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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소설가 정지돈, 교제했던 여성 과거 ‘무단 인용’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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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정지돈 작가.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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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정지돈(41)이 교제했던 여성과의 일화를 두 종의 소설에 이니셜 내지 실명과 함께 무단 인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 작가는 문제 제기와 함께 요구받은 공식 사과 및 서적 판매회수 요청을 거부했다.



아프리카티브이(TV)에서 독서방송 비제이(BJ)로 활동했던 김현지(35)씨는 23일 자신의 블로그 등에 글을 올려 정 작가의 2019년 말 소설 ‘야간 경비원의 일기’(현대문학)에 자신이 교제 당시 들려준 스토킹 피해 경험, 연애 일화 등이 “에이치(H)”라는 여성 주인공을 통해 재현된 데 이어, 최근 소설 ‘브레이브 뉴 휴먼’에서 어머니와의 가족사 등이 또 인용되었다며 정 작가의 사과와 재발방지를 공식 요구했다. ‘브레이브 뉴 휴먼’ 속 여성 “권정현지”는 근미래, 인공자궁에서 태어나 차별받는 ‘체외인’ 여성 주인공 중 하나다. 또 다른 주인공 ‘아미’가 두 명의 남자와 성관계하는 이를 친구 ‘현지’로 착각하는 대목에도 등장한다.



김씨는 연애 때 “나눈 거의 모든 이야기들이 (2019년 초) ‘이별 후부터’ 그의 작업에 쓰인다는 점을 알게 된다”며 다만 당시엔 “멀리서 응원하는 사이로” “이해하고 잊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2020년은 김봉곤 작가의 사적 대화 무단 인용 논란이 크게 불거지던 때다.



‘브레이브 뉴 휴먼’ 속 권정현지 이야기를 지난 4월 지인으로부터 전해들은 김씨는 이후 소설에 대한 비평문을 읽고 “바로 (공황장애) 약을 삼켜야 했다”고 썼다. 김씨는 “이름이 현지일뿐더러, 제 가족사가 등장한다. 얄팍한 소설적 비유를 거치긴 했지만, 이 이야기는 사랑을 잘 모르는 어머니에게 헌신하고 가족을 유지해 보려고 평생 노력했던 저의 삶, 그러니까 사귀던 시절 정지돈에게 들려주고 보여준 제 이야기와 일치한다”고 말했다.



한겨레

김현지씨는 23일 자신의 블로그 등에 과거 교제했던 정지돈 작가의 작품에 자신의 이야기가 무단으로 인용되었다는 주장의 글을 올렸다. 블로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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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김씨는 지난달 말부터 정 작가에게 메일을 보내 사실 인정과 사과,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했다. 김씨가 공개한 정 작가의 회신엔 “‘브레이브 뉴 휴먼’은 오해”라며 “이 이름, 캐릭터 모두 너와 관련이 없다”고 썼다. 그는 한 여성학자의 이름을 변형했고, “현지라는 이름이 흔한 편에 속해서 오해가 있을 거라고 상상도 못 했다”고, ‘야간 경비원의 일기’ 경우 “H는 가능한 변형을 했고 그 내용을 너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14일 회신을 통해 정 작가는 김씨에게 “법률자문 결과 공적으로 사과할 일이 아니고, 출판사에도 판매중지나 회수를 할 사안은 아니라고 했다”고 알렸다.



정 작가는 24일 한겨레에 김씨가 공개한 메일은 모두 자신의 메일이 맞다고 인정했다. 그는 “무엇보다 이름을 그렇게 사용한 것이 정말 부주의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과드리고 싶다. 하지만 소설을 쓸 때 그분을 의식한 적이 전혀 없고, 가정사의 경우 일치할 수가 없는 소설이란 점도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브레이브 뉴 휴먼’을 펴낸 출판사 은행나무는 이날 오전 한겨레에 “정 작가와 현재 어떤 입장인지 어떤 결정을 내릴지 논의 중”이라며 “오늘 중 정리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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