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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2 (목)

美 “관세 부과” vs 러 “공급 중단”… 에너지 냉전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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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취임 앞두고 더욱 치열

28일(현지 시각) 러시아가 친(親)서방 국가로 분류되는 몰도바에 내년부터 가스 공급을 끊겠다고 선언했다. 전체 천연가스의 90%를 러시아에 의존해온 몰도바가 친서방 성향 대통령이 연임하는 등 서방 국가와의 친분을 강화하자, 러시아가 에너지를 중심으로 압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내년 1월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과 맞물리면서 세계적인 ‘에너지 냉전’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앞서 20일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유럽연합에 “미국산 석유와 가스를 대규모로 수입하지 않으면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에너지 패권 강화를 공언하고 나섰다. 그러자 28일 우크라이나는 미국산 LNG(액화천연가스) 수입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그래픽=조선디자인랩 한유진


◇中 손잡고 서방 끊어내는 러시아

차기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이 생산한 에너지를 무기로 패권 장악에 나서는 가운데 러시아도 이에 질세라 중국, 인도 등 주변국과 손잡고 석유·가스 분야에서 맞대응에 나서고 있다. 몰도바 등 친서방 국가에 대한 가스 공급까지 끊어가면서 에너지 패권을 강화해나가는 것이다. 마치 과거 냉전기 당시 소련이 중국과 동유럽 등 공산권은 물론, 인도 등 비동맹 국가까지 아우르던 것처럼 사실상의 냉전 구도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달 초 러시아 국영 로스네프트는 인도 정유 회사인 릴라이언스와 하루 50만 배럴, 연간 약 130억달러(약 19조18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원유 공급 계약을 맺었다. 시베리아산 가스를 중국으로 보내는 5111㎞ 규모 가스관인 ‘파워 오브 시베리아’ 공사도 지난달에 마치면서 중국과의 가스 공급 협력도 더 강화했다. 여기에는 올 들어 강화되기 시작한 중국과 러시아의 가스 분야 협력이 영향을 미쳤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러시아가 중국으로 보내는 가스 수출량은 올해 대폭 늘어, 올 1~11월 러시아와 중국을 잇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으로 중국에 유입된 가스는 작년보다 40% 늘어난 약 285억㎥로 추산된다.

에너지를 둘러싼 진영 간 갈등은 석유, 가스뿐 아니라 원전 업계에서도 나타난다. 슬로바키아, 헝가리 등 일부 친러 국가들은 유럽연합(EU)이 2027년까지 원전, 가스 등 에너지 공급망에서 러시아를 배제하기로 한 조치에 반대하고 있다.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는 지난 22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을 직접 만난 후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슬로바키아 원전의 전기 생산에 타격을 줄 것”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러 에너지 제재’까지 꺼낸 미국

러시아가 에너지 패권을 강화하면서, 미국은 러시아 에너지 산업을 직접 제재할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지난 24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산 원유를 비서방 국가에 운송하는 수출업자,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에 관여한 은행 등에 제재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그동안 에너지 가격 급등을 우려해 러시아의 석유·가스 등 수출 제재에 직접적으로 손을 대는 조치는 피해왔다. 그러나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달 “내년 석유 공급이 하루 100만배럴 넘는 과잉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데다, 미국 내 인플레이션 완화 흐름이 강해졌고 트럼프 당선 이후 정치적 부담이 줄면서 대러 제재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는 “러시아가 친서방 국가에 가스 공급을 중단하는 것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석유·가스 개발 확대 정책에 대비하는 포석”이라며 “에너지 가격을 떨어뜨려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트럼프가 화석연료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면 진영 간 경쟁은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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