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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기고] 이케아는 왜 브랜드해킹을 장려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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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는 왜 브랜드해킹을 장려할까? [콘텐트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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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이케아를 해킹해주세요

해킹은 우리 일상에서 나쁜 의미로 읽힌다. ‘해킹(Hacking)’이라는 표현이 컴퓨터 범죄의 의미로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해킹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좋은 해킹도 있다. 글로벌 홈퍼니싱 브랜드 이케아는 자기 브랜드를 해킹하는 것을 오히려 좋아하고 장려한다. 왜 그러는 것일까?

‘브랜드 해킹’이라고 들어 본 적 있는가? 제작자의 의도와 관계없이 소비자가 제품이나 서비스에 접근해 무언가를 바꾸는 행위, 자신의 입맛에 맞춰 개조하는 행위를 일컬어 ‘브랜드 해킹’이라고 한다. 코카콜라 캔으로 장난감을 만들거나 레고에 LED를 넣는 등 외국에서는 흔히 발견되는 현상이다.

해킹을 당하는 대표적인 브랜드로는 이케아가 있다. 이케아는 소비자가 직접 조립하는 ‘DIY(Do It Yourslef)’ 방식으로 유명한데 DIY 방식이기 때문에 부품들을 쉽게 조립할 수 있다는 점과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 때문에 비용 부담 없이 실험적으로 해킹할 수 있어 가장 많은 해커를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다. 예를 들어 잡지를 꽂는 용도로 판매되는 ‘잡지꽂이’ 제품을 신발을 꽂는 용도로 활용(용도의 해킹)하는 해커가 있으며, 아예 의자를 개조하여 자전거를 만드는 해커도 있다. 여기서 해커는 일반 소비자다. ‘이케아 해킹’에 사용할 수 있는 각종 부자재와 마감재를 판매하는 업체(슈퍼프론트)나 해킹을 대행해주는 가구 업체(리폼 코펜하겐)가 존재할 정도로 이케아 해킹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은 높다.

‘브랜드 해킹’에 대한 이케아의 초기 반응은 조용했다. 무대응 원칙을 고수하며 이케아 해커들을 고소하지도 그렇다고 지원이나 장려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케아의 기조가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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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락티그 소개 영상 보기

최근 이케아는 유명 산업디자인 ‘톰 딕슨(Tom Dixon)’과 함께 ‘오픈소스(Open Source)소파’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 오픈소스 소파의 이름은 어떤 것의 일부가 된다(being part of something)는 뜻의 스웨덴어 ‘디락티그(Delaktig)다. ‘디락티그’는 모양과 용도를 소비자가 쉽게 변경할 수 있는데 40%의 재생 금속으로 제작된 내구성 강한 알루미늄 프로파일을 사용하여 소파를 기본으로 다양하게 변형이 가능한 유연한 구조로 만들었다. 소비자는 원하는 형태와 용도에 맞게 팔걸이나 테이블, 램프 등을 추가로 설치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는 “과거 이케아 제품이 커버를 바꾸는 수준의 변화가 가능했다면, 이번 실험은 소비자가 가구의 근본적인 기능을 바꿀 수 있는 문을 연 것”이라고 평가했다. 해킹에 무관심했던 이케아가 이제 자신들의 제품을 해킹하는 문화를 받아들이고 이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느낄 수 있다.

이케아의 변화는 흥미로운 시사점을 준다. ‘오픈소스 소파’를 구매한 소비자가 자기 입맛에 맞춰 커스텀마이징한다면, 수없이 많은 새로운 소파가 탄생하게 될 것이다. 이는 모두 이케아의 콘텐트가 된다. 즉, 브랜드 해킹을 ‘소비자가 브랜드와 관련된 콘텐트를 직접 만드는 행위’로 해석할 수 있다. 이케아는 자기 브랜드의 제품을 변경할 권한을 소비자에게 제공함으로써 소비자가 만드는 브랜드 관련 콘텐트(=브랜디드 콘텐트)를 얻게 된 것이며, 소비자가 브랜드 관련 콘텐트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준 것이다.

#언제까지 브랜드가 만들래? 브랜디드 콘텐트의 NEXT에 대하여

TV나 라디오 등 한정된 매체에 의해 소수의 콘텐트가 유통되던 시대를 넘어 디지털 시대를 맞으며 누구나 콘텐트를 제작하고 유통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다양한 정보 창구가 생김으로써 이제 소비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정보를 선택해서 볼 수 있는 권력이 생겼다. 그래서 아날로그 시대의 유통 화폐가 ‘미디어’였다면 디지털 시대의 유통 화폐는 ‘공감’이다. 이제 소비자는 기업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놀고 있으며, 더는 광고만으로는 소비자를 설득할 수 없다. 소비자가 좋아하는 콘텐트로 설득해야 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네이버가 아닌 영상 콘텐트가 많은 유튜브에서 지식을 찾는다고 하니, 이 얼마나 콘텐트가 중요한 시대인가.

그야말로 콘텐트 커뮤니케이션 시대이며, 마케팅에서는 ‘브랜디드 콘텐트’가 주목받아왔다. 디지털 시대가 도래한 이후로 브랜드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소비자가 좋아하는 브랜디드 콘텐트를 잘 만들 수 있을까’였다. 소비자가 좋아하는 콘텐트를 만들기 위한 방법론에 항상 몰두해 있었다.

그러나 미디어의 권력이 소비자에게 넘어갔다고 하는데도 지금의 마케팅은 소비자가 아닌 브랜드가 주도하여 만들어내는 마케팅이다. 브랜드는 소비자를 콘텐트의 수신자로만 생각한다. 진정한 브랜디드 콘텐트는 소비자가 콘텐트의 발신자, 생산자가 되었을 때 만들어지는 것이지 않을까? 콘텐트를 만드는 주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실, 밀레니얼 세대는 SNS를 통해 주변 소비자들의 제품 리뷰나 댓글을 보고 제품구매를 결정한다. 특히 MCN스타들이나 인플루언서들의 리뷰 영상이나 포스팅은 그 영향력이 기존 미디어보다 더 높아지고 있다. 주관적일 수 있는 ‘브랜드가 만든 콘텐트’보다 객관적인(그렇게 보이는) ‘소비자가 만든 콘텐트’를 더 신뢰하는 것이다. 이에 발 빠르게 에뛰드하우스는 공식 홈피이지에 소비자가 남긴 SNS 사용후기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하는 ‘#에뛰드픽’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에뛰드하우스는 소비자가 만든 콘텐트의 힘을 잘 알고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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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고비용을 들이면서 콘텐트를 만들고 더한 비용을 들여 미디어에 노출해 소비자가 보게 만들고자 애를 쓸 것인가. 이제 브랜디드 콘텐트의 관점을 바꿀 필요가 있다. 이제 브랜드는 브랜드가 만드는 콘텐트를 넘어 소비자가 만드는 콘텐트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마케터가 해야 할 일은 콘텐트를 만드는 것보다 소비자가 콘텐트를 만들도록 유도하고 장려해야 한다. 흔히 사용되는 ‘바이럴’과는 다르다. 바이럴은 콘텐트를 브랜드가 만들면 자발적으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공유되도록 유도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건 소비자가 우리 브랜드와 관련된 콘텐트를 만들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디지털의 핵심은 ‘공유’를 넘어 ‘참여’다. 이제 브랜드의 역할은 소비자가 ‘브랜드를 가지고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데 있어야 한다.

브랜디드 콘텐트를 대하는 자세를 조금 틀어야 하는 시점이다.

#유튜브 창업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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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크리에이터가 유튜브라는 플랫폼 안에 콘텐트를 업로드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유튜브에 초기 투자했던 ‘시콰이어 캐피털’이 공개한 문서에 따르면, 유튜브 창업자들은 기존 영상 플랫폼은 영상 파일의 크기가 너무 크고, 영상 파일형식도 다 다르고, 연관된 비디오들을 연결해주는 서비스가 없다는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즉, 콘텐트 창작자가 창작하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었다. 유튜브 창업자들은 그들의 비전이 ‘사람들이 직접 만든 비디오를 인터넷에서 공유하는 가장 주된 장소가 되고 싶다’라고 밝혔다고 한다. 앞으로 사람들이 더 비디오를 많이 만들 것이고, 그들이 만든 비디오를 쉽고 편하게 올릴 수 있는 플랫폼이 유튜브가 되겠다는 것이었다.

유튜브 창업자들은 유저가 유튜브에서 콘텐트를 만들고 싶은 환경을 조성해준 주는 것에 유튜브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최근 CJ E&M의 OTT 플랫폼인 티빙에서 흥미로운 발표를 한 적이 있다. 티빙을 CJ E&M의 콘텐트 외에도 외부 제작사의 콘텐트를 다루는 개방형 플랫폼으로 서비스를 전면 개편한다는 내용이었다. 콘텐트 제작자와 상생을 전면에 내세우며 티빙에서 콘텐트로 생기는 광고매출의 최대 90%의 수익을 제작자와 배분키로 했다. 콘텐트 제작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매력적인 조건이다. 콘텐트 확보 전쟁으로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OTT 업계에서 티빙 나름의 승부수인데 티빙에서 콘텐트를 유통하고 싶은 환경을 조성하려는 것이다.

#만들고 싶은 환경, 콘텐트 인프라를 구축하라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브랜드의 마케팅적 역할은 인프라를 구축하는 정부와 닮아야 한다.

앞서 소개했던 이케아, 그리고 유튜브, 티빙의 공통점은 타겟(소비자 또는 창작자)이 자기 브랜드를 통해서 콘텐트를 만들고 싶도록 환경을 조성해주었다는 점이다. 경부고속도로는 단순히 도로의 역할을 넘어 수도권과 영남을 잇고 부산항을 잇는 새로운 무역의 기회를 제공했다.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2차, 3차의 가치창출이 가능했던 것이다. 방탄소년단의 성공은 SNS 덕분이라고 ‘방탄소년단’을 기획한 방시혁 대표가 말한 적이 있다. SNS라는 인프라가 ‘방탄소년단’이라는 새로운 콘텐트 탄생에 기여한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AR을 구현할 수 있었기 때문에 ‘포켓몬고’가 흥행할 수 있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처럼 소비자가 콘텐트를 만들게 하고 싶다면, 소비자가 콘텐트를 만들고 싶은 환경, ‘콘텐트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인프라 구축을 정부에서 했다면, 콘텐트 인프라 구축의 주체는 당연히 브랜드다.

브랜드는 ‘콘텐트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마케팅을 해야 한다.

‘콘텐트 인프라’란 소비자가 지속적으로 우리 브랜드를 가지고 놀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는 일련의 마케팅적 행동을 의미한다. 소비자가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가지고 놀 수 있는 환경’이란 소비자가 주체가 되어 브랜드와 관련된 콘텐트,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만들곤 싶은 환경을 말한다. 이케아가 ‘오픈소스 소파’를 통해 콘텐트를 만들고 싶은 환경을 조성해준 것처럼 말이다. 인기게임 ‘마인크래프트’를 보면, 소비자가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줬을 때 얼마나 상상 이상의 콘텐트가 만들어지는지 알 수 있다. 요즘 시대의 소비자만큼 똑똑하고 창의적인 소비자도 없다.

#브랜드 로열티가 높다면, 콘텐트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쉬워진다

사실, 브랜드는 소비자가 만드는 콘텐트에 지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UGC(User Generated Content)다. (UCC(User Created Content)와도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일반 사용자가 창작한 콘텐트를 말한다) 2009~2010년 즈음부터 브랜드가 UGC 콘테스트를 열고 소비자가 콘텐트를 만들도록 유도했던 하나의 트렌드 같은 현상이 있었다. 그러나 이 당시에는 단순히 리워드를 주고 콘텐트를 만들어오라는 일종의 공모전 같은 형식이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굳이 만들 필요가 없다. 일확천금의 기회가 아니라면 내 시간을 사용하면서까지 참여하고 싶지 않다. 재미도 동기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콘텐트를 만드는 미션을 주는 것과 콘텐트를 만들고 싶은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물론, 애플이나 코카콜라처럼 팬을 만들고 러브마크가 된다면, 소비자가 알아서 만들기는 한다. 그리고 그걸 제대로 활용하는 것도 브랜드의 역량이다.

국내에서는 배달의 민족의 사례가 적절하다. 국내 마케팅의 좋은 예를 소개할 때 항상 배달의 민족을 언급하게 되어 지겨울 수도 있지만, 그만큼 잘하는 곳도 없다. 배달의 민족도 처음에는 본인들이 스스로 콘텐트를 만들었다.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고 배우 류승룡이 호기롭게 외치던 광고를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점점 배달의 민족의 콘텐트는 소비자 주도적으로 바뀌어 갔다. “OO야, 넌 먹을 때가 젤 이뻐”라는 옥외광고 문구로 수많은 소비자의 이름을 불러주었던 광고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요즘 배달의 민족의 마케팅은 소비자가 만드는 브랜디드 콘텐트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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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은 살 안쪄요, 살은 내가 쪄요” “시작이 반반이다” 등의 카피들은 온라인상에서 수없이 회자되었던 명카피다. 옥외광고로도 만날 수 있었던 이 카피는 브랜드가 아닌 소비자가 쓴 카피다. 매년 배달의 민족에서 개최하는 ‘배민신춘문예’의 당선작이다. 음식과 다이어트를 소재로 한 짧은 시를 응모 받는 ‘배민신춘문예’는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하며 1회부터 3회까지 출품작만 14만 2천여 편에 달한다. 브랜드(배달의 민족)는 콘텐트 인프라(배민신춘문예)를 지속해서 운영, 장려하고 있으며 소비자는 배달의 민족과 관련된 브랜디드 콘텐트를 생산해주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배달의 민족은 ‘배짱이’라는 브랜드 팬클럽까지 창단했는데, ‘배짱이’는 직접 굿즈를 만들기도 하고 ‘배짱이의 밤’에는 다 같이 모여 파티를 열기도 한다. 필자의 지인도 ‘배짱이’ 소속 회원인데 자기가 낸 아이디어로 실제 굿즈를 만들었다며 필자에게 선물해주기도 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재밌어서 하는 것이라며 즐거워하던 지인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배짱이’라는 팬클럽 회원들이 만들어 낼 배달의 민족만의 콘텐트가 무척 기대된다.

배달의 민족은 엄청난 브랜드 로열티를 가지고 있는 브랜드다. 그동안 배달의 민족이 노력한 덕분이다. ‘이런십육기가’ USB로 유명한 배민 굿즈나 배민 무료폰트, 영화예고편 같은 흥미로운 바이럴 영상 등 소비자가 좋아하는 콘텐트를 잘 만들어왔기 때문에 배달의 민족은 소비자에게 러브마크가 될 수 있었다. 배달의 민족 정도는 되어야 신춘문예라는 일종의 공모전을 개최하더라도 10만 명 이상이 참가한다. 높은 브랜드 로열티를 가진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직접 만들라고 해도 잘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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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트 인프라는 브랜드가 가진 권력을 이양함으로써 만들 수 있다

이쯤에서 이 글을 읽는 분이라면, “결국 브랜딩하라는 말이잖아…”라고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사실모든 브랜드가 콘텐트를 만들어주고 싶은, 소비자가 사랑하는 브랜드가 될 수는 없다. 배달의 민족 같은 브랜드는 국내에서도 극소수다. 결국,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P&G의 CEO 앨런 래플리는 “소비자가 실질적으로 우리의 브랜드를 소유하는 것은 물론 뭔가를 창출해내기 시작했다. 우리는 브랜드를 놔줄 수 있어야 함을 배워야만 한다”라고 했는데 ‘브랜드를 놔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앞서 소개한 이케아처럼 브랜드가 가진 권력(제품을 변경할 권한)을 소비자에게 이양함으로써 콘텐트가 만들어지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왕이다. 안방을 내주는 걸 아까워하면 안 된다. 안방을 내주더라도 안방에서 하는 일은 모두 나(브랜드)의 것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UGC 콘테스트처럼 리워드를 주고 무턱대고 소비자에게 참여하라고 하는 건 안 된다. 만들어오라는 일방적인 접근이 아닌 만들고 싶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안방을 내주고 그 안에 흥미로운 놀거리, 스토리를 제공하여 소비자의 창작욕, 참여욕구를 이끌어내야 한다.

#콘텐트 인프라를 잘 구축한 사례

앞서 소개한 이케아의 ‘오픈소스 소파’처럼 소비자에게 브랜드가 가진 권한을 이양함으로써 소비자가 콘텐트를 만들고 싶게 유도한 사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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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제품 변경의 권한을 부여 = 레고의 ‘마인드스톰’, ‘빌드 위드 크롬’

창의력을 길러주는 대표적인 완구답게 레고는 소비자가 콘텐트를 만들고 싶게 하는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해왔다. ‘마인드스톰’은 전기모터와 센서 블록을 조립한 후 컴퓨터 프로그램을 입력해 움직이는 레고인데 출시하자마자 해킹을 당하고 만다. 해커들이 ‘마인드스톰’에 새로운 행동을 덧씌우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레고는 해킹범을 고발하는 대신 오히려 프로그램을 공개해 제품 변형을 적극적으로 장려했다. 그러자 소비자는 경쟁적으로 자신의 창의력을 뽐내기 시작했고 마인드스톰은 100만대가 팔리며 대히트를 기록했다.

‘빌드 위드 크롬’ 캠페인도 소비자가 콘텐트를 만들 수 있도록 장려한 대표적 캠페인이다. 크롬 브라우저에서 레고를 조립할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었는데 ‘마인크래프트’를 연상하면 쉽다. 소비자들은 기존에 출시된 적이 없는 다양한 형태의 레고를 만들어볼 수 있었고 이를 서로 공유하며 자신들이 만든 콘텐트를 뽐냈다.

2.브랜드 공간의 권한을 부여 = 밀도의 ‘메시지 빔프로젝터’

줄 서서 먹는 식빵으로 유명한 식빵브랜드 ‘밀도’는 매장 외벽 공간에 소비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작성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매장이 운영되지 않는 저녁부터 그다음 날 아침까지 매장의 위쪽 벽면 공간에 빔프로젝터로 동네 주민들이 신청한 메시지를 보여주는 것인데, 대학교 합격 소식부터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는다는 사연까지 이웃 주민에게 전하고 싶은 주민들의 다양한 사연들이 지금도 빔프로젝터를 통해 쏘아지고 있다.

3.문구 작성의 권한을 부여 = 스페셜 패키지 형태의 프로모션

기존 패키지에 적힌 문구를 소비자가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스페셜 패키지 형태의 프로모션도 대표적인 소비자의 창의성을 유발하는 사례다. 빙그레의 바나나맛우유는 제품명에서 자음을 빼고 ‘ㅏㅏㅏ맛 우유’로 리뉴얼 출시하여 사랑해, 반해라, 한잔해 등 소비자의 상상력이 담긴 다양한 콘텐트가 생성되었다. 비타500을 만드는 광동제약은 매년 수험생들을 위해 정기적으로 스페셜 패키지를 제작한다. 소비자(수험생 지인)에게 직접 응원 메시지를 신청받아 ‘청춘만점’ ‘1등급각’ ‘걱정ㄴㄴ’등의 응원문구로 스페셜 패키지를 만들어 고3 수험생에게 배포한다.

이러한 형태의 프로모션들에 가장 중요한 건 지속성이다. 공정비용 증가 등의 문제가 있겠지만, 지속성을 가지는 연간 캠페인으로 진행한다면 정기적으로 수많은 콘텐트가 생산되는 ‘콘텐트 금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4.제품정보 작성의 권한을 부여 = 운동화 멀티샵 Foot Locker의 스니커피디아

세계적인 운동화 멀티샵 브랜드 Foot Locker(ABC마트와 유사)는 사용자가 자율적으로 내용을 추가 수정하는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의 형식을 채용한 ‘스니커판 위키피디아’를 만들었다. 소비자에게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스니커즈의 사진과 정보, 후기 등을 등록할 수 있게 했는데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신발을 뽐내고 싶어 하는 소비자의 매니아적 특성을 잘 파고든 것이다. 또한 ‘위키피디아’와 다른 점은 커뮤니티 적인 성격이 존재하여 올려진 신발에 자신의 의견을 달 수 있게 했다는 점이다. 제품정보를 소비자가 작성하게 함으로써 Foot Locker는 스니커즈를 매개로 자신의 취향이나 정보를 나누는 커뮤니티를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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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니커피디아 사이트 들어가기

위에 소개한 네 가지 사례는 소비자에게 브랜드가 가진 권한을 부여했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참여하고 싶은 동기를 잘 유도했다는 점을 더 눈여겨봐야 한다. 내 신발을 뽐내고 싶은 소비자의 특성을 파고든 것처럼 말이다.

#에필로그 : 소비자가 만드는 브랜디드 콘텐트를 위해

가장 이상적인 마케팅은 소비자가 알아서 브랜드와 관련된 콘텐트를 만들어주는 것이지 않을까?브랜드는 그렇게 되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면 된다. 브랜드가 콘텐트를 만드는 방법론이 이슈인데 콘텐트를 만드는 주체에 대한 고민, 소비자가 어떻게 콘텐트를 만들게 할 것이냐가 더 중요한 아젠다가 되어야 할 것이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 소비자가 콘텐트를 만들게 하는 브랜드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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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길 / 현재 광고회사 Group IDD에 재직 중인 광고기획자이며, 광고마케팅 관련 강사 및 컨설턴트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플리토, 토니버거, 트리아뷰티 등 스타트업이나 신규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글: 손 요한(russia@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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