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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께 무례한 기자 시정해야”…무례한 건 누구였나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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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경제, 사회, 국제 분야를 두루 취재하고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권태호 논설실장이 6개 종합일간지의 주요 기사를 비교하며, 오늘의 뉴스와 뷰스(관점·views)를 전합니다. 월~금요일 평일 아침 9시30분, 한겨레 홈페이지(www.hani.co.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11.21) 아침신문 1면에는 △우크라이나, 미-러 대립(4곳) △IMF, 내년 한국성장률 2.0%로 하향(4곳) △민주당, ‘김건희 불기소’ 서울지검장 등 검사 3명 탄핵 추진(2곳) △국정원, “김정은 러시아 방문 가능성”(2곳) 등이 주요하게 보도됐습니다.
① 차이의 발견 : “대통령에게 무례”
② 시선, 클릭!
- 성장률 하향, 법인파산 사상 최대
- 50대가 일자리 시장 주력
- 사라지는 단풍
③ Now and Then : Rock N Roll(영화 ‘조커’(2019) ost)
① 차이의 발견
# 대통령과 기자, 그리고 정무수석, 누가 무례했나?
- 지난 19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한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지난 7일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무엇에 대한 사과를 말씀하시냐’는 박석호 부산일보 기자의 질문에 대해 “대통령에 대한 무례”라고 말했습니다. 정무수석의 이 말이 정무적으로 대통령께 얼마나 도움이 됐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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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홍철호 수석 발언 내용(19일 국회 운영위)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입니다.
- 얼마 전에 대통령께서 이렇게 사과, 고개 숙여서 하셨쟎아요. 뭐 때문에 사과하신 겁니까? 정무수석이시면 기자회견 준비할 때 옆에서 같이 준비하시는 자리잖아요. 그런데 끝날 때, (한) 기자가 어떤 거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사과하시는거냐, 답변을 못 하셨어요.
= 우선 담화문 속에서 저(윤 대통령)의 불찰과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상심을 드린 점, 이런 것에 대해서 포괄적인 말씀을 주셨고요. 사과한다는, 그리고 고개 숙여서 태도로써 또 사과하셨고요.
- 아니, 아니오. 기자가 질문했을 때...
= 그건, 그, 부산일보, 아니 부산일보 기자인데요. 저는 그거는 그 기자가 대통령에 대해 무례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이 사과를 했는데 뭐 마치 어린아이에게 부모가 하듯이 ‘뭘 잘못했는데’, 이런 태도, 저는 그 태도는 시정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2. 기자 질문과 대통령 답변(7일 기자회견)
-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박석호 기자의 질문과 대통령의 답변입니다.
- (대통령께서) 사과에 대해서 몇 번 말씀하셨습니다. 흔히들 사과할 때 꼭 갖춰야 할 요건이 몇 가지 있다고 합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게 어떤 부분에 대해서 사과할지 명확화하고 구체화하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대통령께선 대국민담화에서 ‘제 주변의 일로 걱정과 염려를 끼쳐드렸다’고, 어떻게 보면 다소 두루뭉술하고 포괄적으로 사과를 하셨습니다. 그리고 기자회견에서도 일문일답을 통해서 명태균씨와 관련된 여러 가지 일에 대해서 이런 일이 생긴 이유가 휴대폰을 바꾸지 못해서라든지 아니면 사람 관계에 대해서 모질지 못해서 생긴 일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면 마치 사과를 하지 않아도 될만한 일인데 바깥에서 시끄러우니까 사과하는 거 아닌가, 이렇게 오해를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TV를 통해 지켜보는 국민들이 과연 대통령께서 무엇에 대해서 우리에게 사과했는지 어리둥절해 하실 것 같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보충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신지요.
=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국민들께서 좀 오해하시는 부분은 그러니까 이게 팩트를 명확하게 설명해야 하는 것과 또 잘못한 게 있으면 딱 집어가지고 그러면 (국민들이) ‘이 부분은 잘못한 것 아니냐’고 해 주시면은 제가 거기에 대해서 딱 그 팩트에 대해서 사과를 드릴거고. 워낙 많은 얘기들이, 저도 제 아내와 관련한 기사들을 꼼꼼하게 다 볼 시간이 없습니다. ‘아, 이런 것들이 많이 있구나’만 알기 때문에 그런 것이고, 어떤 것을 딱 집어서, 왜냐하면 이것도 사실과 다른 것들도 많거든요. 그렇다고 제가 대통령이 돼서 이 기자회견을 하는 마당에 그 팩트를 가지고 다툴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해서 그걸 '다 맞습니다'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래서 아마 우리 부산일보 기자님께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것은 어쩔 수 없는 거 아닌가. 그리고 만약에 어떤 점에서 딱 집어서 한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 제가 사과를 드리죠. 그리고 아닌 것은 또 아니라고 제가 얘기를 하고. 그러나 사실은 잘못 알려진 것도 굉장히 많습니다. 자기들끼리 뭐라고 이야기하는데 우리하고는 얘기한 적이 없는 것을 가지고 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라든지, 또는 언론에, 민주당에서 (통화 음성) 공개를 했는데 그게 무슨 짜깁기가 됐느니, 소리를 집어넣었느니, 그러면 그걸 가지고 대통령이 맞네 아니네 하고 그걸 다퉈야 되겠습니까. 그러니까 그런 점은 양해를 좀 해 주기를 바란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지난 19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통령비서실 및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 소관 내년 예산에 대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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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질문은 전체 27개 질문 가운데, 23번째에 나왔습니다. 애초 박 기자는 다른 질문을 준비하고 있었으나, 기자회견을 들으면서 질문 내용을 바꿨다고 합니다.
- 대통령 기자회견에 임하는 기자들도 상당히 긴장을 하게 됩니다. 질문을 미리 준비하긴 하지만, 그때문에 오히려 질문이 장황해 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박석호 기자의 질문 요지는 매우 간단하고 명료했습니다. 그리고 질문 내용은 날카로웠지만, 질문 형식은 매우 정제되고, 예의바른(polite) 태도였습니다.
- 이에 비해 대통령 답변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건지 이해하기 힘듭니다. 본질을 피하려는 듯 주변 이야기를 하며 횡설수설합니다. 그리고 내용도 국민을 향해 ‘당신이 내가 뭘 잘못했는지 얘기해 봐’라는 식입니다.
- 그날 무례했던 건, 기자가 아니라 대통령이었습니다. 기자는 대통령께 충분한 예의를 갖췄고, 대통령은 국민에게 무례했습니다.
- 그리고 사족입니다만, 대통령은 이날 자리에 앉아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생중계 현장은 기자가 아닌, 국민 앞에 서는 자리입니다. 그리고 ‘사과’를 내세운 회견입니다. 그때도 지적이 나왔습니다만, 당연히 서서 해야 합니다. 아마 ‘끝장 토론’이라며, 장시간을 예상했기에, 처음부터 앉아서 하려한 것 같습니다. 체중이 많이 나가면, 오래 서 있는 게 힘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외국 어느 정상을 봐도 국민을 향하는 기자회견을 자리에 앉아서 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보다 더 나이 많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서서 하다가 도저히 힘들면 앉아서 하는 것까지 뭐라할만큼 우리 국민들이 박절하진 않습니다.
3. 홍철호 정무수석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1) 개인 소신 - 정무적 판단이 떨어진다
- 홍철호(66) 수석은 경기도 김포에서 재선을 한 국회의원 출신입니다. 정치에 입문하기 이전에 프랜차이즈 치킨업체를 운영해 큰 성공을 거둔 분입니다. 성품도 부드럽고 원만해 주변 누구와도 척을 지는 경우가 잘 없다는 게 국민의힘 주변의 일반적인 평입니다.
- 지난 4월 정무수석에 임명될 당시는 총선 참패 직후였습니다. 그리고 총선 기간에 대통령실의 한동훈 위원장 사퇴 지시 논란 등으로 대통령실과 당의 관계가 매우 껄끄러웠을 때였습니다. 그래서 정무수석에 당과 원만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이런 차원에선 홍 수석이 괜찮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습니다. 다만, 누구나 인사평 말미에 ‘정무감각이 탁월하다’는 식의 이야기가 한 줄씩 나오긴 했으나, 당내에서 정무감각을 키울만한 경험을 쌓진 못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 홍 수석이 애초 정무수석으로 뽑힌 것도 국민의힘 의원들과 두루두루 좋은 관계를 맺는 등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 때문이었습니다. 정치적 욕심을 심하게 부리지 않았습니다. 주변부에 있으면, ‘나쁜 사람’ 되기 쉽지 않습니다.
- 홍 수석의 그 답변 내용을 보면, 어조가 강합니다. 66살 아저씨가 보기에, 기자회견장에서 대통령이 궁지에 몰리자, `저건 아니다'는 생각을 했을 수 있습니다. 자신이 모시는 윗사람을 난처한 입장으로 몰아넣는 젊은 기자가 야속하고, 사정을 안 봐주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너무 하는 것 아냐. 그 정도면 됐지, 다 알면서 뭘 더 사과하란 말이냐’는 식으로.
- 홍 수석의 “무례” 발언이 대통령에게 아부하기 위한 차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에 대한 주변의 평가들로 미뤄보건대. 그러나 홍 수석은 그 “무례”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켜 결과적으로 대통령에게 큰 “무례”를 저지른 것입니다. 정무수석이 정무적 판단이 떨어지면, 죄입니다.
2) 대통령실 분위기 - 제대로된 평가가 없다
- 기자회견이 끝난 뒤, 당연히 평가분석 회의를 가졌을 것이고, 아마 그 자리에서도 홍 수석은 회의에서 이런 식으로 말했을런지 모르겠습니다. 만일 수석이 이렇게 말했다면, 그 아래 비서관·행정관들은 더 이상 다른 말을 못했을 겁니다.
- 평가분석 회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던 것 같고, 결국 기자회견 이후에도 ‘기자회견이 뭘 잘못했는지’ 제대로 파악하는 작업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 대통령 기자회견은 당연히 정무·홍보수석실에서 준비하게 됩니다. 작은 조직에서도, 어떤 일이 제대로 안 됐음에도, 자체 평가는 매우 후합니다. 숫자로 계량되지 않는 경우는 더욱 그러합니다. ‘잘했다’고 해야, 준비한 직원들 격려가 될 뿐 아니라, 자신의 잘못도 가려집니다. 홍 수석은 이보다 모시는 윗사람을 사과 자리에 내보내게 된 것만으로도 매우 송구하다는 그의 느낌이 전해집니다. 참모는 ‘모시는 사람’만 생각하게 됩니다만, 대통령실 수석이라면, 한 발 더 나아가 ‘국민이 어떻게 생각할지’를 바라봐야 하는데, 홍 수석이 거기까지는 못 미치는 듯합니다.
- 아울러 윤 대통령의 반성이 없었음도 분명합니다. 그 정도로 기자회견을 망쳤으면, 대통령이 먼저 ‘뭐가 잘못됐는지’를 참모들과 같이 논의했어야 하는데, 그 과정은 생략된 듯합니다. 홍 수석의 “무례” 답변이 많은 것을 보여줍니다.
3) 대통령실 업무 - 준비가 없다
- 지난 7일 기자회견을 볼 때, 가장 큰 의문은 ‘도대체 대통령을 저렇게 준비없이 그냥 맨 바닥에 내보내도 되는 것인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사과 문안 외에는 답변은 제대로 준비한 흔적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 물론 당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내가 알아서 할게’라는 식으로 했을 수 있습니다.
- 홍철호 수석도 “무례” 답변을 미리 준비한 건 아닐 겁니다. 그러나 7일 기자회견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질의가 나올 건 뻔했고, 이에 대한 적절한 답변을 준비했어야 합니다. 이날 기자회견 외에 논란이 된 `거짓말', `과잉경호' 등이 논란이 된 ‘대통령 골프’에 대해서도 이날 운영위에서는 “골프 치면 안 되냐”, “골프 외교” 등 본질을 비껴가는 엉뚱한 말만 나왔습니다.
- 대통령실 내부가 짜임새있게 구심점을 갖고 조직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각 수석실에서, 각자 움직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까마귀 모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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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사설
한겨레 = 불편한 질문에 "무례"라는 대통령실, 국민에 대한 무례다
경향 = "뭘 사과했냐"는 기자에게 "무례했다"는 용산, 왕조시대인가
한국 = '무엇에 사과했냐'는 질문이 "무례하다"는 대통령실
동아 = 당연한 질문이 "무례"하다니… 왕정시대의 정무수석인가
중앙 = 기자에게 무례한 질문 같은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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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장률 하향, 법인파산 사상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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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대가 일자리 시장 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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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Now and Then
영화 ‘조커’(2019)에 ‘무례’라는 말이 나옵니다. “세상이 미쳐가고 있어요. 사람들이 점점 더 무례해져요”(조커) 이유없이 약자를 괴롭히는 거리의 10대 불량배, 거짓말로 궁지에 몰아넣은 동료, 배려없는 사장 등. 여기에서의 무례는 ‘약자’에 대한 무례를 이야기합니다.
영화 ‘조커’의 그 유명한 계단 장면입니다. 원곡은 영국 개리 글리터의 ‘Rock N Roll’(1972)인데, 이를 영화에 사용한 것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grM4_JMi9w
(*일부 포털에서는 유튜브 영상이 열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튜브 영상을 보시려면, 한겨레 홈페이지로 오시기를 권합니다. 기사 제목 아래 ‘기사 원문’을 클릭하시면 됩니다.) (끝)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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