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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데이팅 앱 쓰지 마라”… 러시아, 국경지대 주민에 금지령 내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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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러시아 국경 인근 수미에서 장갑차로 이동 중인 우크라이나 군인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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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당국이 쿠르스크를 급습한 우크라이나군의 정보 수집을 막기 위해 국경지대 주민에게 데이팅 앱 사용 중단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21일(현지 시각) CNN 등에 따르면, 러시아 내무부는 이날 쿠르스크, 브랸스크, 벨고로드 지역 주민과 해당 지역에 주둔하는 군인 및 경찰관들에게 온라인 데이트 서비스를 이용하지 말고 스트리밍 영상 시청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이는 러시아 당국이 최근 쿠르스크로 공격을 확장한 우크라이나군의 정보 수집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공식 텔레그램을 통해 “적은 정보 수집을 위해 이런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고 했다. 이외에도 “낯선 사람으로부터 받은 메시지의 하이퍼링크를 열지 말고, 군용 차량이 있는 도로에서는 영상을 스트리밍하지 말라” 등의 내용이 담긴 권고안을 발표했다.

러시아 당국은 우크라이나군이 보안이 취약한 방범카메라에 원격으로 접속해 개인 주택의 마당은 물론 전략적으로 중요한 도로와 고속도로 등 모든 것을 들여다본다고도 경고했다.

실제로 분쟁 지역에서 군인들이 휴대전화를 사용하다 민감한 정보를 노출하는 사례는 종종 발생한다.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영국이 참여하는 미국 주도의 정보 동맹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는 작년 러시아 해커들이 우크라이나군의 모바일 기기를 공격해 전장의 정보를 빼내려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러시아 측이 휴대전화 사용으로 인한 정보 노출로 추정되는 이유로 공격을 받은 사례도 있다.

작년 7월 러시아 잠수함 사령관 스타니슬라프 르지츠키(42)가 조깅을 하던 중 7발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을 당시, 러시아 언론은 르지츠키가 사용하던 피트니스 앱에서 위치가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또 작년 1월 우크라이나 마키이우카 점령지에서 우크라이나군의 공습으로 러시아군이 100명 가까이 사망한 사건에서,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의 휴대전화 사용을 토대로 위치를 추적하고 타격 좌표를 설정했다고 봤다. 이 때문에 당시 러시아 일각에선 부대가 병사들에게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해 우크라이나군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한편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6일 러시아 본토인 쿠르스크에 대한 공세를 시작했고, 20일까지 약 35㎞를 진격하며 93개 거주지역을 점령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본토의 주요 교량을 잇달아 폭파하면서 지형을 고려한 전략이 성공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러시아 분석가들은 기습 공격이 시간이 흐르면서 장기적으로는 러시아 측에 유리한 국면으로 전개될 수 있다고 봤다. 안 그래도 제한적인 우크라이나의 병력을 고갈시키고, 러시아가 다른 전선에서 우위를 점할 기회도 제공한다는 것이다. 또 본토 침공이 러시아 시민들에게 자국군과 정부를 지지하는 분위기를 만들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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