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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 민가 오폭, 앞에서 투하하자 뒤에서 덩달아 투하했나? [3월7일 뉴스뷰리핑]
(왼쪽) 6일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에서 공군 전투기 민가 오폭으로 연기가 피어 오르는 모습. (오른쪽) 전투기 오폭 사고 현장 모습. 독자 제공=연합뉴스, 공동취재사진 오늘(3.7) 아침신문 1면에는 △민가에 전투기 오폭(6곳) △내년 의대 정원 증원 전으로(5곳) △부부 상속세 폐지 움직임(2곳) △영장심의위, “김성훈 경호차장 영장 청구해야”(2곳) 등이 주요하게 보도됐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분야를 두루 취재하고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권태호 논설실장이 6개 종합일간지의 주요 기사를 비교하며, 오늘의 뉴스와 뷰스(관점·views)를 전합니다. 월~금요일 평일 아침 9시30분, 한겨레 홈페이지(www.hani.co.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① 차이의 발견 : 민가 전투기 오폭 사고 ② Now and Then : You Don't Own Me(레슬리 고어, 1963) ① 차이의 발견 # 민가 전투기 오폭 - 어제(6일) 오전 10시4분께 경기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에서 한미연합훈련중 공군 전투기에서 투하된 폭탄 8발이 민가에 떨어졌습니다. - 이 사고로 현재까지 총 15명(중상 2, 경상 13)의 주민이 중경상을 입었습니다. - 현재까지는 좌표 입력 오류로 오폭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연재 구독하기) 1. 전투기가 민가에 폭탄 투하 - 이날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 일대에서는 자유의 방패(FS·프리덤실드) 연습과 연계한 올해 첫 ‘한미 연합합동 통합화력 실사격 훈련’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 훈련을 하던 2대의 KF-16 전투기가 공대지 폭탄 MK-82를 각각 4발씩 사격장에 투여하려다 목표를 벗어나 민가에 떨어뜨린 것입니다. - MK-82 폭탄은 건물·교량 파괴 등에 사용되는 폭탄으로 직경 8m·깊이 2.4m의 폭파구를 만들며, 폭탄 1개의 살상 반경은 축구장 1개 정도에 이릅니다. 미군이 탈레반을 폭격할 때 쓴 폭탄입니다. - 천만다행으로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15명이 다쳤습니다. - 또 인근 주택 5곳과 창고, 성당, 비닐하우스, 1t 트럭이 파손됐습니다. - 1t 포터 차량은 3명을 태우고 이동중이었는데, 차량 바로 10m 앞에 폭탄이 떨어졌습니다. 차량 운전자(60)는 목에 파편이 박히는 중상을 입었습니다. “차를 운전하던 중 '꽝' 소리를 들은 뒤 기억이 나지 않는다. 깨어보니 구급차에 타고 있었다” - 이번 사고의 정확한 원인이 규명될 때까지 소총 사격을 포함한 모든 실사격 훈련이 전면 중지됐습니다. 한겨레 2면 그래픽 2. 오폭 원인 뭔가? 1) 좌표 실수, 왜 바로잡지 못했나? - 공군은 언론 브리핑에서 조종사의 ‘좌표 입력 실수’가 원인이었다고 밝혔습니다. - “(처음 주어진) 좌표가 잘못된 것은 아니고, 조종사가 입력을 잘못한 것” - 이로 인해 원래 표적지인 훈련장으로부터 약 8㎞ 떨어진 민간 지역에 폭탄이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 전투기 조종사가 폭탄 투하 훈련을 할 때는 먼저 전날 입력한 좌표를 들고 전투기에 탑승해 업로드합니다. 그리고 폭탄을 투하하기 전에 육안으로 좌표를 다시 확인합니다. - 공군의 말대로라면, 조종사가 전투기에 탑승하면서 좌표를 민가 지역으로 잘못 입력한 것입니다. 그런데 폭탄을 떨어뜨리기 전에 육안으로 아래쪽을 확인하게 되는데, 조종사가 이 확인 과정을 거치지 않았는지 의문입니다. - KF-16 두 대가 편대 비행을 하며 폭탄 동시발사 전술훈련을 진행했는데, 1번기 조종사가 폭탄 투하 좌표를 잘못 입력해 먼저 폭탄 4발을 잘못된 지점에 투하하자, 뒤따라오던 2번기 조종사는 제대로 된 좌표를 알고 있었지만 1번기를 따라 투하했다는 게 군의 설명입니다. - 두 조종사는 같은 위관급으로, 각각 400시간, 200시간 이상 비행시간을 가진 조종사로 알려졌습니다. 앞에서 선배가 폭탄을 투하하자, 후배가 덩달아 투하한 셈입니다. - 바로잡을 기회가 3차례나 있었습니다. - 조종사는 △전투기 탑승 뒤 좌표가 입력된 저장장치를 전투기에 연동할 때 △비행중 등 두 차례 좌표가 정확한지 확인해야 하고 △좌표 지점에 도착했을 때 맨눈으로 표적을 확인하는 등 총 3차례 확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합니다. - 폭탄 투하 당시 4천피트(약 1.2㎞) 상공입니다만, 아래를 내려다보면 민가인지 아닌지 구분을 못하진 않았을 것입니다. 지난 1월23일 경기 포천시 승진훈련장에서 KF-16 전투기가 MK-82 폭탄 투하 훈련을 하고 있다. 전투기와 폭탄은 6일 승진훈련장 일대에서 발생한 오폭 사고를 낸 것과 같은 종류다. 공군 제공 화면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 관제소는 뭘 했나? - 폭탄이 떨어진 곳은 군사분계선 남쪽 30㎞ 지점으로, 하마터면 남북 간 우발적 충돌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 두 전투기는 정상 투하시 비행했을 경로에서 벗어났습니다. 그렇다면, 본부에서 두 전투기에 이를 알려 교정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런 통보를 하지 않았습니다. 공군은 “계획한 경로에서 좀 벗어나서 비행한 건 맞지만 크게 차이가 드러날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합니다. 경향신문 그래픽 3. 발표 지연 - 이날 사고가 난 지 1시간40분이 지나서야 공군이 사실관계를 밝혔습니다. 이때문에 포천 현장 주민들은 ‘전쟁이 난 줄 알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 사고 직후, 주민들이 ‘포탄이 떨어진 것 같다’고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 이 때문에 공군이 초반엔 오폭 사실을 인지조차 하지 못했다가 보도를 접한 뒤에야 진상 파악에 나섰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 이에 대해 공군은 “뭔가 이상하다는 사실은 바로 알 수 있었으나, 공군뿐 아니라 육군, 주한미군도 함께하는 실사격 훈련이라 공군의 탄이 맞는지 등 확인이 필요했다”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4. 사설 한겨레 = 비상계엄 이어 전투기 오폭 사고, 군 왜 이러나 경향 = 한·미 훈련 전투기 민가 오폭, 군 기강 해이 철저 점검해야 한국 = 초유의 전투기 '민가 오폭' 사고…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중앙 = 전투기 훈련 중 초유의 민가 오폭, 원인 철저히 규명해야 -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고는 ‘누구나 실수’의 수준이 아니라고 봅니다. 군인이나 의사들의 군기가 센 것은 그들이 ‘목숨’을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일을 반복하면 누구나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상이지만, 폭탄을 떨어뜨리면서 대충대충 한다는 건 있을 수가 없습니다. 더욱이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중국처럼 군사훈련 지역이 주민 거주지역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사막 등에서 훈련하는 게 아니라, 조금만 벗어나면 주민들이 일상생활을 하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더욱이 조종사 뿐 아니라, 이 비행을 추적해야 하는 본부는 뭘 했는지, 평소 훈련은 어떻게 했는지, 구조적 원인부터 제대로 짚어야 합니다. 군가 ‘진짜 사나이’의 마지막이 “부모 형제 나를 믿고 밤잠을 이룬다”고 했는데, 정반대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② Now and Then 내일은 여성의날(3월8일)입니다. 오늘 노래는 레슬리 고어의 ‘You don't own me’(1963)입니다. 이 노래는 미국에서 여성인권 운동이 싹트던 이 무렵, 대중적으로도 큰 인기를 누렸을 뿐 아니라 여성인권의 상징처럼 떠오른 기념비적인 노래가 되기도 했습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가사가 좀 기이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당시에는 여성인권이라는 것이 ‘남성으로부터의 해방, 동등한 인간으로의 대우’라는 관점이 꽤 컸습니다. 가사 내용 중 일부입니다. “난 네 소유물이 아니야 / 난 네 장난감 중 하나가 아니야 / 다른 남자들이랑 다니지 말라고 하지마 / 어떻게 하라고 시키지 마 / 제발 나랑 다닐 때 / 날 과시품으로 생각하지 마 / (...) / 도와달라고 하지도 않는, 독립적인 여자야 / 남들 보여주려고 만나는 여자가 아니야 / 난 너한테 어떻게 하라고 바라지 않잖아 / 그러니까 너도 날 나대로 그냥 둬 / 이게 너한테 내가 바라는 전부야” 당시 이 노래를 부른 고어는 17살의 당돌하지만 자신감 넘치는 소녀였습니다. 그러나 그때는 이 노래의 의미까지 깊게 생각하진 못했다고 합니다. 이 노래는 2012년 미국 대선에서 여성 유권자를 상대로 하는 캠페인송으로 불려지기도 했고, 미투 운동 물결이 거세게 일어났던 2018년 1월20일 미국 뉴욕, 워싱턴 등 주요 도시와 런던, 로마, 도쿄 등 전세계 각국에서 열린 ‘Women’s march’ 때에 이 노래가 행진곡처럼 불려졌습니다. 단조에서 차분하게 시작해 장조로 변조돼 크게 소리높여 부르게 돼 사람들의 감정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게 만드는 매력이 있어 캠페인송으로는 적격일 듯합니다. 이 노래는 이후로도 여러 가수들에 의해 다양하게 리메이크 됐지만, 오리지널을 능가하진 못하는 것 같습니다. 레슬리가 40대 중년이 되어 부른 ‘You don’t own me’는 가창력에 카리스마까지 더해져 노래의 메시지를 더 확연하게 전합니다. 귀여웠던 17살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위엄을 보여줍니다. 아래에 2개의 유튜브 주소를 남기니, 비교하면서 한 번 감상해 보시죠. 1964년 18살 때와 1988년 42살 때의 라이브 장면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DUjeR01wnU https://www.youtube.com/watch?v=TZLjlcLOVss (*일부 포털에서는 유튜브 영상이 열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튜브 영상을 보시려면, 한겨레 홈페이지로 오시기를 권합니다. 기사 제목 아래 ‘기사 원문’을 클릭하시면 됩니다.) (끝) 권태호 기자 ho@hani.co.kr ▶▶한겨레는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 [한겨레후원] ▶▶실시간 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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