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거리 수천㎞ 대륙간 탄도미사일
더 강력한 무기로 때린다는 압박
우크라, 英미사일로 러 본토 공격
영국과 프랑스가 같이 개발한 스톰섀도 공대지 순항 미사일.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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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일 넘게 전쟁을 벌여온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장거리 미사일로 서로를 타격하면서 양국이 확전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영국 등 서방이 북한군 러시아 파병에 대한 대응이라며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의 러시아 본토 타격 제한을 풀자 러시아가 이에 대한 경고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동원하며 공격 수위를 높이는 상황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즉각 끝내겠다고 공언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두 달 앞두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더 큰 충돌로 치달을 가능성이 커졌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중남부 도시 드니프로에 ICBM을 발사했다고 21일 밝혔다. 러시아가 훈련이 아닌 실전에서 ICBM을 발사한 것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이다. 사거리가 수천 ㎞에 달하는 ICBM은 단거리 미사일에 비해 훨씬 더 큰 중량의 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특히 핵탄두 탑재가 가능해 우크라이나에는 가장 큰 위협이 되는 무기로 평가된다. 우크라이나 군 당국은 해당 미사일이 러시아 카스피해 인근의 도시 아스트라한에서 발사됐다고 추정했지만, ICBM 미사일의 종류 및 발사 목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러시아의 ICBM 발사는 우크라이나군이 미국산(産)에 이어 영국이 지원한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를 타격한 지 하루 만에 실시됐다. 앞서 20일 우크라이나군은 영국이 지원한 공대지(空對地) 순항미사일 ‘스톰섀도’로 우크라이나가 진격한 러시아 영토인 쿠르스크 인근을 공격했다. 쿠르스크는 파병된 북한군이 주둔한 지역이기도 하다. 19일엔 사거리가 300㎞에 달하는 미국산 에이태킴스(미 육군 전술 미사일 시스템)로 무기 창고 등이 있는 러시아 브랸스크주를 공격했었다. 우크라이나 공공저널리즘연구소(PIJL) 나탈리야 구메녁 대표는 21일 본지에 “러시아는 국제 사회에 ‘미국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 미사일 제한을 풀 경우 압박을 강화하겠다’라는 협박 메시지를 주기 원한다”며 “대륙 간 장거리 타격을 위한 ICBM을 접경국인 우크라이나에 사용한 이유도 무력 도발 강도를 높이겠다는 선언적 차원”이라고 했다.
그래픽=양인성 |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온 서방 국가들이 잇따라 장거리 미사일 등의 사용 반경을 늘리자 러시아도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21일 “러시아군이 다양한 유형의 미사일로 드니프로의 기업 및 주요 기반 시설을 타격하려 했다. ICBM을 비롯해 (극초음속) 킨잘 공중 탄도 미사일, X-101 순항 미사일 등이 발사됐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ICBM은 사거리가 수천 ㎞로 길 뿐만 아니라, 단번에 여러 개의 핵탄두 혹은 재래식 탄두를 떨어뜨릴 수 있다. 또 탄두의 속도가 빨라 기존 방공망으로 요격하기가 어렵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ICBM 하나로 여러 개의 미사일을 쏘는 효과가 있고, 언제든지 핵탄두를 쏠 수 있다는 강력한 위협의 의미도 있는 셈이다.
우크라이나군은 ICBM 종류를 밝히지 않았지만, 앞서 20일 러시아 매체들은 러시아가 아스트라한에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로 ICBM RS-26루베즈를 발사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었다. 사거리가 최장 6000㎞에 달하고 탄두 무게가 1.2t이라고 알려진 루베즈 미사일은 2012년 5월 러시아 서부의 플레세츠크 코스모드롬에서 처음 시험 발사돼, 5800㎞를 비행한 뒤 러시아 동부 캄차카반도의 쿠라 미사일 시험장의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한 적이 있다. 텔레그래프는 “이 미사일은 비행 속도가 음속의 다섯 배에 달해 우크라이나가 미국으로부터 제공받은 요격 시스템인 패트리엇 미사일로는 격추하기가 어렵다”며 “지금 당장 핵무기가 사용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우크라이나 주요 기반 시설과 키이우 내 목표물에 대한 타격이 가능함을 경고하는 것으로, 기존보다 훨씬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확전의 늪에 빠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19~20일 미국과 영국에서 지원받은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고, 이에 러시아는 21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우크라이나에 발사해 보복했다. 양측이 장거리 미사일 공격을 주고받으며 전쟁이 새 국면으로 접어드는 가운데 러시아 국방부가 19일 최신 개량형 탱크 T-80BVM에서 우크라이나군을 향해 포탄을 발사하는 장면을 사진으로 공개했다. /러시아 국방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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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러시아가 발사했다고 밝힌 Kh-47M2 킨잘과 Kh-101 순항 미사일은 이번 전쟁에서 계속해서 사용돼 온 공대지 미사일이다. 특히 러시아군의 주력 전투기 미그-31K에 탑재돼 발사되는 킨잘은 사거리가 2000㎞에 달한다. 우크라이나군은 이 중 Kh-101 미사일 6발을 격추했고 다른 미사일도 별다른 피해를 주지 못했다고 밝혔다.
ICBM까지 동원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은 우크라이나가 미국·영국이 지원한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를 공격한 데 대한 경고 차원이라고 군사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서방 국가들은 확전을 우려해 우크라이나군이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영토를 타격하는 것을 금지해 왔지만 최근 북한군 파병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이를 전격 허용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이 장거리 미사일 사용 제한을 풀 조짐이 보이자 러시아는 약 한 달 전부터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여왔다.
쿠르스크서 치솟은 불길 - 한 텔레그램 계정에 21일 “우크라이나군이 영국 스톰섀도 미사일로 러시아 영토인 쿠르스크를 공격했다”는 소개와 함께 공개된 영상의 한 장면. /텔레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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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우크라이나군이 전일 발사한 스톰섀도는 사거리가 약 250㎞로 벙커 등 숨겨진 지하 시설까지 파괴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로 평가된다. 영국과 공동으로 개발한 프랑스에서는 ‘스칼프’란 이름으로 부른다. 영국은 그동안 크림반도 등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 영토에서만 이 미사일을 사용하도록 제한해 왔지만, 미국이 에이태킴스 사용 제한을 풀자 뒤이어 스톰섀도의 러시아 본토 타격을 허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19일에는 미국이 미사일 지원에 더해 이전까지는 인도적 이유를 들어 우크라이나에 사용을 전면 금지했던 대인지뢰 공급을 승인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미국이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무기 제한을 푸는 배경엔 트럼프가 취임 후 우크라이나 지원을 줄이면서 러시아와 휴전을 밀어붙일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는 취임 즉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해 왔지만 그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 중 일부를 점령한 ‘현재 상태’ 그대로 트럼프가 휴전을 강요하는 상황을 우려해 왔다. 러시아는 앞서 20일 우크라이나와 종전 협상 시작을 원한다면서도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포기”라는, 우크라이나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전제 조건을 걸었다.
☞스톰섀도(Storm Shadow)
’폭풍의 그림자’라는 뜻. 영국·프랑스가 공동 개발한 공대지 순항미사일. 프랑스에선 ‘장거리 자율 순항 시스템’의 준말인 ‘스칼프(SCALP)’라고 불린다. 1994년 개발되기 시작해 2003년 이라크 전쟁에서 처음 실전 투입됐다. 사거리가 240㎞에 달하고, 적진 벙커를 뚫을 정도로 위력이 강하다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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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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