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8 (금)

고마워, 기초연금 [세상읽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지난해 10월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노년아르바이트노조, 평등노동자회 관계자들이 65살 이상 기초연금 수급 대상 축소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최영준 |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2014년 7월부터 도입된 기초연금이 이제 열살 생일을 맞이한다. 기초연금은 “안정적인 소득 기반을 제공함으로써 노인의 생활 안정을 지원하고 복지를 증진”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도입 이전 기초노령연금 급여는 최대 월 9만9천원이었다. 기초연금 도입과 함께 급여가 20만원으로 증가되었다. 올해 33만원을 넘어섰고, 대통령 공약에 따라 40만원을 향해 간다.



기초연금이 도입되기 전 노인의 상황은 참담한 수준이었다. 두 가지 지표가 잘 말해준다. 노인자살률과 노인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다. 2010년에 70대 자살률이 10만명당 83.5명, 80대 이상의 경우 123.3명이었다. 같은 해 노인빈곤율은 46%였다. 2022년 노인자살률은 70대의 경우 37.8명, 80대 이상의 경우 60.6명으로 현저히 낮아졌다. 10대부터 40대까지의 자살률의 변화가 크지 않은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노인빈곤율 역시 38%로 줄어들었다.



이 성과들이 기초연금 때문만은 아니지만,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노인빈곤율의 경우 빈곤 완화 효과가 작은 듯 보이지만, 빈곤선 밑에서 절대적인 박탈을 경험하는 이들에게 예측 가능한 소득이 주어지면서 빈곤 갭을 줄이는 효과는 높다. 막상 지난 10년 공적연금 논쟁의 초점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과 재정건전성에 있었지만, 기초연금은 ‘조용히 하지만 강하게’ 오늘의 문제를 경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사회보험은 자신이 기여하는 것을 받는 것이니 확대가 쉽고, 조세 기반 수당은 정치적 저항 때문에 확대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학자들이 있다. 하지만 기초연금의 발전을 보면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또 기초연금은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평생 열심히 무급 또는 유급 노동을 하며 우리의 오늘이 있게 한 부모님들이 열악한 노후를 보내고 계신다. 그들에게 세금으로 수당을 제공하는 것이 어찌 포퓰리즘이 될 수 있는가? 정치인들의 선거 공약이 모두 포퓰리즘이 될 수 없다. 그게 옳은가를 봐야 한다.



이제 노인들 사정이 많이 좋아졌으니 기초연금 대상을 축소하자고 한다. 노인자살률과 빈곤율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오이시디 국가 평균보다 2~3배가 높다. 아직 훨씬 더 가야 비정상을 벗어날 수 있다. 게다가 많은 서구 국가에 비해서 우리 노인들은 아프거나 돌봄이 필요할 때 자신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더 높다. 또한, 부모들은 아이들을 키우면서 자신의 노후를 준비하는 것을 사치로 생각하며 아이 교육에 상당한 소득을 투자한다. 그 혜택은 국가와 기업들이 고스란히 가져간다.



노후 소득 보장의 핵심에는 국민연금이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만으로 안정된 노후를 예상하기 쉽지 않다. 국민연금 수급자의 평균급여액은 2023년 월 62만원에 지나지 않았다. 국민연금이 개인 생애소득의 40%를 약속하지만, 이는 40년을 가입했을 때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2060년이 되어도 여전히 평균 가입 기간은 25년을 넘지 않을 것이라 한다. 기초연금이 여전히 중요한 이유이다.



기초연금이 커지면 국민연금 가입이 줄어들지 않겠냐고 걱정한다. 국민연금을 많이 받으면 기초연금을 못 받을 수 있고, 국민연금 적게 받아야 기초연금이나 노인 일자리 수입이 가능하다는 말도 있다. 국민연금을 성실히 납부한 것이 기초연금 수급에 불이익이 되면 안 될 것이다. 기초연금의 연계 감액 제도는 폐지되어야 하고, 더 나아가 가장 쉽고 간단한 방안은 대상을 70%가 아닌 전체에게 주는 것이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하지만 보험료율이 더 가파르게 올라야 하고, 이는 사각지대를 더 넓힐 우려가 있다. 조세를 투입할 수 있지만 이는 모두가 혜택을 보는 기초연금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기초연금 수준을 더 높이면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효과와 함께 비가입자의 소득까지 올리는 효과가 발생한다. 보험료에 기반하지 않기에 더욱 젠더 친화적이다.



대신 기초연금 수급연령을 5년마다 1년씩 70살이 될 때까지 올리면 어떨까? 갈수록 더 오래 사는데다 전기 노인보다 후기 노인의 소득이 더 열악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의 더 확실한 노후를 위해서 감세를 멈추고 누진적 증세를 하자. 비가 오는 날을 대비해서 사회보장기금을 만들어두는 것도 방안이 될 것이다.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오직 한겨레에서 볼 수 있는 보석같은 기사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