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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수술 잘 받아” 아내 마지막 문자, 남편은 붕대 맨 채 현장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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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참사 희생자들]

조선일보

경기 화성 화재 사망자 시신 4구가 안치돼있는 화성중앙종합병원 장례식장 안치실 앞 /강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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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수술 받고 퇴원하는 길에, 우리 아내가 사망했다고…”

지난 24일 오후 11시 15분쯤 경기 화성 화성중앙종합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이모(51)씨는 연신 울음을 삼키며 말했다. 경기 화성의 리튬 일차전지 공장 화재로 사망한 라오스인 쑥싸완 말라팁(33)의 남편 이씨는 지난 19일 뇌 혈관 수술을 받고 퇴원 절차를 밟던 중 지인으로부터 아내의 비보를 들었다.

이씨는 본지 기자에게 “평소 아내를 ‘쭈이’라는 애칭으로 불렀다”며 “수술 전에 아내가 “여보, 수술 잘 받아”라는 문자를 보냈는데 이것이 마지막 문자가 되어버렸다”고 오열했다. 이씨는 아내의 사망 소식이 믿기지 않는 듯 연신 한숨을 내쉬고 허공을 바라보기도 했다.

이씨는 “시신 신원이 파악되지 않아 사고 현장과 장례식장만 무작정 돌고 있다”며 “충북 괴산에서 직접 차를 운전해 몰고 왔는데 손이 벌벌 떨렸다”고 했다. 면도도 하지 못한 채 반팔과 슬리퍼 차림으로 온 이씨는 수술 여파로 머리에 하얀색 붕대를 감은 상태였다.

이씨는 아내와 지난 2010년 결혼해 11살 딸을 뒀다. 이씨는 충북 괴산에서 모텔을 운영하고, 아내는 4년 가량 화성의 일차전지 공장에서 일하고 있어 주말부부로 지내 관계가 애틋했다고 한다. 이씨는 “아내는 일하느라 바쁘니 비교적 여유가 있는 내가 딸을 곁에 두고 키웠다”며 “어린 딸이 충격을 받을까봐 아내의 별세 소식을 말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씨는 시신 훼손이 심해 신원 파악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고 장례식장을 떠났다.

지난 24일 오전 10시 30분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아리셀 공장 3동 2층에서 불이 나 근로자 22명이 숨졌다. 이들 중 2명은 한국 국적, 20명은 외국 국적(중국 18명, 라오스 1명, 미상 1명)으로 파악됐다. 사망자들은 화성송산장례문화원, 화성장례문화원, 함백산추모공원 등 5곳에 분산돼 안치됐다.

정부는 지난 2007년부터 ‘고용 허가제’라는 제도를 통해, 인력 송출국으로 지정한 국가로부터 제한적으로 저숙련 근로자를 받고 있다. 2015년부터는 라오스가 신규 지정돼, 라오스 인력이 2018년 2월 26명 최초 입국한 것을 시작으로 매년 수십~수백명씩 들어오는 추세다.

베트남·태국과 국경을 접한 동남아 국가인 라오스엔 인구 약 760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전 인구의 과반을 점유하는 라오족과 그 외의 수많은 소수 민족으로 이뤄져있다. 정치 체제는 1당 공산 독재국가로 운영되고 있으며 1인당 GDP는 약 1976달러로 주요 산업은 광물, 농업, 관광업이다.

[화성=강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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