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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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한 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FDI) 수치를 보면, 올해 상반기 중 한국 기업들의 FDI는 234억달러에 이른 반면 외국 기업들의 국내 FDI는 39억달러에 그쳤다. 해외로 나간 기업 투자금이 들어온 돈보다 6배나 많다. 최근 5년간 평균 2~3배 추이를 보여왔는데, 올 들어 그 배수가 급격히 커졌다.
한국은행의 우리나라 순대외금융자산(해외 금융자산에서 부채를 뺀 것) 통계를 보면, 9월 말 현재 9778억달러로 3개월 만에 1194억달러나 늘었다. 국내 주식 투자자들이 서울 증시를 외면하고 미국 증시로 투자금을 대거 옮긴 결과다. 국내 투자자들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미국 주식 투자를 늘리는 것은 개인으로선 합리적 선택일 수 있지만, 국민 경제 관점에선 국내 일자리 창출을 저해하고,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결과를 낳는다.
최근 두드러지는 새 현상은 우수 두뇌의 해외 유출이다. 지난해 미국이 석박사급 이상의 한국인 고급 인력과 가족에게 발급한 취업 이민 비자가 5684건에 이른다. 4인 가족으로 계산하면 1500명 정도의 고급 인력이 미국으로 떠났다. 인구 수 대비 발급 비자 수는 한국이 인도·중국의 10배가 넘는다. AI(인공지능)인재의 이동을 추적하는 미국 시카고대 폴슨 연구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에서 대학원 과정을 마친 AI 인재의 40%가 해외로 떠나고 있다. 이래저래 최근 10년간 해외로 나간 이공계 석박사급 인재가 9만6000명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기업·인재·돈은 경제학 교과서에서 말하는 생산의 3요소, 즉 토지·노동·자본에 해당한다. 경제 활동의 기본인 생산 3요소가 모두 해외로 향하는 나라의 경제가 어떻게 성장할 수 있겠나.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5년마다 1%포인트씩 떨어지고 있는 건, 기업·돈·인재의 해외 유출에 따른 당연한 결과다. 기업·돈·인재가 해외로 떠나는 이유는 자명하다. 한국에서 기업 하기, 돈 벌기, 경력 키우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저성과자도 해고가 불가능한 노동 규제, 기업의 연구·개발 기능을 옥죄는 주 52시간 규제, 성과·능력과는 상관없이 똑같은 월급을 주는 호봉제, 상속세를 두 번만 내면 경영권이 박탈되는 세계 최고의 상속 세제 등을 그대로 두고는 기업·돈·인재의 해외 탈출을 막을 수 없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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