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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땅속서 들리는 '뚜루루~', 지렁이 울음소리라는데요?
[애니멀피플] 땅강아지가 짝 찾는 소리…굴을 호른 형태로 파 노래 증폭 삽처럼 생긴 앞발로 땅을 파고드는 땅강아지는 이제는 보기 힘들어진 곤충으로 땅속 굴에서 크고 일정한 소리로 노래해 짝을 찾는다. 김건혁,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가을 색이 깊어간다. 역시 가을 정취는 숲 속을 거닐면 듣게 되는 풀벌레들의 노랫소리다. 한여름의 매미 울음 잠잠해지고 귀뚜라미의 아름다운 선율이 들려오면 귀가 열려 가을을 들을 수 있다. 잠깐 걸음을 멈추고 자연에 귀 기울이다 보면 그들의 애절한 사랑 노래가 더 가깝게, 더 편안하게 들려와 문득 숲 속의 음악회에 있는 것처럼 따뜻한 감성을 느낀다. 긴꼬리가 나뭇잎의 구멍을 이용해 노랫소리를 실제보다 크게 울리고 있다. 김태우,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가을 들판이나 숲 속에서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음악 소리는 대부분 왕귀뚜라미, 방울벌레나 긴꼬리 같은 풀벌레들의 노랫소리인데 작고 낮은 소리부터 시끄럽고 높은 소리까지 다양하다. 들이나 산길을 걸으면 듣게 되는 풀벌레들의 소리는 수컷이 암컷을 유인하는 노래라 부드럽고 안정감 있는 노래이지만, 정적이 나타났을 때는 요란하게 소리친다. 날개를 벌리고, 줄이면서 각도에 따라 음색과 파장을 다르게 해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다. 빛으로 교신하는 반딧불이나 페로몬으로 상대방의 의중을 떠보는 나방 종류와는 달리 메뚜기 무리는 소리로 의사 전달을 한다. 그래서 메뚜기 종류를 분류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는 ‘어떻게 소리를 내느냐’와 ‘어떤 주파수를 갖고 있느냐’이다. 왕귀뚜라미 고막의 전자현미경 사진. 이강운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긴꼬리쌕쌔기 소리 내는 법. 이강운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왕귀뚜라미 소리 내는 법. 이강운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소리로 신호를 보내는 일은 방해물을 피해가며 멀리 전파할 수 있고 어둠도 상관없으니 다른 교신 방법보다 강점이 되지만 동시에 많은 종이 노래하므로 소리가 섞이기 일쑤이고 자신만의 독특한 음색과 파장으로 자기 짝을 찾는다. 아름다운 소리부터 소음에 가까운 소리까지 종류는 다양하지만 높낮이가 분명한데 고저가 없는, 거의 2분 이상 지속하는 기계 진동 같은 뚜루루루루⁓ 뚜루루루루 소리는 좀 색다르다. 가을 정취 물씬 풍기는 아름다운 풀벌레 소리 사이에서 유난히 크고, 뚜렷한 풀벌레 소리를 따라가 보면 땅속에서 나오는 소리다. 가을에 벌레 소리의 주인공인 곤충 6종 소리의 주요 주파수. 이강운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강연과 교육을 통해 대학생, 연구자나 일반인 비정부기구(NGO) 등 여러 분야의 분들을 만나고 그분들과 지속해서 연락을 주고받는데, 며칠 전 숲 해설가 한 분한테 연락이 와서 지렁이도 소리를 내느냐고 물었다. 바로 땅속에서 나오는 이 소리 때문에 주변 분들과 옥신각신했던 것 같다. 상대편이 옛날 어른들이 땅속에서 지렁이 우는 소리와 먹이 먹는 소리까지 들었다는 근거를 대고 이야기를 하는데 지렁이는 아닌 것 같은데 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땅속에서 들려오는 수수께끼의 소리 주인공은 지렁이?(홀로세 곤충 방송국 힙 HIB 동영상) 지렁이는 축축하고 낙엽 썩은 유기물이 많은 흙 속에 산다. 식물의 뿌리도 먹지만 땅속 지렁이를 잡아먹는 땅강아지이니 지렁이가 사는 곳이 땅강아지의 밥상이 차려진 곳, 서식지이니 오해할 만하다. 그런데 지렁이는 귀가 없으니 듣지도 소리도 내지 않는 동물이다. 귀와 눈이 없는 대신 피부로 열과 빛, 압력을 감지하며 행동한다. 땅속 지렁이 우는 소리라고 오해했던 소리는 바로 땅강아지가 짝을 찾는 소리다. 땅강아지는 도심에도 흔하고 불빛에 날아들기도 했지만 서식지 파괴와 살충제 남용으로 보기 힘들어졌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들녘이 맞붙은 논둑길이나 도심 속 근처 공원, 조그만 텃밭이나 풀밭에만 가도 메뚜기 무리는 그나마 쉽게 만날 수 있는 곤충이지만 땅강아지는 보기 힘들어진 종이다. 머리는 가재나 새우 같은 갑각류의 모습을 하고 있고 온몸에는 잔털이 빼곡히 덮여있는데, 이는 감각기관 역할도 하면서 동시에 수분의 침투를 막는 방수제 기능도 겸한다. 몸통은 말랑말랑하다. 짧은 다리로 재빠르게 기어가는 모습은 메뚜기와는 전혀 달라 보이지만 앞날개 마찰 판과 톱날 줄을 긁어 소리를 만드는 방식이 귀뚜라미와 같으므로 여치아목에 속하며 암수 모두 울음소리를 낼 수 있다. 쇠스랑 닮은 앞발에 톱날까지 달려서 땅속을 헤집고 다니기에 최적화되어 있어 영어로도 두더지 귀뚜라미(Mole cricket)라고 한다. 두더지와 거의 똑같이 생긴 앞발로 땅을 파고 들어가는 모습은 거의 굴삭기 수준으로, 손바닥에 꼭 쥐고 있으면 잡은 손가락을 찢듯이 밀쳐낼 만큼 힘이 장사다. 땅속에 굴을 파고 사는 멸종위기종 애기뿔소똥구리보다 한 수 위다. 땅강아지가 소리를 내는 기관인 톱날 줄의 전자현미경 사진. 이강운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땅강아지의 마찰판 모습. 이강운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방울벌레나 긴꼬리는 풀잎 위에서 세레나데를 부르지만, 귀뚜라미는 돌 틈이나 굴 같은 곳에 살면서 울림을 증폭한다. 소리를 멀리 퍼뜨리기 위해 신체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의 공간을 잘 활용하여 암컷을 유인하는 방책이다. 외부의 구조물을 활용하는 귀뚜라미를 넘어, 땅속에 사는 땅강아지는 울림판으로는 부족해 굴을 파고 호른처럼 입구를 넓게 하여 소리를 극대화한다. 땅강아지가 굴을 울림통 삼아 소리를 증폭시키는 얼개. 관악기 호른의 형태와 비슷하다. 이안 알렉산더,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짝짓기를 위해 소리를 최대로 키웠으나 큰 소리 때문에 위험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호주 쏙독새는 매복하면서 땅강아지 소리를 완벽하게 재현해 땅속에 숨어 있는 땅강아지를 잡아먹는다. 소리로 유인해 땅속 땅강아지를 찾아내 잡아먹는 쏙독새의 경우처럼 먹이와 자신의 행동이나 생리를 특화하는 생존 전략이 정교하게 프로그래밍 되어 있다. 번식을 위해 암컷을 유인하는 과정이 사실 목숨을 건 매우 위험한 상황이 되어 의도치 않게 천적을 불러들여 자신의 세레나데가 죽음의 노래가 되었다. 가을이 무르익으면서 풀벌레들의 아름다운 사랑의 세레나데가 한창 듣기 좋을 때인데, 어제부터 시작된 때 이른 한파에 가을이 너무 빨리 가버리는 것 같아 아쉽다. 맑고 깨끗한 하늘과 코가 뻥 뚫릴 만큼 청량한 공기로 1년 내내 가을이어도 좋을 것 같은 가을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목청껏 소리 내어 불러 봤지만 아직 짝을 짓지 못한 수컷들이 걱정된다. 어정쩡한 봄과 가을. 기후가 변하면서 세상이 아프고 위기에 처해 있지만 얹혀사는 생물들도 다 힘들다. 이강운 홀로세 생태보존연구소 소장 벗 덕분에 쓴 기사입니다. 후원회원 ‘벗’ 되기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주식 후원’으로 벗이 되어주세요!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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