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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52년 만에 만난 엄마와 딸...“최고의 추석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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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중부경찰서, 유전자 분석 제도 통해 찾아

조선일보

11일 창원중부경찰서는 유전자 등록 분석 제도를 통해 50여년간 떨어져 지낸 딸과 엄마가 상봉했다고 밝혔다. /창원중부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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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가족이 많은 줄 몰랐어요” “생전에 딸을 다시 볼 수 있어 행복합니다”

추석을 엿새 앞두고 52년 전 헤어진 모녀가 경찰의 유전자(DNA) 분석의 도움을 받아 극적으로 상봉했다.

지난 11일 창원중부경찰서에서는 웃음과 울음이 그치질 않았다. 52년 만에 만난 모녀는 서로 얼굴을 쓰다듬고, 손을 맞잡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5살이던 딸은 50대 중년이 됐고, 엄마는 어느덧 80대 노인이 됐다.

경찰에 따르면 김미정(57)씨는 5살인 지난 1972년 4월쯤 당시 가족들과 살던 통영시 항남동 인근 항구에서 놀다가 우연히 부산 자갈치로 가는 배에 홀로 탑승하면서 가족들과 헤어지게 됐다. 그 길로 50년의 세월이 흘렀다. 김씨는 부산 한 보호시설로 들어가게 됐고, 12살 되던 해에 시설에서 나와 어렴풋한 기억을 더듬어 가족들을 찾아 나섰지만, 허사였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린 김씨는 밀양에 정착했고, 지난 2009년 밀양경찰서에 방문해 유전자 등록을 했다. 혹시나 가족을 찾을 수 있을까라는 희망 때문이었다. 하지만 여기서도 별다른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강덕자(82)씨도 딸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다고 한다. 김씨 사진과 신체 특징 등을 적은 자료를 들고 전국에서 활동하는 서울의 아동보호기관을 찾아 딸의 행방을 수소문했지만 찾지 못했다. 그러다 강씨는 ‘경찰이 유전자 분석 제도로 가족을 찾아준다’는 셋째 딸의 이야기에 지난 3월 창원중부경찰서를 찾아 유전자 등록을 했다.

경찰은 채취한 강씨 유전자를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권리보장원에 보냈고, 앞서 유전자 등록을 한 김씨 유전자와 일치한다는 1차 소견을 받았다. 경찰은 정확한 확인을 위해 김씨를 대상으로 다시 한번 유전자를 채취했고, 최근 두 사람의 유전자가 일치한다는 사실이 최종 확인됐다.

지난 11일 52년 만에 이뤄진 모녀의 만남에는 서울, 부산, 인천 등 전국 각지에 있는 김씨의 여섯 자매도 함께했다. 강씨는 슬하에 김씨를 포함해 1남 7녀를 뒀다. 김씨는 둘째 딸이라고 한다. 이 자리에서 김씨의 원래 이름이 ‘김미정’이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김씨는 가족과 헤어진 후 부산의 한 보호시설로 들어가면서 ‘김미경’이라는 이름으로 생활했다. 그러다 ‘김미정’이라는 이름으로 개명했다고 한다. 이번에 가족과 만나면서 자신의 원래 이름이 ‘김미정’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김씨는 “제게 이렇게 많은 가족이 있는 줄 몰랐다”며 “아주 기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어머니 강씨 역시 “생전에 이렇게 딸을 다시 만나게 돼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창원중부경찰서는 두 모녀 외에도 유전자 분석 제도를 통해 1980년 7살 때 장애인 보호시설에 맡겨지면서 가족과 이별하게 된 허모(51)씨도 누나를 찾았다고 밝혔다. 허씨는 시설에 맡겨진 후 알 수 없는 이유로 실종됐고, 이후 경북 경산시에 있는 한 재활원에서 줄곧 거주해왔다고 한다. 지난 3월 허씨의 누나가 창원중부서를 찾아 유전자 등록을 하면서 동생이 이곳 시설에 거주하는 사실을 확인했다.

김성재 창원중부경찰서장은 “추석 선물과 같은 두 가족의 상봉을 축하한다”며 “가족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면서 앞으로도 유전자 분석제도를 활용한 장기실종자 발견을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2004년부터 실종 당시 만 18세 이하인 아동과 지적·자폐성·정신장애인, 치매 환자를 찾기 위한 유전자 분석제도를 도입했다.

[창원=김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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