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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양상훈 칼럼] 尹 대통령 위해 金 여사만이 할 수 있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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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이준석과 비정상 관계 지속… 국정에 아무 도움 안 돼

尹에 영향력 가장 큰 김 여사가 관계 정상화 고언했으면 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준석 의원 어느 쪽이 잘못해 이런 관계가 됐는지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서로 너무 치고받아서 원인과 결과를 모를 지경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정말 알 수 없는 것은 두 사람이 멀어지는 계기가 된 그 첫 ‘사건’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물어봤는데 속 시원한 답을 듣지 못했다. 이 의원도 모르는 것 같았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부터 이 의원을 좋지 않게 생각했던 듯하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그만두고 정치 참여를 선언한 직후 이미 그에게서 이 대표를 비판하는 말을 들은 사람들이 적지 않다. 서로 만난 적도 없으니 뭔가 원천적으로 안 맞는 사람들인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하지만 기질이 다르다고 서로 정치적으로 필요한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갈라져야 했느냐는 것은 여전히 남는 의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당시 이 대표와 김건희 여사 사이에 문제가 있었지 않느냐는 추측도 한다. 구체적인 날짜와 상황 설명도 있다. 윤 대통령은 다른 건 몰라도 부인에게 잘못한 사람은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는데 이 대표도 그 경우 아니냐는 것이다. 이 대표는 잘 기억하지 못하는 듯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부인 관련 문제를 용납 않는 것은 사실이고 윤·이 사이가 워낙 나쁘니 이런 추측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2021년 7월 30일 윤 전 검찰총장은 이준석 대표가 서울에 없는 날을 골라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당시 윤·이 관계가 어떤지 정확히 몰랐던 필자는 굳이 이 대표 없는 날을 택해 윤 대통령이 입당한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나중에 보니 이것은 차후에 있을 여권 분란의 시작이었다. 윤 대통령은 그 이유는 알 수 없으나 그때 이미 이 대표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이 대표 ‘성 접대 의혹’ 공격부터 시작했다.

역사에 가정은 부질없지만 윤 대통령이 대선 승리 후 만약 이 대표를 껴안고 유승민 전 의원에게 경기도지사 공천을 주었다면 윤 대통령의 정치적 위상은 지금과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자세였다면 지난 총선 결과도 달라졌을 것이다. 인간적으로 속마음이야 어떻든 얼마든지 다른 사람과 손잡고 나아갈 수 있는 것이 정치다. 윤 대통령은 이것이 되지 않는 것 같다. 그 대가는 본인이 치르고 있다. 총선 참패로 정부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어져 버렸다. 요즘 특정 정책에 대한 반응이 좋아도 이 정책이 윤 대통령 주도라고 알리면 정책 지지율이 급락한다고 한다.

최근 검찰이 이준석 의원 ‘성접대 의혹’과 관련한 고소 고발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에 윤 대통령 의중은 작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 결정을 두 사람 관계 전환의 계기로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 이런 일은 정치에서, 심지어 적대국 관계에서도 흔히 벌어진다. 하지만 윤·이 사이에선 그런 기미조차 없다고 한다.

윤·한 관계도 마찬가지다. 한동훈 대표는 김 여사 문제를 공개 지적했기 때문에 윤 대통령에겐 불구대천이 돼 버렸다고 한다. 일부에선 윤·이 관계보다 윤·한 관계가 더 회복 불가능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윤 대통령 입장에서 이 두 사람과 적대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한동훈과 이준석은 잠재적 경쟁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윤 대통령은 이 두 사람과 경쟁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 한 대표가 실패하면 윤 대통령에게 좋은 일인가. 대통령 주변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데 유아적 단견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윤 대통령은 두 사람과 적절한 관계를 유지해 국정 동력을 축적하고 흩어진 여당의 정치적 기반을 재구축할 수 있다. 누구보다 향후 정국에 큰 영향을 받을 대통령이 이런 기회를 활용하지 않는다면 정치적 직무유기라고 본다.

이제 두 달 뒤면 윤 대통령은 임기 반환점을 지난다. 가을 정기국회에 윤 대통령 퇴임 후 경호 시설 예산이 올라갔다. 하산 길이 시작된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처럼 오랫동안 고락을 함께해온 정치 동지 세력이 없는 경우 하산 길 주위에 갑자기 인적이 드물어질 수 있다. 지금 그나마 남아 있는 정치적 동력도 어느 날 주먹 안의 모래처럼 빠져나갈지 모른다. 그때는 지금 나라와 사회 안에 잠재돼 있는 여러 악재들이 터져나올 수 있다.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된 소수파 대통령으로서 남은 절반 임기의 국정을 안정시킬 방안이 무엇인지 숙고했으면 한다. 이제는 갈등과 싸움보다는 타협이 더 필요하고, 특히 범여권 내부의 정치적 관계 정상화가 절실하다. 한동훈, 이준석과 인간적으로는 아니더라도 정치적으로라도 관계를 회복한다면 여권 내부, 나아가 국민에게 주는 상징적 의미가 클 것이다.

이런 말을 하면서도 윤 대통령이 손을 내미는 장면은 못 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대통령에게 가장 영향력이 큰 사람은 김 여사일 것이다. 김 여사가 대통령을 위해 두 사람과의 관계 회복을 고언했으면 한다. 김 여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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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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