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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레바논 베이루트 대폭발

"정부가 살인자" 폭발참사 레바논 민심도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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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명 거리로… 최소 238명 부상… 총리, 민심 달래려 조기 총선 제안

4일 발생한 폭발 사고로 초토화된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반(反)정부 유혈 시위가 벌어졌다. 사고 원인이 인화물질인 질산암모늄을 소홀히 관리한 인재(人災)로 굳어지면서 민심이 폭발하고 있다.

8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베이루트 시내에서는 5000명의 시민이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거친 시위를 벌였다. 국회의사당을 향해 돌을 던졌고, 외교부를 비롯한 일부 정부 부처 건물을 점거했다. 시위대는 이날을 '복수의 토요일'이라고 부르며 폭발 사고 희생자들을 위해 집권 세력을 몰아내겠다고 다짐했다. '당신들은 살인자'라는 팻말이 거리에 등장했다.

시위대는 미셸 아운 대통령 사진을 불태웠고, 이슬람 시아파 무장세력인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의 초상화에 올가미를 거는 퍼포먼스도 했다. 헤즈볼라는 레바논 여권의 핵심 세력이다. 경찰이 최루탄과 고무탄을 쏘며 시위대 해산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적어도 238명이 다쳤고, 경찰관 한 명이 사망했다고 레바논 적십자사가 밝혔다. 숨진 경찰관은 시내 한 호텔에서 시위대와 대치하는 과정에서 추락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AP통신은 "심각한 경제난으로 정부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가운데 폭발 사고까지 일어나자 민심이 들끓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폭발 사고 사망자는 8일까지 최소 158명이며, 실종 상태인 60여명의 시신을 찾는 수색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부상자는 6000명이 넘는다.

민심 수습책으로 하산 디아브 총리는 이날 TV에 출연해 "조기 총선을 제안한다"고 했다. 레바논에서는 2018년 5월 마지막 총선이 치러졌다. 당시 총선에서 과반수를 차지한 헤즈볼라와 동맹 세력은 레바논에 총체적인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외적으로 이스라엘과 교전을 계속하고 있고, 안으로는 이슬람 수니파 및 기독교도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향후 레바논에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화폐 가치 급락, 높은 실업률과 같은 심각한 경제난을 단시간에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인도적인 차원에서 레바논을 돕기 위해 국제사회는 뭉치고 있다. 9일 유엔과 프랑스의 주도로 EU 회원국·미국·중국·러시아·영국·이집트의 고위 인사들이 참가한 화상회의가 열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회의에 참석했다. 이번 폭발 사고로 3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직접적인 피해액만 150억달러(약 17조8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레바논 GDP(국내총생산)의 4분의 1에 달하는 규모다.

[파리=손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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