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시효 남아있을까…제소 10년 지나 ‘미지수’
개인배상 인정해도, 안해도 한·일관계 등 후폭풍
대법원. /조선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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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재상고심 판결이 30일 내려진다. 소송 시작 이후 13년 만이고, 대법원에 사건이 접수된 지 5년 2개월 만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30일 오후 2시 고(故) 여운택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철주금(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재상고심의 선고 공판을 연다.
여씨 등은 1941~1943년 신일본제철의 전신인 일본제철에 강제징용돼 노역을 했으나 임금을 전혀 받지 못했다. 이후 소련군의 공습으로 공장이 파괴되고 일제로부터 해방이 되면서 고향에 돌아왔다. 이들은 지난 1997년 일본 오사카지방재판소에 손해배상금과 미지급된 임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고 이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이들은 같은 취지의 소송을 지난 2005년 2월 국내 법원에 다시 제기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배상시효가 지났다는 이유 등으로 기각했다. 그러나 2012년 대법원은 한·일 청구권 협정이 맺어졌더라도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고, 소멸시효도 완성되지 않았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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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기환송심은 대법원 판결 취지대로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이에 일본 기업이 불복하며 사건은 2013년 8월 대법원에 다시 접수됐다. 사건은 올해 7월에야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는데, 양승태 사법부가 법관의 해외파견을 늘리기 위해 이 사건을 이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재상고심 판결이 어떻게 나든 한·일 외교관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법조계 안팎의 분석이다. 대법원이 일본기업에 배상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할 경우 일본 정부가 이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한·일 청구권 협정, 개인의 손배청구권과 별개인가
최대 쟁점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인해 원고들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됐는지다. 당시 협정을 통해 일본이 제공한 자금(무상 3억 달러·차관 2억 달러)에 강제징용 배상금이 포함됐는지가 중요하다.
협정을 보면 양국 국민의 재산, 권리 및 이익과 청구권 문제를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한다고 돼 있다. 일본도 이를 들어 배상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2012년 대법원 1부(당시 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한일) 청구권 협정 협상 과정에서 일본 정부는 강제동원 피해에 대한 법적 배상을 원천 부인했다"며 "식민지배와 직결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이 (한일) 청구권 협정 적용대상에 포함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원고들 개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1934년 일본으로 강제 징용된 충청남도 홍성 지역 젊은이들./조선DB(홍성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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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 소멸시효, 이미 끝난 것인가
피고인 신일본제철 측은 "배상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주장을 편다. 2012년 대법원은 소송이 제기된 2005년 2월까지는 "원고들이 대한민국에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며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소송이 지나치게 길어진 것이 문제다. 2005년 2월을 청구권 행사에 장애가 없어진 시점으로 계산하더라도, 현 시점에서는 소멸시효가 넘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법 766조 2항은 소멸시효를 10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개인 청구권이 인정되더라도 배상시효는 끝났다는 판단이 나올 수도 있다.
◇일본 법원의 판결 효력, 국내에도 미치나
앞서 일본 법원은 식민지배가 합법적이라는 인식 하에 일제의 징용령이 유효하고, 강제 연행이 아니라고 봤다. 또 신일본제철이 일본제철을 승계하지도 않았고,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개인청구권도 소멸됐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일본 법원의 판결 효력이 국내에서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일본의 한반도 지배는 불법 강점이고, 강제동원 자체가 불법이라고 보는 헌법의 핵심 가치와 정면충돌해 효력이 배제된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대법원은 "일본 판결을 그대로 승인하면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했다.
[오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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