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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뒤집힌 최후 구조 수단...7층 탈출자 사망 부른 에어매트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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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의견 들어보니

조선일보

22일 오후 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동의 한 숙박업소에서 화재가 발생해 출동한 구조대원들이 실종자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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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경기 부천시 중동 호텔 화재 사고 당시 투숙객 2명이 소방당국이 설치한 에어매트로 뛰어내렸다가 사망하자 에어매트의 안전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구조 장비를 향해 몸을 던진 여성이 에어매트 가장자리로 떨어지면서 매트가 뒤집혔고, 바로 뒤에 뛰어내린 남성이 맨바닥으로 추락하는 상황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23일 소방당국과 목격자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 39분쯤 119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오후 7시 48분쯤 호텔 1층 외부에 에어매트를 설치했다. 당시에는 처음 화재가 발생한 810호 객실에서 불길이 일어나고 건물 안에 유독가스가 찬 상태였다.

당시 출동한 소방 당국이 설치한 에어매트는 10층 높이에서 뛰어내려도 살 수 있게 제작된 장비였다. 가로 7.5m·세로 4.5m·높이 3m 크기다. 이 에어매트의 무게는 공기가 주입되지 않은 상태에서 126㎏이다.

오후 7시 55분쯤 7층에 있는 807호 객실에서 먼저 뛰어내린 여성이 에어매트 모서리 부분으로 떨어졌고, 이 때문에 에어매트가 뒤집어진 상태에서 나중에 뛰어내린 남성은 그대로 바닥에 추락했다. 이들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모두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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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7시39분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의 한 숙박업소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탈출용 에어매트를 설치하고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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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설치된 에어매트에 적힌 ‘119부천소방서’라는 글씨가 뒤집힌 채로 있는 사진이 퍼지면서 소방 당국이 에어매트를 제대로 설치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소방당국은 이에 대해 “에어매트는 정상적으로 설치됐으나 안전한 중앙부 대신에 모서리로 떨어졌다”고 했다.

숨진 2명은 당시 7층에서 에어메트로 뛰어내렸는데, 애초 이런 높이에서 에어매트로 몸을 던지는 상황에서는 생존 확률이 높지 않다고 한다. 10층용 에어매트를 썼더라도, 고층에서 에어매트로 뛰어내리는 행위 자체가 작게는 부상, 크게는 목숨을 잃을 위험성이 있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박정운 전 세종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7~8층 이상 높이에서는 에어매트가 별 효과가 없다”며 “사람 몸무게가 있고, 높이가 있기 때문에 에어매트에 제대로 떨어지더라도 큰 부상을 입을 수 있고, 사망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예전에 실험을 해보니 2층에서 에어매트로 제대로 뛰어도 신체에 상당한 충격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고층에서는 에어매트에 제대로 뛰어내리기도 어렵다. 그만큼 큰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어서 마지막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해 게재된 ‘소방장비 기본규격’에 따르면 공기안전매트는 ‘16m 이하의 높이에서 요구조자의 구조활동을 위하여’ 사용된다.

특히 요구조자가 안전한 자세로 에어매트의 가운데 부분에 떨어지지 않으면 생존 확률이 낮다고 한다. 이영팔 소방청 119대응국장은 “에어매트에는 안전 에어리어(구역)가 있다. 가의 테두리를 빼고 가운데에 뛰어내려야 한다”며 “요구조자는 추락하는 느낌으로 몸을 던져서는 안 되며 건물 외벽에서 약 1m 정도 뛰어준다는 느낌으로 떨어져야 한다”고 했다.

또한 소방관들이 에어매트를 붙잡고 있었으면 에어매트가 뒤집히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은 구조 매뉴얼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국장은 “에어매트는 고정시키지 않는다. 구조 훈련이나 실험을 할 때도 에어매트를 고정하는 식으로 진행하진 않는다”며 “요구조자가 떨어지는 방향을 봐서 수시로 매트를 들고 왔다 갔다 할 때도 있고, 고정할 경우 에어매트가 자연스럽게 부풀어오르지도 않는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에어매트가 모든 상황에서 목숨을 살릴 수 있는 완벽한 피난 방법은 아니며, 구조 매뉴얼상 최후 수단이라고 했다.

이영팔 국장은 “구조대원들이 가지고 있는 구조용 매뉴얼은 건물 화재 발생 시 1차적으로 피난 계단 이용을 원칙으로 한다”며 “이것이 불가능할 경우 2차로 고가 굴절 사다리차를 동원하고, 그다음 수단이 에어매트 전개”라며 “매트는 피난 통로가 막혔을 때 창문을 통해서 뛰어내리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했다.

[김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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