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락’과 ‘결’을 강조하는 창업가 양준규 컬쳐히어로 대표와 윤종석 컬쳐히어로 제주 대표를 컬쳐히어로 제주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윤종석 컬쳐히어로 제주 대표(왼쪽)와 양준규 컬쳐히어로 대표(오른쪽)가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플래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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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야기를 해보자. 회사명을 ‘컬쳐히어로’라고 지은 이유는 뭔가.
양준규 컬쳐히어로 대표(이하 양) : 오피셜하게는 단어 뜻처럼 ‘문화영웅’을 지향했기 때문이다. 프로메테우스가 최초로 불을 인간에게 전했듯이 콘텐츠를 잘 만드는 사람들에게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제공하고 싶었다. 비공식적으로는 사업을 시작할 때 주변 창업가 지인들이 선듯 법인 설립 서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나를 믿고 엔젤투자를 해줬는데, 그들에게 ‘결초보은’을 생각하다 떠오른 단어가 ‘컬쳐(결초)’였다. (웃음)
창업은 언제, 왜 시작한건가.
양 : 2014년 카카오스토리에서 콘텐츠 제휴와 소싱 업무를 하고 있었는데 양질의 푸드 콘텐츠를 제공하면 시장에서 반응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 우리의식탁(당시 서비스명 ‘아내의식탁’)’이었고 본격적인 창업은 2015년 돌입했다. 간략히 말했지만 전후 중간 과정이 많다. 처음에는 여행이나 힐링 등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모아서 보여주는 비즈니스, 쉽게 말하자면 ‘어른용 피키캐스트’ 사업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여러가지를 한 꺼번에 다 잘 하는 건 역량 밖이었다. 그래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푸드 콘텐츠에 몰입하기로 하고 피봇아닌 피봇 과정을 거쳐 2016년 중반부터 우리의식탁에 집중했다.
양 대표와 윤 대표 두 사람은 어떻게 만나서 사업 파트너가 된건가.
윤종석 컬쳐히어로 제주 대표(이하 윤) :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난 한화에 있었고 양 대표는 LG CNS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다. 처음에는 동네 주민이었다. 근거리에 살고 있었는데 아내들이 문화센터에서 인연을 맺은 것을 시작으로 가족 친교 모임이 됐다. 내 아내는 나보다 요리 경험이 더 긴 호텔 요리사 출신이다. 양 대표 아내와 내 아내는 자매같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절친이 되었고 우리도 사업을 함께하는 관계로 이어졌다. 내 삶의 소중한 모멘텀이다. 당시 양 대표와 나는 둘이서 매주 토요일 아침에 만나 커피를 마시면서 무슨 사업하면 좋을지 아이디어 논의를 하곤했다. 서로 결이 맞았고 신의와 믿음이 자연스레 싹텄다. 양 대표는 카카오를 거치며 생각과 사업의 관점이 남달랐다. 양 대표가 창업하고 나서 함께하자고 제안해 줘서 자연스럽게 합류했다.
양 : 우리 두 사람의 공통점은 실무자로 시작해 사업 기획을 했다는 거다. 윤 대표는 셰프를 하다가 매장 개발 업무를 했고, 나는 개발자로 시작해 사업 기획을 했다. 만약에 이 사업을 하면서 개발을 모르거나 요리를 몰랐다면 한계가 있었을거다. 그런면에서 둘이 잘 맞는다.
양 대표 아내는 회사에서 스타일리스트로 함께 일하고 있다.
양 : 그동안 언론 인터뷰에서 아내 이야기는 잘 안 했는데 가족회사라는 오해를 받고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와이프는 현재 회사 푸드콘텐츠팀 팀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출퇴근은 같이하지만 일은 각자의 영역에서 한다.
양준규 컬쳐히어로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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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에 서비스명을 아내의식탁에서 ‘우리의식탁’으로 변경했다. 이미 널리 알려진 브랜드명을 바꾸는 결정이 쉽지 않았을텐데. 왜 바꿨나.
양 : 누구나 관심있고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확장한다는 의도를 담았다. 요리라는 것이 아내만의 전유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브랜드명 변경은 5년 전부터 고민을 했다. 소비자에게 전하는 서비스 의미가 변하지 않으면서도 확장의 의미를 담아야 하고 사용자들에게 혼란을 줘도 안 된다 생각해서 최종 결정까지 오래 걸렸다.
윤 : 특정한 한두 개 요인보단 코로나 팬데믹 등 시대 상황, 회사의 비즈니스 진행 과정 등 전반적인 상황이 맞았기에 과감히 결정할 수 있었다.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건 유저들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있어야 한다는 거였다. 그걸 방정식 풀듯이 명확하게 증명하긴 어렵지만 충분히 상황이 됐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했다.
레시피와 같은 콘텐츠 유지 관리는 우리의 핵심 결 중 하나이다. 유저층이 우리를 떠나지 않고 자주 찾아주는 배경에는 우리 레시피로 음식을 했을 때 실패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검색엔진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했다면 사업화가 힘들었을 거다. 우리가 보는 콘텐츠는 이미지와 영상같이 단편적인 몇개의 요소가 아니라 서비스 전체를 아우르는 거다. 서비스 제공사에겐 당연한거지만 노력없이 되는 건 아니다. 우린 초기부터 전문가 집단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이 풀을 키워왔다. 그리고 객관적으로 숫자를 맞추기 위해 충분히 계량해서 실험 조리를 병행했다. 유저들이 우리의식탁을 좋아해 준 건 콘텐츠에 감성적인 결도 있었기 때문이다. 서비스가 인터렉티브하는 건 중요하다. 그걸 처음부터 할 지 완숙기에 할 지를 고민했고 필터링 없이 인터렉티브가 진행되면 콘텐츠 결이 무너질 수 있다고 생각해서 후일로 미뤘다.
양 : 단순히 이름만 바꾼 게 아니라 기능적으로 모두가 함께하는 플랫폼으로 진화시키려 추진 중이다. 일례로 아내의식탁 때는 전문가가 잘 만들어서 보여주는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우리의식탁은 ‘샵스타일’이라고 해서 유저가 자신의 사진을 찍어 공유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콘텐츠를 받아보는 것을 넘어 유저가 참여하는 커뮤니티로 진화해 가는 거다. 또 ‘테이블 멘토’라는 제도도 있다. 그전까지 모든 콘텐츠를 우리가 다 만들었다면 올해부턴 요리 전문가들의 양질의 콘텐츠가 유통되게 하려고 노력 중이다. 콘텐츠를 통해 유명 셰프 및 인플루언서의 레시피를 제공해 다양한 성향의 유저들에게 알맞은 레시피를 공유하는 중이다.
사실 콘텐츠 양을 늘리려면 유저 레시피를 받으면 된다. 하지만 레시피를 따라해서 맛이 없으면 고객에게 피해가 간다. 노래는 전공을 안 해도 잘 부를 수 있지만 작곡은 전문가의 영역이잖나. 요리를 잘 하는 것과 레시피를 잘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이 따라해도 맛있으려면 정량화된 계측과 가이드가 필요하다. 레시피처럼 전문성이 필요한 부분은 셰프 등 전문가들이 하고, 일상속 푸드 콘텐츠는 일반 유저에게 열어놓는 이원화된 방향으로 가고있다. 유명한 커뮤니티를 보면 문화 등 각자의 결이 있잖나. 우리가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콘텐츠 결을 만들어 놓고 나서 일반 유저가 들어와야 결이 무너지지 않고 유지가 된다고 봤다.
커뮤니티를 왜 안 하느냐는 질문 정말 많이 받았다. 맞는 말이고 해야할 것이었지만 시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커뮤니티는 우리가 만들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필요로 해야 조성된다. 고객이 그 커뮤니티에서 활동해야하는 목적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게 없으면 죽은 공간이 될 수 밖에 없다. 때를 기다렸고 이제 그 시기가 됐다고 판단해 숨겨놨던 커뮤니티 기능을 7월부터 판을 깔았다. 한편으로 유저들이 쓸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기 위해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보상체계를 생각하고 있다.
우리의식탁 콘텐츠는 차별성이 있다. 구도나 색감만 봐도 우리의식탁이 만든 영상이란 건 금방 알아보겠더라.
양 : 소셜미디어에서 도는 푸드 콘텐츠 대부분이 탑뷰에서 빨리감는 영상이 대다수이기에 로고를 떼고보면 누가 만들었는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크리에이터의 ‘결’이나 ‘맥락’이 없었던 거다. 콘텐츠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남들과 다른 걸 만드는 것, 자신만의 정체성이 있어야 한다는 거다. 우린 우리만의 결을 유지하며 몇년 째 그런 기조의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지금은 우리 방식을 많은 업체에서 따라하고 있다.
우리의식탁 콘텐츠에 사람 얼굴이 등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셀럽이나 특정 모델을 내세우면 더 화제성을 키웠을텐데.
양 : 콘텐츠에 사람이 나오면 채널을 빨리 키우고 수익화하기는 훨씬 유리하다. 하지만 매니지먼트, 엔터테인먼트가 되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 그건 우리가 생각하던 방향이 아니기 때문이다. 진정성 있는 콘텐츠와 맥락에 맞는 가치를 만들고 싶었기에 콘텐츠에 온전히 집중했다.
윤 : 사람이 아니라 콘텐츠에 방점을 둔 것이 전략적으로 옳았다. 자연스럽게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근간이 되었다고 본다.
소셜네트워크에 충성 독자층이 존재한다.
양 : 우리의식탁 유튜브 구독자는 108만 명, 최근 론칭한 ‘베지 이즈’라는 채식 채널은 6개월만에 10만여 명 가까이 구독을 하고있다. 앱은 160만 명이 다운로드 받았고 회원은 91만 명이다. 총 SNS의 구독자 수만 300만 명 규모이다. 최근 채식 채널의 인기가 가파르다보니 광고 제안도 우리의식탁 채널보다 더 많이 받는다. 콘텐츠 중 채식 김치를 만드는 레시피가 있는데 조회수가 112만에 달한다. 둘째가 잘 자라고 있는 셈이다.
윤 : 채식을 전문 영역으로 보고 어렵게 생각하는데 콘텐츠로 잘 풀어서인지 대중의 관심도가 생각 이상으로 높다. 아마 몇년 전에 했으면 지금처럼 인기가 있지는 않았을텐데 시기와 잘 맞물렸다. 콘텐츠가 무르익으면 커머스와 연계할 계획이다. 준비는 이미 시작했다.
윤종석 컬쳐히어로 제주 대표 ⓒ 플래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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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규 대표는 카카오출신 창업가다. 양 대표를 비롯해 근래 주목받는 스타트업 대표 중 카카오출신이 많다. 어떤 배경이 있다고 보나.
양 : 보고 배울 수 있는 것이 많다. 카카오는 자기 사업을 해본 사람들이 많다. 단순히 사업만 한 것이 아니라 인수합병 등 엑싯(exit)을 경험자들이 많은게 특징이다. 대기업은 공채로 들어와서 똑같은 커리큘럼에서 승진을 하는 시스템이고 롤모델이라고는 임원 밖에 없잖나. 반면에 카카오에는 롤모델이 될 수 있는 경험자들이 주변에서 같이 일을 하고 있다. 이런 인재 환경이 카카오 출신 창업가들을 많이 탄생시켰다고 본다. 나도 카카오에서의 직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 사업을 하면 되겠다는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카카오에 있을 때 내가 있던 신규사업개발 팀에 김종화 봉봉 대표,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가 있었다. 그런 훌륭한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면서 창업에 대한 자신감을 키울 수 있었다.
누적 기관 투자금이 53억 원 규모다. 추가 투자유치 계획도 있을텐데.
양 : 시리즈B를 준비하고 있다. 앞선 투자금 전체를 상회하는 라운드를 계획하고 있다.
이전 투자가 지난해 8월 이랜드월드(20억 원)에서다. 전략적 투자였는데, 양사는 어떻게 협업을 진행 중인가.
양 : 좋은 파트너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가 콘텐츠를 만들어 마케팅을 하고 이랜드가 제조를 담당하는 형태로 가고있다. 그렇다고 종속된 형태는 아니다. 어느 한 곳에 묶이면 콘텐츠의 맥락과 결을 맞추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우린 이랜드월드 뿐만 아니라 다른 곳과도 다양한 사업을 논의하고 있다.
창업이후 우여곡절, 실패도 많이 경험했을텐데. 가장 뼈아팠던 경험은 뭐였나. 그걸 어떻게 극복했나.
양 : 크고 작은 아픔이 있었지만 아이템으로만 놓고 보면 거의 20가지는 실패했을 거다. 몰라서 안 된 것도 있겠지만 프로덕트 마켓핏이 맞았고 정답을 알았음에도 못 한 것도 있다. 크게 보면 콘텐츠와 관련된 커머스가 우리의 방향인데, 너무 일찍 시작해서 어렵게 간 측면도 있다. 계속 방향을 조정해가며 돌파구를 마련했다. 실패 경험이 밑거름이 됐다.
일찍 시작했던 것 중에 밀키트가 기억난다. 사업 초창기인 2016년 우아한형제들과 손을 잡고 밀키트를 판매했었다. 국내에서 거의 최초로 밀키트를 선보인 셈인데 성공하지는 못 했다.
양 : 많은 콘텐츠 업체의 수익모델이 고착화되어 있다. 콘텐츠로 사람을 모으고 PPL이나 브랜디드 콘텐츠로 수익화를 하는 것이다. 맥락과 결에 안 맞게 끼워 넣는 PPL은 소비자에게 좋지 않은 경험을 준다. 아울러 광고로 하는 비즈니스는 스케일업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2016년 우리가 맥락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이라 생각했던 것이 밀키트 사업이다. 레시피는 보고 따라해야 완성이 되는데 그 과정에서 가장 큰 번거로운 것이 음식 재료를 사는 거다. 따로 따로 사고 남는 재료를 버리게 되면 비용이 사먹는 것보다 더 많이 들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 레시피에 있는 재료를 소분해서 집에서 간편하게 조리해서 먹을 수 있는 밀피유나베, 찹스테이크, 통오징어 떡볶이, 로제 파스타 등 밀키트 제품을 출시했다. 생산은 우아한형제들과 전략적 협업을 했다. 우아한형제들이 배달의민족, 배민라이더스, 배민프레시, 배민쿡 등 4대 핵심 사업 영역을 중심으로 ‘쿼드 닷’ 프로젝트를 펼치던 시절이다. 특히 배민프레시는 많은 반찬 공장을 인수하고 있었기에 제조 능력이 있었다. 오프라인에서 뭔가를 할 때 충분한 자본력이 없으면 쉽게 뛰어들면 안 되잖나. 우아한형제들은 당시 우리가 손잡을 수 있는 최적의 선택지였다. 우리가 앞단에서 콘텐츠와 트래픽을 만들면 배민프레시가 주문을 받아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형태로 갔고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스케일업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우아한형제들의 사업 핵심이 이쪽이 아닌 것도 있었고 가장 큰 건 배송 인프라가 열악했다는 거였다. 지금이야 새벽배송이 일상이 됐지만 2016년은 그런 인프라가 부족하던 시절이다. 우리가 주문을 넘기면 다음 날에 만들어서 그 다음날에 배송하는 구조였는데, 3~4일 뒤에 제품을 받아보는 경험은 소비자 입장에서 좋은게 아니었다. 그런 약점이 보이니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것도 주저하게 됐다. 또 가격도 대량 주문이 아니다보니 다소 비쌌다. 밀키트라는 콘텐츠 맥락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과 우아한형제들이라는 좋은 파트너를 만났음에도 결과가 좋지는 않았다. 결국 크게 키우기에 한계가 있다는 결론이 나서 8개월 뒤에 자연스레 종료됐다.
윤 : 여담이지만 당시 초기 기업이었던 프레시지는 제조 인프라에 투자했고 후일 여러 리테일과 손을 잡고 업계 선도 기업이 되었다. 마케팅에 열중하던 회사들은 거의 대부분 사라졌다.
그 뒤에 추진한 비즈니스 모델은 뭔가. 현재 연간 120억 원에 달하는 판매액을 기록하고 있는데.
양 : 레시피 등 콘텐츠와 연관된 사업을 하는게 가장 이상적이긴 한데 그에 앞서 소비자에게 커머스 경험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래서 콘텐츠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더라도 소비자가 좋아하는 제품을 우리가 소싱하고 큐레이션해서 판매하는 것으로 커머스를 시작했다. 콘텐츠를 보러 들어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좋은 제품을 소개하는 것을 3년 정도 했고 구매경험 비율이 많이 늘었다. 최근에는 MAU(월간 활성 사용자 수) 22%가 그 달 순 구매자로 나타나고 있다. 콘텐츠만 보고 나가는 게 아니라 구매까지 하는 단계까지 오게 된 것이고 구매액도 의미있는 규모가 되었다. 다음 단계는 처음에 우리가 하려고 했던 것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사용자가 레시피 콘텐츠를 봤다면 그 레시피와 관련된 제품과 연결하는 커머스다. 구매 경험이 없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처음부터 이걸 했다면 규모를 키우기 어려웠겠지만 이젠 해도 되는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레시피와 연관된 제품에 밀키트가 있을거라 예상된다. 밀키트 등 HMR 분야 기업에 근래 투자가 많이 몰리며 많은 업체가 성장했다. 그들과 어떤 관계 정립을 할건가.
양 : 경쟁이 아니라 상호보완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우리가 콘텐츠를 기반으로 유저 트래픽을 모아 여러 간편식 업체의 제품이 판매되게 연결하는 것이다. 현재 밀키트, HMR, 원재료, 키친웨어를 붙이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향후 우리의 핵심 비즈니스다. 전체 매출의 90%를 여기서 발생시킨다는 계획이다.
핵심 목표는 콘텐츠와 커머스의 유기적인 연결이다. 콘텐츠 경험과 커머스 경험을 소비자층에 심었기에 가능한 단계다. 예전에는 콘텐츠 기반 커머스에 물음표를 찍는 시선이 많았지만, 패션 영역은 그런 것을 불식시킨지 오래됐고 인테리어 영역에서는 ‘오늘의집(운영사 버킷플레이스)’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푸드 영역에선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다고 본다.
윤 : 처음에는 유저들이 레시피에만 관심이 있었지만 점차 콘텐츠에 등장하는 도마, 칼, 앞치마 등 리빙 쪽까지 관심의 폭을 넓혀주고 있다. 한쪽으로 사업 방향이 몰리면 위험하기에 가변적으로 조금씩, 느리더라도 탄탄하게 키워왔다. 아무리 좋은 콘텐츠도 유저가 받아들일 상황이 안 되어 있으면 공해가 될 수 있다. 롱텀으로 움직였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7년 동안 자연스럽게 쌓아온 업력을 기반으로 콘텐츠 기반 커머스 회사가 되어가고 있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다루려는 영역은 ‘푸드 라이프 스타일’이다.
지난해부터 라이브커머스가 각광받고 있다. 가까운 예로 중국은 코로나 팬데믹이 터지면서 라이브커머스가 이커머스의 큰 줄기가 됐다. 우리나라에서의 전망은 어떻게 보나.
양: 아주 밝다고 보지는 않는다. 이 분야에서 중국의 성장 사례가 많이 회자되는데, 중국은 왕홍과 같은 인플루언서가 먼저 있었고 그 다음에 라이브커머스가 접목되어 확대된 케이스다. 국내는 홈쇼핑에서 시작되어서 제품으로 승부를 보는 구조로 시작점부터 다르고 고객경험도 상이하다. 국내는 라이브커머스에서 인플루언서가 좋은 제품을 소개해준다고 생각하지 않고 싸게 파는지를 본다. 그런 소비자의 니즈에 맞추려면 판매자는 마진을 포기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라이브커머스는 이익보다는 홍보 목적의 활용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ROI가 사업의 본질인데, 리소스가 너무 많이 투입되어야 하는 구조다.
중국은 인플루언서가 라이브커머스를 주도하고 소비자는 팬심으로 지켜본다. 하지만 우리는 라이브커머스에서 제품과 가격이 메인이고 그걸 소개하는 호스트가 누군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중국처럼 사람이 주목받으려면 유명 연예인이 나서야 하는데 가성비가 맞지 않다. 한 번 할 때 2~3일을 투자해야 하는데 그걸 할 유명 연예인은 많지 없다고 본다. 자신의 SNS에 광고를 올리는 것만으로도 그만큼 벌기 때문이다.
제주시 조천읍에 위치한 컬쳐히어로 제주 스튜디오 ⓒ 플래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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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스튜디오를 독립법인으로 오픈했다. 제주 스튜디오를 오픈한 배경을 설명해 준다면. 왜 제주까지 왔나.
양 : 제주 법인은 1월에 설립했고, 스튜디오는 6월 중순에 완공됐다. 그에 앞서 판교에 다섯 가지 콘셉트로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공을 들여 스튜디오를 만든 건 우리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푸드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 우리 인프라를 많이 이용해서 플랫폼에 들어와 주길 바라서이다. 그 연장선이자 확장선에 있는 것이 제주 스튜디오다. 우리나라에서 콘텐츠적인 측면과 맛집 등 푸드 측면에서 가장 풍요로운 곳이 제주다. 음식, 맛집, 콘텐츠, 동경할만한 라이프스타일 등 키워드를 나열하면 제주라는 교집합이 나온다. 제주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면 사업적으로도 의미있는 일을 할 수 있을거라 판단했다. 그걸 같이 만들수 있는 얼라이언스까지 갖춰진다면 더 가속될거다. 제주 스튜디오를 오픈한 뒤 첫 사업은 제주농업농촌6차산업지원센터와 손을 잡고 지역 식재료 농민들의 콘텐츠를 촬영해서 유튜브에 공유하고 판매까지 이어지게 하는 사업이다. 그 다음에 제주 현지 맛집 제품을 HMR화해서 판매하는 걸 프레시지랑 같이 한다.
윤 : 콘텐츠와 커머스라는 컬쳐히어로의 큰 축을 유지한 채 제주로 확장했다. 제주는 콘텐츠와 관련된 국책 예산이 원활히 흐르는 곳이고 전국 지자체 중 콘텐츠 분야에 가장 관심이 많은 지역이다. 다만 예산이 많이 집행은 됐지만 마케팅, 판매 등 콘텐츠를 녹여서 하는 확장은 잘 되지 않았다. 기존에 해오던 사람들이 영세하거나 소규모 사업장이 많았기 때문일 거다. 제주는 물류, 부자재 확보, 가공 공장 등이 부족하다. 제주 최대 생산품인 메밀, 감자, 콩, 당근, 브로콜리 등 각종 농산물이 메이드 인 제주라는 브랜딩이 없이 납품만 되었다. 다른 지역에서 판매되는 농산물 중 일부도 제주에서 생산되는 것이지만 육지에 있는 사람들은 그 사실을 잘 모른다. 그동안은 그걸 몰라도 괜찮았다. 대규모로 바이어들이 사가는게 익숙했으니까. 하지만 이커머스가 대두되고 코로나 이슈 등 가변적인 상황이 닥치니 농민들에게 위기감이 돌았다. 기존의 방식, 앞선 세대의 사업구조로는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자각을 한거다. 컬쳐히어로가 제주로 확장을 추진할 때 자연스럽게 제주도의 이런 상황과 맞물렸다. 우리가 해소할 수 있는게 보이고 있기에 하나하나 작업을 해나가고 있다. 우선적으로 지역 네트워크와 관계를 맺는 것을 진행 중인데, 올해 토양을 쌓아 올리면 내년에는 의미있는 방향성이 보일거라 전망한다. 일단 커머스보다 콘텐츠가 먼저라 생각하고 있다. 앞단에 콘텐츠로 지역 인지도 등 상황을 좋게 한 다음에 제품을 다루는 형식으로 가야만 효과가 극대화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단기간의 성과가 아니라 단계적인 성과를 내는 것을 추구한다. 궁극적으로 제주에서 하나의 유의미한 모델로 만들어 낸다면 다른 지역에도 접목이 가능하다고 본다. 이런 사업은 대기업 집단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푸드와 관련된 콘텐츠와 커머스는 우리가 유일하게 잘 할 수 있다고 본다.
양 : 제주만의 콘텐츠가 나오고 확산되고, 알려질 때 그 맥락과 결에 맞춰 커머스가 붙어야 더 큰 성장이 담보된다. 조금씩 커머스도 시도 하겠지만 본격적인 확장은 조금 뒤가 될거라 예상한다.
선 콘텐츠, 후 커머스 전략이다. 제주에서 여러 생산자들을 만날텐데 그들의 구체적인 니즈는 뭔가.
양 : 제주지역 6차산업 전문 코칭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현장에서 만난 생산자들의 고민은 대동소이하다. 제품은 잘 만들 수 있는데 콘텐츠로 만드는 게 어렵다는 것, 마케팅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대형 마트 등이 와서 많이 사주는 것만 기다려서는 답이 없다는 것을 지역 생산자들도 잘 인지하고 있다. 우리의 방식이 지역생산자들의 가장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수 있을거라 본다. 다른 지역도 같은 고민이다. 제주가 베스트 프랙틱스가 되면 다른 지역으로 원활히 이어질거라 생각한다.
윤 : 제주도 생산자들이 어느날 공장을 만들어서 밀키트를 만든다고 할 때가 있다. 만드는 게 어려운 건 아니지만 면밀한 계획없이 시도할 때는 말리는 편이다. 판로도 잘 갖춰놓아야 하고 제품 가치구현 계획도 있어야 한다. 무턱대고 덤벼들면 위험하다. 쿠팡과 마켓컬리에 제품을 올리면 잘 될거라 생각하는 지역 생산자들도 많다. 틀린 생각은 아니지만 매출이 늘고 줄어드는 가변적인 상황이 많다는 건 잘 인지하지 못 한다. 가장 큰 문제는 경험이 없기에 매출이 뛸 때 판매쪽과 협의없이 설비 확장과 자금 집행을 일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는 거다. 준비가 잘 안 되어 있는 상황에서 설비를 확장하면 리스크가 크다. 실제 그런 문제로 멈춰있는 설비 시설이 제주에 많다. 그래서 우리를 중간 단계로 생각해 달라고 설득한다. 가치있게 제품을 보여주는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고 연간 100~120억 원 매출을 올리는 우리의식탁이라는 쇼핑몰이 있으니 확산 전에 테스트해보라 한다. 완숙된 다음에 쿠팡과 마켓컬리에 가도 늦지 않다.
쿠팡이나 마켓컬리라는 시리즈 투자 전에 거치는 인큐베이터이자 액셀러레이팅 과정같다. 현재 제주에서 찾은 될 것 같은 제품은 뭔가.
윤 : 실제 제품화해서 판매까지 하고 있는 것 중에 에어프라이어용 흑돼지 치즈돈까스가 있다. 제조 공장에서 컨베이어 형태로 찍어낸 게 아니라 핸드메이드 제품이다. 가장 좋은 퀄리티로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있다. 또 별도로 퍼블리싱한 것 중에 글로벌 탄산수 제조업체의 고민을 해결해준 사례가 있다. 그 회사의 고민은 소비자들이 머신은 구매하는데 실린더를 재구매 안 한다는 거였다. 그래서 작년에는 레몬파우더, 에너지부스터 형태로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함께했다. 올해는 외국에서 가져오던 시럽이 원활하게 확보가 안 된다는 문제가 있어서 제주의 한라봉과 청귤을 시럽 농도로 만들어서 탄산수에 섞에 먹을 수 있게 해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컬쳐히어로의 역량이 발휘되어 제주의 원재료가 글로벌 업체에까지 판매되는 구조를 만든거다. 앞으로도 이런 방식으로 지역 생산자의 고민을 풀어나갈 수 있을거다.
양 : 얼마전 제주산 생고사리 판매를 했다. 생고사리로 만드는 파스타 레시피 콘텐츠를 만들었고 연관 상품으로 생고사리를 소개했는데 재고가 순식간에 다 나갔다. 제주에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좋은 식재료를 레시피에 녹이니 자연스럽게 농민 돕기가 됐고 동시에 우리도 의미있는 성과를 냈다. 앞으로도 제주에 숨어있는 좋은 요소를 콘텐츠와 제품에 담아낼 계획이다. 좋은 사례를 하나하나만들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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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전쟁, 특히 개발자 구하기 전쟁이다. 컬쳐히어로는 어떤가.
양 : 우린 전쟁까진 아니다. 개발자가 원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네카쿠라배’처럼 연봉을 많이 줄 수는 없지만 그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게 지원한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인상적인 복지제도가 있다면.
양 : 여느 기업과 크게 다르진 않다. 우리만의 특징이라면 제주에서 일주일씩 휴가가 아닌 리모트 근무를 할 수 있다는 거다. 점심시간은 한 시간 반이다. 우린 먹는게 중요한 회사이기에 여유있게 한다. 반반차도 탄력적으로 쓰게 한다. 연차나 휴가도 사전 공유만 하면 된다. 따로 보고를 할 필요는 없다. 야근도 거의 없다. 여담인데, 제주에서 스테이하는 직원들이 지난주에 왔는데 반반차 내고 스노클링하러 가더다. 4시에 퇴근해서 스노클링하고 맥주를 즐기던데 좋아보였다. 노는 것도 진심이고 일하는 것도 진심인게 느껴져서다. 그간 함께 일하면서 체득한 업무 패턴이다.
마지막 질문이다. 올해로 창업한지 6년이 됐다. 다시 2015년으로 돌아간다해도 창업을 선택할건가.
양 : 할 것 같다. 이 사업이 잘 돼서 엑싯을 한다고 해도 마찬가지일거다. 사실 사업을 하며 안 힘든 적은 없었다. 점심시간에 짜장면과 짬뽕 중에 고르는 것도 쉽지 않은데 대표는 회사의 방향과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해야 한다. 또 책임져야할 직원이 있다는 건 정말 무거운 짐이다. 계획대로 안 될 때도 힘들지만 잘 될 때도 어떻게 유지하고 더 발전시킬지 고민하기에 피가 마른다. 늘 더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일 거다. 그래서인지 사업을 하며 즐겁다고 느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하잖나. 잘 잊어먹는다. (웃음) 재무적인 숫자를 넘어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내가 사업을 하는 가장 큰 가치 기준이다. 창업을 막 했을 때 회사의 미션이자 모토가 ‘어제보다 더 나은 콘텐츠를 만들고 찾아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자’였다. 그걸 지키면 돈이 따라올거라 생각했는데 수익을 만드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더라. (웃음) 회사가 돈을 많이 벌고 투자자들에게 리턴을 많이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단순히 수익을 좇고 불필요한 소비를 조장해 매출만 늘리는 것이 사업의 목적이라면 도박이랑 차이가 없다. 우리의 콘텐츠가 사람들에게 힐링이 되고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사업을 하며 제일 하고 싶은 것이다.
윤 : 창업을 통한 의미있는 과정은 사람으로 살아있다는 걸 느끼게 한다. 수동적이지 않고 능동적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움직일 수 있고 직접 부딪쳐서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사업에 있다. 우리 콘텐츠를 통해 유저가 행복해하면 나도 더 없이 행복하다. 지역과 사회에 기여를 한다고 느끼 때는 내가 헛살지 않고 있다 여기기도 한다. 아울러 선의에 의한 결과값, 콘텐츠를 통한 스케일업 과정을 보여주고 싶다. 처음부터 콘텐츠와 브랜드를 통해 운영관리를 해왔기에 크게 확장하고 길게 갈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그리고 제주 지역에서 콘텐츠와 커머스의 마중물 역할을 열심히 하겠다. 기대해 달라.
컬쳐히어로 제주 스튜디오 내외부 전경 ⓒ 플래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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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상래(xianglai@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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