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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타이어 3개로도 달린다” 中BYD, 기술로 유럽 ‘관세장벽’ 뚫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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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1위 전기차 BYD 선전 본사

이벌찬 특파원 르포

조선일보

4일 중국 선전 BYD(비야디) 본사에서 '스카이 셔틀'이 공중에 설치된 레일 위를 운행하고 있다. 5만명이 일하는 이곳에서는 스카이 셔틀이 도시의 지하철처럼 건물과 건물을 이어 준다./선전=이벌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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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D(비야디)의 이 차는 타이어 3개로도 잘만 나갑니다.”

4일 오전 중국 선전의 BYD 본사 시승장에서 올라탄 검은색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에는 기존에 보지 못한 ‘e4’라고 적힌 버튼이 있었다. 이 차는 판매량 기준(1~8월 순수전기차·하이브리드차 233만대) 세계 1위 전기차 기업인 BYD가 지난해 출시한 프리미엄 브랜드 ‘양왕(仰望)의 첫 모델 ‘U8′이다. 여기에 탑재된 e4 기술 플랫폼의 핵심은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바퀴 4개를 AI(인공지능)로 완벽하게 제어해 각 바퀴에 실리는 힘을 분배하고 이를 이용한 첨단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다. 예컨대, 바퀴 하나가 펑크가 나도 나머지 세 바퀴에 힘을 고르게 퍼트리기 때문에 평소 같은 도로 주행을 이어갈 수 있다. “얼마나 오랫동안 타이어 3개로 운행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인둥둥 BYD 아시아·태평양 PR 담당은 “이론상 한계는 없다”고 했다.

운전대를 잡고 곧바로 e4 버튼을 누르자 눈에 띄는 기능이 나왔다. 탱크처럼 제자리를 도는 ‘탱크턴’. 회전 각도를 360도로 설정하자 ‘핸들과 브레이크에서 손발을 떼세요’라는 안내문이 떴고, 1분 동안 천천히 움직였다. 각각의 모터가 달린 전기차 바퀴 4개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며 만든 마찰력으로 차체가 이동하는 원리로, 기존 내연기관차는 구현하기 어렵다. 이어 ‘자동 평행 주차’를 시도하자 앞 차와 5cm 거리에 정확히 섰다. U8의 가격은 110만위안(약 2억7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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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BYD 본사에서 시승한 차량인 '양왕'의 'U8'. /선전=이벌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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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시승한 차량 내부의 모니터엔 차가 제자리에서 360도 회전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바퀴 4개를 독립적으로 제어해 탱크처럼 같은 자리에서 회전 가능한 '탱크 턴' 기능이다. /선전=이벌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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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기차 회사의 맏형 격인 BYD가 ‘프리미엄 브랜드’에 힘을 쏟으며 세계 자동차 시장 전방위 공략에 나섰다. ‘가성비 차’라는 이미지를 탈피하려 지난해 1월 현대차 ‘제네시스’ 도요타 ‘렉서스’처럼 ‘양왕’이란 고급 브랜드를 내놓았고, ‘360도 회전’ 등 전기차 특화 기술 등을 탑재해 차별화했다. 양왕은 올해 2월에는 람보르기니를 닮은 수퍼카 ‘U9’도 출시했다. 168만위안(약 3억1500만원)에 달하는 이 차는 최대 출력이 1000마력이 넘고, 최고 시속은 300km, 제로백은 2초에 불과하다. BYD가 중국 내수 기반으로 가파르게 성장해 세계 전기차 1위에 오르고, 전기차의 3대 핵심인 배터리, 모터, 차량용 반도체(ECU) 자체 조달로 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한 상황이라 해외 경쟁사들의 긴장이 높아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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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양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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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연주


BYD의 기술 혁신에는 거대한 ‘비야디촌(村)’이 있다. 자율 주행 시범 구역인 선전시 핑산구에 있는 본사에는 5만명이 일하고 있다. 여기선 하늘을 올려다보면 ‘스카이 레일’이란 이름의 BYD 공중 모노레일이 건물과 건물을 잇고 있었고, 땅 위에서는 자율주행차가 다녔다. BYD는 리튬 등 원재료와 부품 생산 등 ‘수직 통합’을 고수한 자급화가 특징인데, 올해 상반기에는 연구·개발에 테슬라(22억220억달러·약 2조9700억원)보다 훨씬 많은 202억위안(약 3조8000억원)을 썼다.

본사의 2층짜리 대형 기업 전시관은 비야디의 강점인 배터리, 차량용 반도체, AI(인공지능) 스마트 제어 기술을 뽐내는 쇼케이스였다. 투명 유리실인 ‘바늘 실험실’에서는 30분마다 폭발음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한국이 주력하는 삼원계(NCM) 배터리와 BYD가 개발한 ‘리튬인산철(LFP) 블레이드(칼날)’ 배터리를 바늘로 찌르는 비교 실험을 하는데, 삼원계 배터리는 즉시 불꽃이 일어나며 폭발하는 반면 LFP는 무사 통과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LFP 블레이드 배터리는 셀을 칼날처럼 길고 얇은 모양으로 만들어 모듈 없이 팩에 직접 넣는 구조를 갖는다. BYD 측은 이 같은 배터리가 셀 간의 연결 부위를 최소화해 내부 저항을 높인 덕분에 발열이 덜하고 화재 안전성이 높다고 강조한다. 다만 중국 전기차의 한계도 볼 수 있었다. BYD는 자체 개발한 차량용 반도체 홍보 영상을 전시관에서 틀고 있었지만, 정작 고급 모델인 U8의 부품 국산화율은 70% 미만으로 하위 모델의 85%보다 훨씬 낮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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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D 선전 본사 내부 기업 전시관에서 진행된 배터리 발화 실험. /선전=이벌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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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연주


BYD의 해외 진출 전략은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태국에서 전기차 판매 1위를 차지했고, 호주·이스라엘 시장에서도 급성장 중이다. 작년 1월에는 일본 전기차 시장에 진출해 중형 SUV인 ‘아토3′(1월), 소형 전기차 ‘돌핀’(9월)을 출시했다. 올 연말에는 한국에서 전기차를 출시할 전망이다. 모건스탠리는 BYD가 연간 판매 목표를 종전보다 11.1% 증가한 400만대로 높여 잡았다고 밝혔다.

BYD를 필두로 중국 브랜드의 전기차(하이브리드차 포함) 해외 수출량은 2020년 22만4000대에서 지난해 120만대로 치솟았고, 올해 1~8월에도 작년의 66% 수준인 78만7000대(중국자동차유통협회)를 수출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율도 16.3% 수준으로 늘었다. 그러나 중국 전기차 수출의 38%를 차지하는 유럽에서 반(反)보조금 조사에 나서는 등 외부의 견제가 본격화되면서 중국 브랜드의 ‘해외 확장’이 향후 도전에 직면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중국 매체 펑파이는 “미국과 유럽의 포위와 압박 속에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아프리카·동남아시아·중남미 120여 국)’가 중국 전기차 수출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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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전=이벌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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