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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모든 특검은 '여야 합의'인가… 합의 없는 특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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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내곡동 사저 의혹 특검 등은 여야 합의 이뤄지지 않아

메트로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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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등에 관한 법률'(채상병 특검법)에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야권은 즉각 반발했으나,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특검은 모두 여야 합의로 실시됐다" "여야 합의 없는 특검은 삼권분립을 침해한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여야 합의 없이 통과된 특검이어도 실시된 전례가 4차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총 10차례의 거부권을 행사했다. 10차례 모두 야당 주도로 통과된 법안들로,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법안을 국회로 돌려보냈다. 채상병 특검법 역시 여당과의 협상이 무산된 채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연합해 통과시켰으며, 대통령실은 "이번 특검법은 헌법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거부한 것이다.

특히 정진석 비서실장은 전날(21일) 브리핑을 통해 "삼권분립 원칙 안에서 수사와 소추는 행정부의 권한이다. 특검은 중대한 예외로 입법부에 따라 특검에게 수사와 소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라며 "이런 행정권한 부여는 행정수반인 대통령이 소속된 여당과 야당이 합의할 때만 가능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이유에서 국회는 지난 25년간 13회에 걸친 특검법을 모두 예외없이 여야 합의에 따라 처리해 왔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지난 20일 "특검은 여야 합의에 입각해 추진해야 하는 제도"라며 "그동안 총 13번의 특검 중 12번이 여야 합의로 실시됐다. 이번처럼 여야 합의 없이 일방 추진된 전례가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과거 주요 사건 수사를 위한 특검법들은 모두 여야 합의로 통과된 것일까. 특검제도는 정치적인 외압이나 이해관계 등으로 검찰 수사의 공정성을 의심받는 사건을 특별검사에게 맡겨 수사하는 제도다. 해당 사건마다 국회에서 별도로 제정하는 특검법이나 상설특검법에 따라 특별검사를 임명한다.

우리나라 특검의 시작은 1999년 김대중 정부 당시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과 '옷 로비 사건'을 수사하기 위한 특검법안을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을 때부터다.

이후 이용호 게이트 사건(2001년), 대북 송금 사건·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 사건(2003), 유전개발 의혹사건(2005), 삼성 비자금 사건·이명박 BBK 의혹 사건(2007), 스폰서 검사 의혹 사건(2010), 선관위 디도스 사건·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사건(2012),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2016),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2018),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사건(2022) 등을 수사하기 위한 특검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2020년 '세월호 참사 증거조작 의혹 사건' 특검은 상설특검법에 따른 첫 특검으로, 국회가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꾸려진 것이라 여야 합의 특검과는 결이 다르다.

'외압을 피하기 위한' 특검의 특성상, 보통 야당이 발의를 주도하고 여당이 이를 반대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대다수가 국회 협의 과정을 거치면서 법안을 조율했다.

그러나 여야 합의 없이 통과된 특검으로는 '대북 송금 사건'과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 사건', 그리고 '이명박 BBK 의혹 사건',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 사건' 수사를 위한 특검이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의 주장과는 달리 4차례인 셈이다.

'대북 송금 사건 특검'은 2003년 2월 당시 여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전원 불참한 가운데,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주도해 통과됐다. 그러나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민주당도 수정을 전제로 특검법을 수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같은해 7월 야권이 '대북 송금 사건 특검' 기간 연장을 이유로 특검법을 발의하자, 노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다.

일명 '최도술 특검'이라고 불렸던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 사건 특검'은 2003년 11월에 있었는데, 노무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국회 재의결을 거쳐 통과된 사례다.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청와대는 검찰 수사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며 특검을 반대했지만, 한나라당이 주도해 전격 추진됐다.

2007년 12월 통과된 '이명박 BBK 의혹 사건 특검'은 당시 여당이던 대통합민주신당 주도로 이뤄졌으며, 이명박 당시 후보의 소속 정당인 한나라당은 법안 처리에 반발하며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2012년 9월 통과된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 사건' 수사를 위한 특검도 여야 합의 없이 통과됐다. 하지만 이후 이명박 대통령은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 사건 특검'을 수용하기로 결정해, 특검이 설치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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