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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어제 광화문 거리서 1시간, 남산터널속 30분과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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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재앙… 마음껏 숨쉬고 싶다]

초미세먼지 '매우 나쁨' 때 흡입량 측정해보니 최대 57.4㎍ 마셔

서울의 시간당 초미세 먼지(PM 2.5) 평균 농도가 1㎥당 122㎍을 기록한 15일 오전 9시. 본지 기자가 소형 기기(미국 AethLab사 AE-51)를 갖고 서울 성동구 왕십리 인근의 청계천 '비우당교'에서 광화문 사거리까지 약 5㎞를 걸어보며 블랙카본(BC)의 농도를 측정했다.

블랙카본은 크기가 2.5㎍ 이하인 초미세 먼지의 일종으로, 석탄·석유 등의 화석 연료나 나무 등이 불완전 연소할 때 발생한다. 많은 양에 노출되면 폐기능 저하, 천식, 인지력 저하 등을 일으키는 독성 물질이다.

이날 보통 걸음으로 1시간 10분가량 이동하며 측정한 블랙카본의 평균 농도는 1㎥에 6㎍ 수준이었다. 국립과학원이 발표한 '한국 노출계수'에 따른 30대 여성이 천천히 이동할 때 시간당 평균 호흡량(0.82㎥)을 대입하면 5.74㎍을 들이마신 셈이다.

통상 초미세 먼지 농도가 100㎍ 안팎인 것으로 알려진 자동차 터널에서 30분간 창문을 열고 달릴 때 들이마시는 블랙카본의 양과 비슷하다. 블랙카본이 전체 초미세 먼지의 10~15%를 차지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날 기자가 1시간 10분 동안 흡입한 초미세 먼지의 총량은 최소 38.2㎍에서 최대 57.4㎍인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30~50㎍의 초미세 먼지를 흡입하는 것이 일반인에게는 큰 문제가 아닐지라도 소아와 노인·임산부 등 취약층에게는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이용제 교수는 "최근 연구를 보면 초미세 먼지의 흡입량이 수년에 걸쳐 10㎍ 올라가는 것만으로도 암 사망률이 17%가량 늘어난다"며 "호주·핀란드 등 일상적으로 초미세 먼지에 적게 노출돼 있는 청정국과 비교하면 우리 국민은 훨씬 위험한 셈"이라고 했다.





[김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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