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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다윗과 골리앗 싸움"….카카오페이손보, 삼성화재 상대로 '상품 표절' 소송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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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페이손보, "삼성화재가 해외여행자보험 UI·UX 베꼈다" 주장

표절, 보험업계 오랜 관행…"법적 처벌은 어려워 보여"

뉴시스

[서울=뉴시스]카카오페이손해보험(왼쪽)과 삼성화재의 온라인 해외여행자보험 가입 페이지 비교(사진=온라인 캡처)2024.06.2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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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삼성화재가 해외여행자보험 다이렉트(온라인) 상품을 개편하며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의 UI·UX(사용자 환경·사용자 경험)를 일부 베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카카오페이손보는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으며, 삼성화재는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보험업계에 표절 관행이 만연했던 만큼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 같은 불공정행위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가 최근 해외여행자보험 온라인 상품을 개편하며 가입 동선과 페이지별 구성 요소, 디자인, 문구 등을 카카오페이 손보와 유사하게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예컨대 보장 직접 설계 화면, 동반 가입 화면, 알릴의무 확인 화면, 청약내용 확인 화면에 있는 문구가 카카오페이손해보험과 매우 흡사하게 변경됐다.

동반 가입 화면에서 기존 삼성화재는 '피보험자/계약자 정보를 입력해 주세요'라는 문구를 제시했지만, 개편 후에는 카카오페이손보 페이지에 나타나는 '함께 가입할 분이 있다면 추가해 주세요', '본인 포함 최대 10명까지 가입할 수 있어요', '혼자 가입할게요'라는 문구와 같게 변경했다.

국가 선택 페이지도 상당히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여행가는 곳을 알려주세요', '여러 나라를 여행한다면 가장 먼저 도착하는 나라를 입력해주세요' 등의 문구가 동일하게 적용됐다. 또 카카오페이손보가 최초로 적용한 같은 연령대, 같은 성별이 가장 많이 선택한 정보 표시 방식도 동일하게 바꿨다.

카카오페이손보 관계자는 "자사의 해외여행보험은 오랜 시간 고민한 자사만의 철학을 녹여 만든 상품"이라며 "출시 이후 1년간 지속적으로 사용자 이용 행태 및 피드백, 청구 후기 등의 다양한 데이터를 모니터링하고 분석하며 20차례 이상 업데이트하며 발전시켰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비스 유사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으며, 필요 시 적합한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삼성화재는 표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삼성화재가 최초로 온라인 해외여행자보험을 내놓은 만큼 이미 업계 온라인 상품의 UI·UX(사용자 환경·사용자 경험)는 자사 상품을 참고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온라인 채널에서 해외여행자보험 판매를 최초로 시작한 것이 당사고, 보험 가입의 과정 및 입력하는 정보등의 내용은 어느 보험사나 동일하다"고 밝혔다.

이어 "당사는 해외여행자보험 동반할인 제도를 신설하며 화면 개편을 진행했고, 동반자를 입력하는 창을 만드는 것은 당연한 수순"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보험은 특정 시점에서 보면 모든 것이 비슷해보이는 시기가 있는데 이번 논란이 그런 케이스"라며 "화면 내용이 바뀔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페이손보는 해외여행보험은 고객이 직접 필요한 보장만 선택하는 DIY보장설계, 함께하면 할인, 비행기 지연 알림 및 보험금 즉시 지급 서비스, 안전귀국 할인 환급 등 기존 보험과는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며 출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상품은 지난해 5월 출시된 후 10개월 만에 가입자 100만 명을 돌파했다. 이후 보험업계는 카카오페이손보의 안전 귀국 할인, 함께하면 할인 등의 서비스를 자사 상품에 더하며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업계가 표절 시비에 휘말린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보험업계에서 베끼기는 하나의 관행처럼 자리잡아 있다.

실제로 무비판적으로 약관 등을 베끼는 관행으로 인해 지난 2016~2017년 국내 보험업계를 뒤흔든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는 국내 대형 생보사 한 곳이 일본 상품의 약관을 그대로 번역해 상품을 만들었지만 번역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해 지급해야 할 자살보험금이 엄청나게 불어난 사례다.

타 생보사 20여 곳은 이 대형 생보사의 약관을 그대로 표절했는데, 그 결과 생보사들이 지급해야 할 자살보험금은 2016년 2월 기준 2465억원에 이를 정도로 불어났다.

생보사는 이들 중 일부를 미지급하겠다고 의사를 밝혔지만 금융당국의 중징계 예고에 보험금을 지급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결국 상당수 보험사가 수백억원의 손실을 봤고, 당시 보험사의 신뢰도는 크게 하락했다.

다만 카카오페이가 UI·UX와 관련해 특허 등록을 받지 않은 만큼 이번 사건을 법적으로 대응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UI·UX의 침해 여부는 법적으로 문제제기하기 어려워 많은 시간이 소요될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소비자를 혼동케 하거나 오인케 하는 경우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사례가 될 수 있지만 이 사례는 이에 해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am_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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