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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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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은 범죄도시” 혐오 확산… 밀양시, 20년전 사건 사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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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왼쪽부터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과 밀양시청 전경. /유튜브·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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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밀양시가 20년전 발생한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에 대해 25일 공식 사과한다. 최근 유튜브를 통해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의 신상이 폭로되면서 지역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가 확산하는 데 따른 조치다.

안병구 밀양시장은 이날 오후 밀양시청 대강당에서 80여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사과문을 발표한다. 안 시장은 이 자리에서 지역사회를 대표해 피해자와 국민에게 사과하고 향후 성범죄 근절과 인권 친화적 도시 조성을 약속할 방침이다.

지자체장이 자신의 임기가 아닌 수십 년 전에 발생한 과거 사건과 관련해 직접 사과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이 재조명되면서 지역 이미지가 타격을 입고 밀양 혐오 분위기가 퍼지자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은 2004년 12월 밀양지역 고교생 44명이 울산 여중생 1명을 밀양으로 불러내 1년간 지속해 성폭행한 사건이다. 당시 사건을 수사한 울산지검은 가해자 중 10명(구속 7명·불구속 3명)을 기소했고, 20명은 소년원으로 보내졌다. 나머지 가해자에 대해선 피해자와 합의했거나 고소장에 포함되지 않아 공소권 없음 결정이 났다.

이 사건은 이달 초부터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가해자들 신상이 잇따라 공개되면서 사건이 재조명받았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를 향해 2차가해성 발언을 한 주민들의 과거 언론 인터뷰도 온라인에 다시 올라왔다. 당시 사건을 조사하던 경찰이 대면 조사에서 피해자에게 “먼저 꼬리 친 것 아니냐”, “밀양 물을 다 흐려 놓았다”라고 말한 사실도 전해지면서, 밀양시에 대한 비판적인 분위기가 조성됐다.

실제로 최근 밀양시청 홈페이지에는 “집단 성폭행의 도시” “밀양하면 생각나는 것은 성폭행” “밀양 너무 무섭다. 발도 들이기 싫다” 등의 글들이 올라와 있다. “이번 여름휴가 밀양으로 안간다”, “밀양시의 반성이 없다면 조치가 없다면 앞으로 밀양 안 가고 밀양 특산물도 안 산다”라며 구체적인 행동을 거론하는 이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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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시청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 /밀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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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 중 9명은 ‘허위사실 작성자를 명예훼손으로 처벌해 달라’는 내용의 집단 진정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이들은 “사건과 관련이 없는데 유튜브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사진이 게시되고 신상 공개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진정인 조사와 각종 커뮤니티 및 유튜브 게시글과 영상을 확인하는 등 입건 전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외에도 온라인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이 무분별하게 확산하면서 이에 따른 고소·진정도 잇따르고 있다. 경남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따르면 지난 23일까지 해당 사건과 관련해 접수된 고소·진정 건수는 110여건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최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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