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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의협 회장은 ‘고소·고발왕’… 靑·언론·野대표·경찰 등에 5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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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이후 보도된 고소·고발만 50건 가까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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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이 당선 직후인 3월 27일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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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취임한 임현택(54)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의협 집행부 내에 변호사 출신 법제이사를 종전 2명에서 4명으로 늘렸다. 임 회장은 “의정(醫政) 사태에서 회원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앞으로 회원 대상 법률서비스를 로펌 수준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임 회장은 전공의 법률 지원을 위한 변호인단 ‘아미쿠스 메디쿠스(의사의 친구)’를 꾸렸고, 전공의들은 이를 통해 정부를 상대로 한 행정소송 등을 진행 중이다. ‘강경파 중 강경파’로 통하는 임 회장이 의협 수장을 맡으면서 정부 등을 향한 의협 차원의 각종 고소·고발이 대폭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 임 회장은 의료계 내에서 ‘고소·고발 전문가’로 불린다. 2016년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으로 선출된 그는 최근까지 8년간 정치인과 장·차관, 법조인부터 약사·간호사·한의사 등 의료계 인사, 경찰, 대기업 대표 등에 이르기까지 직역을 가리지 않고 이해가 부딪힌 당사자들을 경찰·검찰·공수처에 고소 또는 고발했다. 8년간 언론에 보도된 고소·고발 건수만 50건 가까이 된다.

임 회장은 지난 3월 27일 본지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고소·고발 건수가 모두 얼마나 되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고소는 범죄 피해자 측이, 고발은 제삼자가 수사기관에 신고하는 것을 말한다.

◇2016년 전혜숙 의원 고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

임 회장은 2016년 ‘돔페리돈(약물의 일종) 부작용을 모르고 처방한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을 규탄한다’는 취지로 언급한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에 대해 “근거 없이 의사들을 비방한다”며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2018년에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과 관련, “병원 의료진 책임이 아니라 국가의료보험제도에 대해 중대한 결정을 하는 건정심(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 책임져야 한다”며 건정심 위원 25명을 직무유기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건과 관련해 박능후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은 물론 이화의료원장과 이대목동병원장 등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고발했다. 같은 해 ‘문재인 케어 전면 백지화와 양의사 의료기기 독점사용은 양의사들의 대표적 이기주의’라고 한 대한한의사협회는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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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이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으로 있던 2019년 3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프로포폴 상습 투약 의혹 관련해 영장 없이 진료기록부 등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경찰에 대해 고발장을 접수하기 전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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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조국 고발, ‘양방’ 표현 쓴 靑 비서관도 고소

2019년엔 고소·고발이 가장 많았다. 임 회장은 조민씨 논문 의혹 등이 불거지자 조국 당시 법무장관 후보자를 공무집행방해·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또 경기 오산시의 개설 허가 취소로 논란이 됐던 A의원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안민석 민주당 의원을 경기도 선관위에 고발했고, 국회 토론회에서 ‘의사들이 돈벌이에 집중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이용호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2019년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프로포폴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직접 나섰다. 그는 법원 영장 없이 병원에 환자 진료기록 제출을 강요했다는 이유(직권남용 등)로 서울경찰청장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의혹 제보자인 간호조무사에 대해서도 “공익이 아닌 특정 목적을 갖고 제보했다”며 의료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또 ‘한양대 전공의 음주 진료’ 보도와 관련해선 MBC가 본인 인터뷰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MBC 뉴스데스크 보도국장과 담당 기자를 고소했다.

이 시기 의사 단체와 한의사 단체 간 갈등이 커지면서 고소·고발 전면에 나서기도 했다. ‘한방 추나요법 급여화 고시’와 관련해선 박능후 전 복지부 장관과 건정심 위원 전원을 직무유기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문재인 케어를 지지해주는 대가로 한방 첩약 급여화를 추진해 건보 재정을 낭비하고 의사들 업무를 방해했다”며 당시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장과 이진석 청와대 정책조정비서관을 검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또 2019년 문재인 대통령 주치의를 ‘양방 주치의’라고 표현했다며 이정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양방’은 일부 한의사들이 의사를 폄훼하기 위한 의도로 만들어낸 멸칭(蔑稱)이라는 주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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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8일 임현택(왼쪽) 당시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과 변성윤 평택시의사회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헬기 이송과 관련한 고발장을 들어 보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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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2022년 조민·유은혜·김범석·김민석·노정희 등 고발

임 회장은 2020년엔 당시 파업 전공의를 고발한 복지부 공무원들을 직권남용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어 조국 전 장관 딸 조민씨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2021년에는 자신에게 전화해 “조민이 뭘 그렇게 잘못했어? 내가 가서 의사 가운 찢어줄게”라고 폭언한 시민을 경찰에 협박 등으로 고소했다. 조민씨 사건 관련해 유은혜 당시 교육부 장관, 고려대·부산대 총장도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또 이 시기엔 전문의약품 판매를 방조한 혐의(약사법 위반)로 쿠팡 김범석 의장 등을 경찰에 고발하는 일도 있었다.

임 회장은 이어 2022년에는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던 김민석 민주당 의원 지역구 사무소 앞에서 간호법 반대 1인 시위를 벌였고, 이후 김 의원이 ‘민형사상 조치를 계획 중’이라며 내용증명을 보내자 협박 혐의로 그를 고소했다. 또 성분명 처방을 놓고 갈등한 권영희 서울시약사회장은 명예훼손 혐의로, 한의사 국가시험에 CT(컴퓨터단층촬영장치) 등 의료기기 영상 분석 내용이 포함돼야 하는지를 놓고 갈등한 대한한의사협회의 기관지 한의신문은 모욕 혐의로 고소했다. 특히 2022년에는 한의사의 초음파 기기 사용 적법 판결에 참여한 노정희 대법관을 이해충돌 방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남편이 한의사인데 회피 신청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이밖에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단 회의에서 언쟁을 벌인 이정근 당시 의협 상근부회장을 모욕 등으로 고소했고, 2022년 이태원 참사 수사를 맡은 경찰 특별수사본부장을 재난의료지원팀에 대해 강압적으로 수사한 혐의(직권남용)로 고발했다. 또 코로나 소아환자 급증에 따른 어린이 해열제 등 부족 현상이 나타나자 김강립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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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임현택 당시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이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을 서울경찰청에 모욕 혐의로 고소했다며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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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024년 ‘헬기 전원’ 이재명·정청래 등 고발

임 회장은 작년엔 의대 증원, 간호법 제정 등에 반대하는 의사단체를 방송에서 지적한 김주하 MBN 앵커, 홈페이지를 통해 비판한 간호협회의 전·현직 회장을 명예훼손·모욕 혐의로 고소했다. 또 정부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확대와 관련해 협박 등 혐의로 복지부 조규홍 장관과 박민수 2차관 등을 검찰에 고소했다. 그는 또 의사의 의료 행위를 대신하는 ‘PA 간호사’ 채용 공고를 내 의료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삼성서울병원장을 경찰에 고발했고, 지난해 언론 인터뷰에서 ‘대학 학과 선택 없이 자율전공학부(무전공)로 입학한 학생들이 3학년이 되면 의대 진학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 이주호 교육부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올해 1월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헬기 전원 논란’과 관련해 이 대표와 정청래 최고위원·천준호 당대표 비서실장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어 2월엔 언론 기고에서 ‘정년이 없는 의사의 생애소득은 140억원’이라고 한 김윤 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를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경찰에 고소했다. 브리핑에서 의사를 ‘의새’로 잘못 발음한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모욕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고, 사직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내리는 것은 부당하다며 조규홍 장관과 박 차관을 직권남용 등으로 고발하기도 했다.

또 최근엔 문화체육관광부 고위 공무원이 세종충남대병원에서 뇌출혈 진단을 받고 서울아산병원으로 옮겨서 수술을 받은 것과 관련, 당사자인 문체부 공무원 A씨와 전원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있는 복지부 공무원을 직권남용 등으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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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임현택 당시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이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 소환 조사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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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도 여러 번 피소… 전공의 집단행동 부추긴 혐의로 수사받는 중

임 회장은 의사 업무와는 직접 관련 없는 사안에 나서기도 했다. 2022년엔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전용기에서 추락하는 모습이 담긴 합성 이미지를 소셜미디어에 올려 논란이 된 박주환 신부를 내란선동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작년엔 예비군 훈련으로 수업에 빠진 학생을 결석 처리한 한국외대 A강사와 한국외대 총장에 대해 군인들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고발하기도 했다.

한편 임 회장 본인도 수차례 고소·고발 당하기도 했다. 2017년 야간·휴일에 소아 진료를 지원하는 달빛어린이병원 사업을 방해한 혐의로 정부로부터 고발됐다가 추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2018년엔 소아청소년과 의사 전용 커뮤니티에 후원 요청 글을 올려 1억6000만원가량을 적법한 절차 없이 개인 계좌로 입금받았다는 이유로 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원으로부터 횡령 혐의로 고소당했다. 2020년 법원은 벌금 2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2021년에는 한국환자단체연합회 기자회견에서 “환자가 직업이냐”는 발언 등을 했다는 이유로 연합회 안기종 대표로부터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당했다. 임 회장은 의협 회장 당선 전 전공의 집단행동을 부추긴 혐의로 복지부로부터 고발돼 현재 경찰 수사도 받고 있다.

그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고소·고발 남발로 의사의 품위를 실추했다’는 의료계 내부 비판과 관련, “고소·고발은 당하는 사람도 힘들지만 하는 사람도 굉장히 힘든 문제”라며 “처음엔 성명서를 내고 대화를 요청하기도 했지만 바뀌는 것은 없었다. 의료인의 품위도 중요하지만 당장 의료계의 위기 상황에서 품위만 차리고 있을 순 없지 않나”라고 했다.

[안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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