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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앱의 횡포를 안 당하게 식당 업주들을 보호하는 방안을 내놓기로 한 ‘상생 협의체’ 논의가 지난 14일 끝났다. 지난 6개월 동안 정부가 깔아준 판 위에서 배달 앱과 업주들은 줄다리기를 해왔다. 애초에 획기적 상생안이 나오리라는 기대는 없었다. 하지만 중개 수수료를 낮추는 대신 배달비를 올리겠다는 꼼수를 ‘상생안’으로 포장할 줄은 몰랐다. 이미 식당들은 배달용 음식값을 따로 더 비싸게 책정하는 이중 가격제를 적용하고 있다. 그래서 일부 무료 구매 회원을 제외하고는 새로 오른 배달비의 영향을 받을 처지다.
모두 12번 진행한 상생 협의체 회의는 ‘상생은 안중에 없는 배달 앱’ ‘중재 원칙 무용지물 만든 정부’로 요약된다. 정부는 배달비를 종전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원칙을 내세웠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배달의민족(이하 배민)과 쿠팡이츠는 중개 수수료를 종전 9%에서 2~7.8%를 차등 적용해 낮추기로 했다. 대신 배달비는 최고 500원 비싸지게 됐다. 중개 수수료를 낮추라는 정부 압박에 성의 표시는 해야겠고, 손해는 보기 싫었던 배달 앱들의 전략이 통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 가게에선 오히려 부담이 늘었다. 배달 앱에서 상위 35%에 속하는 치킨집 점주가 2만원짜리 치킨을 파는 경우를 보자. 원래는 중개 수수료 9.8%인 1960원과 배달비 2900원을 제외한 1만5140원을 가져갈 수 있었다. 하지만 상생안대로 하면 중개 수수료는 7.8%를 적용해 1560원으로 줄어들더라도 늘어난 배달비 3400원을 부담해야 하니 1만5040원만 남는다. 소폭이더라도 수입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점주들 부담이 커지면 자동으로 소비자들 부담도 커진다. 정액제 회원이 아닐 경우 배달비를 점주와 소비자가 나눠서 부담하기 때문이다. 지난 한 달간 배달 앱을 이용한 국민은 배민 2207만명, 쿠팡이츠 883만명, 요기요 497만명에 이른다. 손가락 하나로 음식이 집 앞까지 배달되는 서비스를 맛본 이상, 하루아침에 배달 앱 이용을 중단하기는 불가능하다. 적지 않은 국민이 주요 배달 플랫폼의 손바닥 위에 놓여 있는 셈이다.
상생 협의체 회의 마지막까지 배달 앱들은 상생이라는 명분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배민은 수수료 인하안을 내놓으며 쿠팡이츠도 동참해야 한다며 물고 늘어졌고, 쿠팡이츠는 아예 이전보다 높은 수수료안을 내놓으며 물을 흐렸다. 수정한 상생안을 제출하는 날에도 배민과 쿠팡이츠는 패를 들키지 않으려 첩보 작전처럼 움직였다.
배민과 쿠팡이츠는 시장점유율 80%가 넘는 업계 1·2위 배달 앱이다. 영향력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임감을 보여줘야 했다. 또 정부도 상생 협의체를 구성했으면 상생안다운 결론을 이끌어내야 했다. 6개월 회의에서 얻은 건 결국 소비자와 입점 업체는 플랫폼의 수수료 장사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는 냉엄한 현실뿐이었다.
[신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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