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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이슈 성착취물 실태와 수사

성착취물 텔레방 참여만 했다?…대법 “다운 안 하면 ‘소지죄’ 처벌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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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일러스트=정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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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 성(性) 착취물을 공유하는 텔레그램 대화방에 참여하기만 했다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영상을 내려받아 가지고 있거나 재배포 하지 않았다면 소지죄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청소년성보호법상 성착취물 배포와 성착취물 소지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6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480개가 올라와 있는 텔레그램 채널 및 대화방 7개에 참여한 혐의(성착취물 소지)로 기소됐다. A씨는 2021년 1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한 텔레그램 대화방 운영자로 활동하면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113개가 저장돼 있는 다른 텔레그램 채널 링크를 대화방에 공유하고, 또 텔레그램 채널 2개를 직접 개설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20개를 직접 올리는 등 소지한 혐의(성착취물 배포)도 있다.

1·2심은 A씨의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배포’와 ‘소지’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1심은 징역 6년, 2심은 징역 5년6개월을 선고했다. A씨가 텔레그램 대화방을 운영하면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에 별다른 제한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링크를 게시한 것은 성착취물 배포가 맞는다고 봤다. 또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이 있는 텔레그램 대화방에 참여만 했더라도 소지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텔레그램 채널 및 대화방에 참여해 게시된 사진 또는 영상에 언제든지 접근할 수 있도록 채널 및 대화방 참여 상태를 유지한 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사실상 점유 또는 지배하에 둬 이를 소지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의 배포 혐의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다른 사람이 개설·운영한 텔레그램 대화방 7개에 참여한 행위에 대해서는 소지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가입한 7개 텔레그램 채널과 대화방은 성명불상자가 개설·운영했을 뿐 피고인이 지배하는 채널이나 대화방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성착취물이 게시된 7개 채널 및 대화방에 접속했지만, 그곳에 게시된 성착취물을 자신의 채널 등에 전달하거나 저장매체에 다운로드 하는 등 실제로 지배할 수 있는 상태로 나아가지는 않았다”며 “이러한 행위를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소지한 것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이슬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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