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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과대포장된 2030 영끌, 부의 대물림 현실 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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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서울 노원구 일대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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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2022년 집값 상승기에 ‘영혼을 끌어모아 집을 산다’는 이른바 ‘영끌 담론’이 청년 세대를 ‘패닉 상태’에 몰아넣었다. 실제로는 해당 기간에 서울에서 3억원 넘는 집을 산 2030세대 중에 무리한 ‘영끌’ 사례는 100명 중 3.8명에 불과했다. 이 기간 2030세대 주택 구입자 중에 빚이 없거나 가족 도움을 1억5천만원 이상 받은 경우는 영끌족에 견줘 각각 2.8배, 5.1배 많았다. 이런 사실은 홍정훈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사진)의 실증 분석을 통해 드러났다.(<한겨레> 5월4일치 7면)



분석 결과가 담긴 논문 ‘20·30세대 영끌에 관한 실증분석’(‘부동산분석’ 4월호)은 업계 전문가들은 물론 에스엔에스(SNS) 등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통념과 다른 진실을 규명해냈다는 평가를 받는 홍 연구원을 만났다. 그는 “영끌 담론이 도리어 청년 세대 내 자산 격차와 부모-청년 세대 간 부의 이전에 대한 현실을 가렸다”고 말했다.



홍 연구원은 해당 연구에 착수하게 된 배경을 두고 “2020년 7월 무렵부터 청년 세대가 영끌로 주택 시장에 뛰어드는데 주택담보대출 규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논조의 기사가 대부분으로 담론을 형성하고 있었다”며 “실제 살펴보고 싶었다”고 했다.



분석 도구로는 주택 매수자들이 제출하는 자금조달계획서가 원자료로 쓰였다. 다만 이 자료엔 매수자 소득이 나오지는 않는 터라 2030세대 순자산 5분위별 소득(가계금융복지조사)을 연계해 청년 세대의 ‘영끌 비중’을 추정 분석했다.



연구자가 보기에도 분석 후 의외였던 결과는 ‘빚 없이 매수’한 경우(10.9%)가 ‘영끌 매수자’(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40% 이상 기준, 3.8%)보다 많았다는 점이다. 청년 세대 내에서도 자산 격차가 드러나는 지점이다. 홍 연구원은 “차입금 없는 매수자는 대부분 기존 보유 주택을 처분하고 새 주택을 구입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한국 사회는 집 없는 청년을 주요 정책 대상자로 삼아야 한다면서도, 1주택자의 ‘갈아타기’에 관대하다. 2년 이상 보유하고 매도 가격이 12억원만 넘지 않으면 1주택자는 양도소득세를 한푼도 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겨레

홍정훈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 박승화 선임기자 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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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영끌 담론이 중상위 계층을 위한 주거 정책 일변도로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방향의 정책을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고 봤다. 홍 연구원은 “수년간 주택 시장에 참여할 여력이 없는 청년들은 거대한 좌절을 느꼈을 것이다. 곰팡이 피는 집에서 월세 수십만원을 내며 살다, 보증금 대출받아 전셋집을 구했다가 사기당한 청년들은 좀처럼 공론장에 등장하지 못한다”고 평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영끌 담론을 기반으로 중상위 계층에 유리한 특례보금자리론, 신생아 특례대출 등 주택구입자금 대출 지원 등에 재원을 집중했다”며 “대다수가 세입자인 청년들을 위해 민간임대 시장을 규제하고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해야 하는데,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방향의 정책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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