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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라인야후 이사회 전원 일본인으로…네이버 지우기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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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인야후 경영권 갈등 ◆

매일경제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 사이에서 명소로 통하는 '라인프렌즈 스퀘어 명동' 앞을 8일 행인들이 지나고 있다. 라인프렌즈 상점을 운영하는 IPX(옛 라인프렌즈)는 라인과 네이버가 지분을 함께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한주형 기자


라인야후가 8일 이사회를 열어 신중호 대표이사(최고제품책임자·CPO)에 대한 사내이사 퇴진 안건을 의결한 까닭은 명목적으로 '보안 거버넌스' 강화다. 사내이사를 내보내고 그 자리에 사외이사를 채워 외부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하지만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공동 운영하는 라인야후에서 유일한 한국인 이사인 신 CPO가 물러나면서 라인야후 내 한국의 영향력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정보기술(IT)업계에서는 개발주도권 상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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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호 CPO


이날 라인야후 이사회는 신 CPO와 오케타니 다쿠 최고전략책임자(CSO)가 동반 퇴진하고 외부 사외이사 1명을 충원하는 형태로 변화됐다. 새 이사진은 오는 6월 18일 열리는 별도 주주총회를 거쳐 활동할 예정이다. 이번 인선으로 사내 중심축 이동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라인야후는 그동안 3인 대표 체제를 유지해왔다. 대표이사 회장은 가와베 겐타로, 대표이사 사장(최고경영자·CEO)은 이데자와 다케시, 대표이사 CPO는 신중호인 트로이카 체제였다. 하지만 이번에 신 CPO가 이사진에서 물러나고 CPO 역할만 맡게 됨에 따라 일본 경영진이자 사내이사 2명이 사실상 전권을 쥘 것으로 보인다. 이데자와 사장은 이날 라인야후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보안 거버넌스를 개선하고 강화하기 위해 이사회에서 사내이사를 줄이는 대신 사외이사를 늘려 보다 독립적인 경영체제를 갖출 것"이라며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또 그는 "경질로 보지 말아달라"며 "보안 거버넌스 강화라는 측면에서 사외이사를 증원하자는 논의는 대주주들과 이전부터 얘기하던 사안이고 그런 맥락에서 신 CPO가 이사에서 물러난 것이며 CPO의 역할은 계속한다"고 말했다. 이사진에서만 퇴진할 뿐, 역할은 그대로라는 설명이다. 명목상으로는 작년 11월 개인정보 약 52만건이 유출된 사고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경질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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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장에선 이 같은 라인야후의 대응을 놓고 일본 국민메신저 라인을 필두로 네이버가 일본에서 영위하고 있는 사업 전반에 걸쳐 '한국 지우기'가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신 CPO는 네이버가 2008년 일본에서 검색 서비스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사업을 총괄하고 이후 라인 개발을 주도해 지금의 라인이 있기까지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라인의 아버지'로 불릴 만큼 라인야후 내에선 신 CPO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보니, 라인의 국적 논란이 있을 때마다 신 CPO가 연계 회자되기도 했다. 라인야후가 이사회 멤버 전원을 일본 자국인으로 꾸린 것이 라인야후를 일본 기업으로 만들기 위한 포석이란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특히 지난 3월 말 신 CPO가 2021년 3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부여받은 스톡옵션 가운데 3000만주를 포기하는 결정을 내린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일본 현지에 거세진 '반(反)네이버' 감정을 해소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라인야후는 정보 유출에 대한 반성 차원으로 이사회에 스톡옵션 지급 금지를 결의했다. 다만 신 CPO는 이사회에서 제외되면서 지급 금지 대상에서는 빠진다. 네이버 사정에 정통한 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에선 신 CPO를 놓고 '일본에서 돈 벌어 한국인에게 가져다준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라인야후로서는 불편한 존재였을 것"이라면서 "이번 신 CPO의 이사진 퇴진 역시 일본 정부의 메시지 아래 라인야후가 내놓은 대책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라인야후는 한국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가 50%씩 지분을 출자해 2021년 설립한 합작법인 'A홀딩스'를 모회사로 두고 있다. 특히 라인은 일본 내 월간활성이용자수가 지난해 12월 기준 9600만명에 달하는 등 국민 대다수가 쓰는 '인프라급 플랫폼'으로 간주된다.

[이상덕 기자 / 고민서 기자 /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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