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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현장] 스타트업이 묻고, 고민하고,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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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에 관심 있는 사람을 방법은 창업가들이 모이는 모임, 강연, 혹은 콘퍼런스 등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모임에는 주로 실제 창업가, 창업 준비 단계의 예비 창업가, 그리고 언젠가 창업할 준비 차원에서 관심을 가지고 참여한 잠재적 창업가들이 참석하죠.

이렇듯 창업 생태계에는 행사가 많습니다. 수천 명 규모의 데모데이 뿐만 아니라 하루에도 몇 차례 창업 관련 이벤트가 열립니다. 대체적으로 스타트업 관련 이벤트의 공식, 비공식 마무리는 네트워킹 타임입니다. 이런 소통의 자리는 창업 후 얼마 안 되는 스타트업에게 도움이 됩니다. 외부 활동을 통해 회사와 서비스를 알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인재를 구하는 용도로 활용되기도 하죠. 또 시기상 프로토타입을 선보일 때는 스타트업의 시드머니가 떨어질 무렵이기 때문에 투자자를 만나는 경로가 되기도 합니다.

반면에 연차가 있는 창업자들은 터놓고 소통할 수 있는 자리가 상대적으로 적어졌다고 말합니다. 이들 입장에서 스타트업 이벤트와 네트워킹 행사는 사업에 도움이 되는 형태여야 참가에 의미가 있습니다. 이들 상당수는 주최측의 들러리로 불려오거나 불특정다수와 여과없이 만나는 것이 고단한 일이라 입을 모읍니다. 사람 가려가면서 만난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시간과 싸우는 입장에서 블라인드 데이트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일부에서는 네트워킹 행사의 무용론이 나올 정도입니다. 각설하고.

지난달 30일 오후 4시 우아한형제들 방이동 신사옥 8층 회의실에 30여 명의 스타트업 관계자가 모였습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Korea Startup Forum이하 KSF)의 올해 첫 포럼 행사에 참여하기 위함입니다.

영국 국회의사당에서 모티브를 따왔다는 회의실에서 열린 이번 포럼은 초대로만 진행된 비공개 행사로, 초중기 창업자 간 실용적인 대화가 오고간 자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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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스타트업 포럼’ 2017 1차 포럼 현장 /사진 = 플래텀

“기자들 왔는데, 이런 이야기 하면 안 되는데 …”

현실적으로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은 분쟁이 생겼을 때 약자일 수 밖에 없습니다. KSF는 스타트업의 목소리를 위해 발족한 스타트업 연합체입니다. 회장사인 우아한형제들을 비롯해 야놀자, 비네이티브, 한국NFC, 이음, 온오프믹스 등 70여개 스타트업 기업들로 구성된 단체죠.

“KSF는 작년 여름에 스타트업들이 모여 공통적으로 느끼게 되는 문제를 해결하고, 어려운 일을 나누려고 출범했다. 오늘 깊은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다.”

김봉진 대표의 이날 인사말처럼 KSF는 지난해 9월 26일 공식 활동을 시작해 그간 크고 작은 이슈에서 스타트업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습니다. 법률지원단도 있기에 규제 등에도 공동대응도 하고 있습니다. 가입된 스타트업이 포럼의 가장 큰 순기능으로 여기는 부분입니다. 아울러 분기별로 현안을 다루는 정기, 비정기 포럼도 개최하는 중입니다.

2017 1차 포럼의 모토는 ‘스타트업이 묻고, 고민하고 답하다.’였습니다. 말뿐이 아니라 이날 행사에는 인사, 마케팅, IR, 매출 등 꽤나 민감한 주제들이 제시되었고, 선후배 기업 간 질의응답이 오고 갔습니다. 기업 관계자들은 행사장에 앉아있는 기자들이 신경쓰였겠지만, 꽤 진솔한 이야기를 주고 받았습니다. 회사의 방향성을 결정했던 사례, 마케팅 사례, 심지어 외부에 공개되기 어려운 직원의 비위사실 사례 등 민감한 내용도 언급되었습니다. 오프더레코드를 전제로 언급된 내용 외 스타트업에게 참고가 될만한 사항을 정리해 봤습니다.

잘 헤어지는 게 중요하다.

작은 스타트업은 중견기업에 비해 많은 것이 부족합니다. 그중에 하나가 인사시스템입니다. 로켓에 비유되며 스타트업 입사를 긍정적으로 권하는 추세가 있지만, 서로간의 검증이 미진한 상황에서 묻지않고 입사를 하면 이별이라는 파국으로 쉽게 진행됩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큰 비전을 가지고 있지만, 그만큼 일도 많습니다. 아울러 고용인 입장에서 외부에서 기업을 봤을 때와 내부에서 직접 겪을때의 괴리감은 제법 큽니다. 창업자와 경영진의 꾸준한 동기부여가 필요하지만, 관리에 시간을 들이기에 스타트업의 현실은 녹록치 않습니다. 이렇듯 사람을 들이고 내보내는 인사 관리는 스타트업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이슈입니다.

“회사에 우수한 인재가 있어도 그들이 생각하는 방향이 회사의 방향과 다르면 문제가 발생한다.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방향성과 코드의 문제다. 좋은게 좋은거라는 착한 대표 포지셔닝은 회사의 리스크로 작용할 수도 있다. 헤어져야 할 때는 헤어져야 한다. 다만 헤어질땐 맞지 않음을 서로 이해하고 그것을 설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음소시어스 김도연 대표

“문제가 안 생기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병은 생긴다음에 치료하는 것이 힘들다. 능력있는 인재, 시니어급 인재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병을 키우는 창업자들이 많다. 하지만 원인을 그대로 남겨두면 그게 더 확산되고 더 큰 문제가 된다. 다만, 감정적으로 처리해서 해결되는 것은 없다. 시간을 두고 대화로 안 풀어지는 문제는 없다.” – 온오프믹스 양준철 대표

“인사문제는 해결이 어려운 이슈다. 50명 이하일 때는 다 눈에 보였지만, 어느정도 숫자를 넘어가면서 잘 안 보이더라. 그래서 여러가지 장치를 만들 수 밖에 없었다. 우리는 대기업 감사팀이나 인사팀의 운영 노하우를 우리 인사시스템에 일부 차용하기도 했다.” –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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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 / 사진 = 플래텀

마케팅은 어떻게 해야할까? 신규고객과 재구매 고객은 어떻게 모아야 할까?

스타트업은 마케팅을 하는 것이 녹록치 않습니다. 창의적인 제품이 있다해도 브랜드 인지도가 전혀 없는 마켓에 진출해 자신을 알리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더구나 스타트업은 J-Curve로 대변되는 빠른 성장을 추구하기에 성장에 대한 압박이 기성 기업보다 높습니다. 그렇다면 스타트업은 마케팅에 어느 정도나 투자해야 할까요? 김봉진대표가 이에 대해 경험담을 이야기 했습니다.

-메스미디어 마케팅은 언제해야 할까?

“우아한형제들은 퍼포먼스 마케팅도 하고 있고, 규모있는 메스미디어 마케팅도 했다. 퍼포먼스 마케팅은 효율이 좋다. 다만 모수가 크지 않다. 반대로 메스미디어는 효율은 안 좋지만 모수가 크다. 사실 최고의 크리에이티브는 돈이다. 물량을 얼마나 밀어 넣느냐로 결과가 나온다. 우리는 그런 비용을 줄이기 위해 크리에이티브를 고도화 하고 있다. 메스미디어 마케팅은 해야하는 시점이 있다. 스타트업 중에 메스미디어 마케팅을 일찍 시작하는 경우가 있는데, 말리는 편이다. 메스미디어 마케팅을 하는 기준은 정성적으로 봤을 때 타겟 층 세 명 중에 한 명이 우리 서비스를 알고있을 때라고 본다. 대다수의 대중이 우리를 모르는 상황에서 메스미디어 마케팅을 한다면 엄청난 예산이 들어간다. 세 명 중에 한 명 정도는 서비스를 인지하고 있어야 옆 사람에게 이야기 한다. 그런 효과가 있을 때 진행해야 한다. 메스미디어 마케팅은 두 번째 할 때 첫 번째와 같은 효과가 나지 않는다. 경험상 50%정도의 효과밖에 나지 않는다. 세 번째부터는 작게 꾸준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산이 적다면, 쪼개서 해라.

“메스미디어 마케팅을 할 때 예산이 작다면, 쪼개는 기법이 있다. 대중이 광고를 많이 본 것처럼 하는 것이다. 사람이 다니는 동선에는 버스, 지하철, 라디오 등 여러 매체가 있다. 이 매체에 동시에 광고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씩 돌아가면서 하는 것이다. 이번달은 라디오에 한다면 다음달은 버스에 하고, 그 다음달은 지하철에 하는 형식이다. 대중은 세 달 동안 다 광고한 줄 안다. 비용은 줄이고 효과는 높이는 방식이다. 돈을 많이 쓰는게 최고의 효율이겠지만, 그럴 여견이 안된다면 작게 퍼포먼스 마케팅을 하는 게 효율적이다.”

-메스미디어 마케팅을 할 때 리스크 관리도 준비하라.

“메스 마케팅을 준비할 때 준비해야 할 것은 리스크 관리다. 그것을 준비하지 않으면 기업이 흔들릴 수 있다. 기업의 겪는 대부분의 악재는 메스미디어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하고 나서 닥쳐온다. 각 회사마다 리스크가 되는 포인트가 있다. 그것에 대해 전략이 세워져 있어야 한다. 우리가 겪은 수수료 이슈도 메스미디어 광고를 하고나서 터졌다. 우리 뿐만 아니라 여러 기업에 대한 문제 제기가 광고가 나간다음에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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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스타트업 포럼’ 2017 1차 포럼 현장 /사진 = 플래텀

자연성장, 타깃 마케팅으로 성장한 스타트업 사례

별도의 마케팅 비용을 쓰지 않고 성장한 기업 사례도 공유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초기 스타트업에게는 이들의 사례가 더 와닫는 내용일듯 싶습니다.

“마케팅 측면에서 보면 온오프믹스는 자연성장을 한 사례다. 2016년까지 우리가 사용한 마케팅 비용이 150만 원이 전부다. 2016년 말 우리 회원수는 66만 명, 참가신청기준으로 150만 명이다. 사용자가 들어왔을 때 바로 소비할 수 있는 상품이 없다면 메스마케팅은 하지 않는게 맞다. 대신에 우리가 존재하는 것이 유의미한 사람들과 손을 잡고 그들의 매체를 활용했다. 홍보에 수천만원 쓰는 사람은 우리 서비스를 쓰면 그 돈을 안 쓰게 된다. 그 대신에 그들은 온오프믹스를 통해 접수를 받는다는 보도자료를 내고, 배너광고하고, 페이스북 광고를 했다. 우리가 게이트웨이가 되면서 이름을 알리고 성장했다. 이런 과정 다음에 메스 마케팅을 해야 의미가 있다고 본다.” – 온오프믹스 양준철 대표

“우리 서비스는 지역을 조닝(zoning)을 할 수 밖에 없는 특성이기에 판교에서 처음 시작했다. 비즈니스 론칭 당시 원칙은 마케팅 비용은 우리 생태계 내에서만 쓴다는 거였다. 드라이버에게는 실제 받는 것보다 더 많이 주고, 라이더에게는 지불해야 하는 비용보다 낮게 받았다. 그 사이를 마케팅하는 방식으로 사업계획을 짰고, 성장속도에 따라 마케팅 비용을 책정했다. 긍정적으로 네트워크 효과가 있었다. 드라이버는 우리 서비스가 이득이 되니 주변에 추천하고, 어플도 자주 사용했다. 라이더들은 택시 등 대중교통을 탔을 때 소모해야 하는 수고와 비용을 우리가 덜어주기에 활용했다. 현재 잔존율(리텐션) 부분을 신경쓰고 있다. 고객을 드라이버와 라이더로 나누고, 이들의 이용주기, 직업, 사용패턴, 선호하는 거리, 재방문 비율 등을 분석해 그것에 맞는 메시지를 따로 내보내고 있다. 최근 신규고객을 유치하면서 적용중인 부분이다.” – 풀러스 김태호 대표

그리고 레드밸벳벤처스, 스페이스레븐, 착한텔레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스페이스레븐, 레브밸벳벤처스, 착한텔레콤 3사의 회사소개 IR도 진행되었습니다. 스페이스레븐은 인테리어 O2O 서비스, 인포테리어를 서비스하는 기업이고, 레드밸벳벤처스는 통합보험관리앱, 보맵의 개발사입니다. 그리고 착한텔레콤은 렌탈폰 사업 등 중고폰 및 제네릭 가전 사업을 진행중인 기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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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레븐 김동윤 대표 /사진 = 플래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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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밸벳벤처스 류준우 대표 /사진 = 플래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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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텔레콤 박종일 대표 /사진 = 플래텀

“이전에 없던 사업 모델을 만들어서 나오니 사업이 안 되더라. 그래서 방향을 바꿔서 기존에 있는 시장에 침투하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 등장한 신조어가 ‘제네릭(generic) 가전’이다. 대기업과는 품질로는 못지않은데, 기능을 줄인 유명하지 않은 메이커 상품을 뜻한다. 대기업이 50만원짜리 첨단 제품을 선보이면, 제네릭 가전 회사는 핵심기능만 갖춘 5만원짜리 제품을 내는 거다. 장기불황이라는 틈에서 이들 기업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실례로, 카시오에 재직하다 나와 창업한 어느 회사는 중국에서 물건을 들여와 판매하는 데 매출이 1000억 대가 넘어갔다. 이 회사 작년까지 직원이 사장 혼자였다. 모든 것을 다 아웃소싱한 거다. 작은 회사가 빈틈을 빨리 치고 들어간거다. 한국에서도 이런 트랜드가 올거라 본다.” – 착한텔레콤 박종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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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네이티브 김문수 대표 /사진 = 플래텀

글: 손 요한(russia@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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