전 대표의 회유에도 흔들림이 없었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됐다.
이씨는 “송 전 대표가 ‘이정근의 일탈이다’ ‘검찰과 플리바게닝(감형 협상)을 했을 것’이라는 인터뷰...”에 대해 말할 땐 울컥하기도 했다.
송 전 대표는 이에 대해 “(이씨가) 너무 말랐고, 너무 초췌한 모습인데 남편 일은 위로를 드린다”며 “저는 책에 어떤 메모를 썼는지 기억이 나진 않는다. 어쨌든 저는 (이씨가) 힘든 상황에 격려하는 메시지를 쓸 수밖에 없었다. ‘희망을 갖고 견뎌내자’ 이런 취지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달 초에도 소나무당 측 사람이 구치소로 찾아와 송 전 대표 상황을 설명하며 송 전 대표의 편지를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위증 교사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검찰이 수사하면 나올 것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날 송 전 대표가 재판을 마치고 호송차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소나무당 지지자 수십 명이 송 전 대표를 향해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송 전 대표는 2020~2021년 자신의 이른바 외곽 조직인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 연구소(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에게 불법 정치자금 및 뇌물 7억6300만원을 수수한 혐의, 2021년 5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민주당 의원 등에게 줄 6000만원 상당의 돈 봉투를 전달한 혐의 등으로 구속 재판을 받고 있다.
[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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