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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인터뷰] 블록체인, 암호화폐 기업이 러시아로 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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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블록체인 관련 유망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과 미국 블록체인, 암호화폐 기업들이 설비생산 및 투자처로 러시아를 적극 검토하는 추세다.

이는 러시아 연방정부의 전향적 정책이 한 몫한다. 러시아 당국은 저렴한 에너지와 개방 정책을 앞세워 세계 암호화폐 기업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심지어 정부판 암호화폐(크립토루블 Крипторубль) 발행까지 예정하고 있으며, 러시아 연방 내 경제특구로 지정된 크림공화국을 비롯해 칼리닌그라드, 시베리아 지역에서는 암호화폐 펀드 조성까지 허용하려는 움직임이다.

우호적인 여건에 힘입어 러시아에서 근래 등장하는 스타트업 상당수가 블록체인과 관련된다. 아울러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관련 주요 프로젝트 다수가 러시아 출신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각설하고.

러시아 핀테크 스타트업 ‘크반토르(Квантор, kvantor)‘ 역시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시동을 건 스타트업이다. 이들이 내놓은 프로젝트는 제 3자를 거칠 필요없이 당사자들이 직접 지급 결제를 진행할 수 있는 서비스로, SWIFT(국제은행간 통신협정)을 통한 국제 송금 시 발생하는 비용과 시간을 감소시켜 간편하고 빠른 송금 거래를 지원한다. 분산형 원장 프로토콜을 통해 초 단위로 거래를 가능하게 했다. 수수료 역시 몇 센트에 불과할 정도로 저렴하다. 회사측은 ‘금융 거래 시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프로젝트’라 설명한다.

크반토르 코파운더인 아르센 바흐시얀(Арсен Бахшиян) CFO에게 프로젝트 이야기와 블록체인 산업, 러시아 스타트업 현황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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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센 바흐시얀 크반트로 CFO



본인 소개 및 팀소개를 해달라.

금융과 IT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팀원들이 코파운더로 크반토르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알렉세이 로세프 대표(CEO)가 서비스 운영 전반을 관리하고, 미하일 체카노프 (서비스 개발)와 스타니슬라프 소로킨 (CTO)는 블록체인 솔루션 개발 전문가다. 나는 프로젝트 재정을 전담하고 있다.

언제부터 블록체인에 관심을 가졌나.

2015년에 처음 접할 때만 하더라도 블록체인이 가져올 미래를 깊이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기술에 대해 알면 알 수록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금융 시스템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매개체라 확신하게 되었다.

먼저 블록체인 산업 동향 및 러시아 상황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 지난해 폭등했던 비트코인, 이더 등 많은 코인들의 시장 가격이 올해는 하향세다. 이런 가격 상승과 하락폭을 두고 블록체인이 버블이라 말하기도 한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은 구분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암호화폐의 가격은 공급과 수요에 따라 결정될 뿐이다. 암호화폐 등장 이후 여러 산업에서 블록체인 기술 적용을 검토하기 시작했고, 미디어에 나오는 내용만 보면 블록체인이 전지전능해 보인다. 하지만 성공적인 구현을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분명한건 기존 은행 산업의 근간을 흔들만한 잠재력이 있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살아남을 것인가 아니면 사라질 것인지에서 양자택일을 해야할 때가 왔다. 금융권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

여느나라와는 반대로 러시아는 정부가 암호화폐를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권장한다. 심지어 크립토루블 발행을 고려중이다. 왜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보나.

러시아가 처음부터 가상화폐에 호의적인 태도를 취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가상화폐거래소 폐쇄 등 강력한 제재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시장을 통제하고 제도권 안으로 끌어안는 쪽으로 완전히 입장을 바꿨다. 암호화폐를 규제하면 불법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해 합법적인 영역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로 읽힌다. 이를위해 푸틴 정부는 7월까지 비트코인의 정의, 거래 방식, 채굴, 암호화 과정 등 암호화폐 전반에 관한 구체적 법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또 국가가 주도해 암호화폐를 발행하게 되면 모든 거래내역이 정부의 블록체인에 기록되기에 자금 은닉을 하거나 돈세탁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 정부의 유연한 통화 정책 수립에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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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선전 화창베이 전자상가에 가보니 암호화폐 채굴기 주요구매자가 러시아인이라고 하더라. 러시아 암호화폐 시장 현황을 이야기해 준다면


현재 크림반도, 칼리닌그라드, 시베리아 지역에서 관련 특별 법안이 준비되고 있다. 암호화폐 채굴 및 투자를 원하는 기업과 투자자를 유치하는 목적이다.

러시아의 저렴한 전기 비용도 암호화폐 채굴 붐에 기여하고 있다. 암호화폐를 채굴하는데 들어가는 상당한 전기량을 고려해 본다면, 러시아 내 화폐 채굴장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효율적이다.

에너지 효율성 외 블록체인, 암호화폐 업계에서 러시아를 주목해야하는 이유가 있다면.

두 가지 이유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앞서 설명했듯이 러시아 정부는 블록체인 기술에 매우 개방적이고 진지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합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법안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리고 ICO 캘린더 주요 프로젝트 상당수가 러시아와 구 소련 출신들이 주도하는 것이다. 인재풀이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일부 대학교에는 이미 블록 체인 강좌를 진행하는 중이다. 사회적 관심 또한 뜨겁다.

국가가 암호화폐나 블록체인에 대한 정책 수립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비전문 투자자에 대한 보호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아울러 블록체인 기술이 국가의 규제 안에서 적절하게 사용되게끔 유도해야 한다.

텔레그램이 프리 ICO로만 총 17억 달러를 확보했다. 하지만 ICO를 통한 모금이 어려워질거란 전망도 있다. 어떻게 보나.

텔레그램은 암호화폐 커뮤니티 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심지어 대부분의 ICO 프로젝트가 텔레그램 그룹 채팅방에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을 정도다. 텔레그램은 ICO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특수한 상황이다. 많은 이들이 예측하듯 텔레그램과 같은 결과가 쉽게 나오지는 않을거다. 하지만 블록체인 산업이 아직 초기 단계인만큼, ICO에 대한 섣부른 기대와 전망보다는 좀 더 장기적이고 균형잡힌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다.

블록체인 산업, 암호화폐 시장이 더 발전 하려면 어떤 인프라가 더 필요할까?

첫 째도, 둘 째도 사람이다.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블록체인 또한 많은 인재를 필요로 한다. 기술자 등 블록체인 기술 구현을 위한 전문가도 필요하겠지만, 블록체인 기업과 프로젝트 옥석을 가릴 수 있는 날카로운 시각을 가진 전문가 또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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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반토르 이야기를 해보자. 이 사업 아이템은 어떻게 떠올린건가.

어느 비즈니스 파트너와의 대화가 계기가 되었다. 그는 은행과의 에피소드를 사례로 외국에 있는 거래 상대와 일할 때 겪는 애로사항을 토로했다. 이는 그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러시아에서 많은 기업이 SWIFT의 불편함을 지적한다. 거래 시 중개 은행과 각 은행이 요구하는 행정 서류를 반드시 검토해야하고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기에 돈이 장기간 묶일 수도 있다. 이는 사업 손실로 돌아온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을 생각했다. 이 시스템의 가능 여부를 테스트 한 후 전문가 집단, 기업가, 은행 등에 제안했고 큰 관심을 보인 이들이 전략적인 투자자가 되었다.

크반토르 프로젝트는 내가 금융업계에 있으면서 겪었던 현실적인 문제를 기술로 극복할 수 있다는 점과 국가 통화 유동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작업이다.

크반토르를 쉽게 설명해준다면.

간단히 설명하자면, 크반토르는 은행 등 3자를 거칠 필요없이 당사자들이 직접 지급결제를 진행할 수 있는 서비스다. 국제 송금 시 발생하는 비용과 시간을 감소시켜 간편하고 빠른 송금 거래를 지원한다. 평균 2-3일이 소요되는 국제 송금 시간이 몇 분대로 줄게 되며, 거래에 필요한 수수료 또한 획기적으로 낮아진다. 인터넷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송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지리적 한계로 은행 서비스 이용에 제한을 겪는 불편함도 적어진다.

타깃 사용자는 기업으로 보인다.

은행과 기업이다. 은행간 명목화폐 및 암호화폐 거래 및 이체가 가능하고, 송금과 청산, 보증, 채권매수 등 은행 서비스 등도 제공한다. 범위를 넓혀 육류, 어류, 옥수수 등 농수산물 거래, 석유와 금 등 원자재 거래에도 사용될 수 있다.

리플과 유사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크반토르와 리플의 차이점, 혹은 강점은 무엇인가.

크반토르와 리플을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어렵다. 크반토르와 리플의 유일한 공통점은 두 플랫폼 모두 국가간 지불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리플의 상당 지분을 마스터카드가 보유한 것과 달리, 크반토르는 라이센스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시스템에 저장된 데이터는 파트너 은행으로 분배되며 어떤 은행도 현금 흐름을 조작할 수 없다. 크반토르의 차별점은 사업체가 자국 통화를 사용하여 글로벌 거래를 함으로써, 사업체가 운영되는 국가 내에서 자금 유동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인해 향후 ‘세계 통화’라는 용어가 사라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모든 국가는 자국 통화로 상대 국가와 거래를 하고 관련 당사자 간 통화 잔액을 계산하는 시스템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토큰 프리세일을 시작했다. ICO를 염두에 두는건가. 한국 거래소에서도 상장하나.

다른 블록체인 기업과 달리, 우리는 어떤 종류의 ICO도 진행하지 않는다. 때문에 거래소 상장도 없다. 대신, 크반토르는 ITO(Initial Token Offering)를 진행한다. 토큰은 라이센스 권리의 일부분이다. 발급 당일 기준으로, 금의 1 트로이 온스 가격의 1300분의 1로 책정되어 있으며, 토큰 소유자는 크반토르 플랫폼에서 라이센스 사용권을 받게 된다. 총 1억개의 라이센스가 나갈 예정이다. 현재 크반토르는 3천 2백만 파운드(한화 약 463억 원)를 하드 캡(최대 모금액)으로 설정했으며, 소프트 캡(최소 모금액)은 없다. 우리가 보유한 자원을 감안할 때, 무난하게 달성할거라 본다. 이를 통해 플랫폼 개발 및 상용화도 무리없이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추가 자금 모집을 통해 시스템을 더 확장하고 통합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크반토르 프로젝트, 사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인가.

단기적으로는 은행 서비스와의 통합을 통해 국가간 송금이 진행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전 세계 은행의 약 50%가 크반토르 플랫폼을 사용하게 만드는 것이다.

크반토르가 보유한 블록체인 기술의 강점을 설명해 준다면

크반토르는 글로벌 송금 서비스 이용자들이 중간 거래자를 거치지 않고 P2P 방식으로 거래할 수 있는 분산형 원장 프로토콜 (decentralized distributed ledger protocol)을 개발했다. 거래에 참여한 당사자들만 거래 이력을 열람할 수 있으며, 서비스 이용자 정보 및 계약과 거래 내용 등에 모든 중요한 데이터는 엄격하게 관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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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최대 스타트업 콘퍼런스 스콜코보 스타트업 빌리지(Skolkovo Startup Village)’ 현장



한국에 러시아 스타트업 생태계 정보가 많지 않다. 현황을 설명해 준다면.

‘Inc.5000’ 조사에 따르면, 수도 모스크바는 유럽서 스타트업을 위한 도시 순위 2위에 올랐다. 제 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는 9위였다. 러시아에도 역동적인 스타트업 생태계가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러시아 스타트업 생태계는 최신 기술에 정통한 인재들이 열정적으로 주도하고 있다.

또한 모스크바에는 모스크바 국립대학, 모스크바공대 등 상아탑에 최고의 인재가 모여있다. 구소련 시절부터 러시아는 수학과 과학을 강조해 왔고 인재도 그에 맞게 육성되어 왔다. 이러한 전통은 러시아의 독보적인 유산으로 남아있다. 수준 높은 인재풀이 러시아 스타트업을 성장시키고, 서방 스타트업이 찾아오는 이유다.

러시아 스타트업 투자환경을 이야기해 준다면

텔레그램 ICO에 러시아 주요 투자자가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처럼 러시아 투자자(사)는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에 대해 관심이 높고 호의적이다. 아울러 정부는 스타트업을 차세대 경제 동력으로 판단해 적극적으로 지원을 하고 있다. 이에따라 러시아에 매우 탄탄한 스타트업 지원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다.

만약에 해외 스타트업이 러시아에 진출한다면, 어떤 분야가 유망하다고 보나.

러시아는 선진 의료에 대한 수요가 높다. 원격 진료 등 사업이라면 러시아를 적극 고려해도 좋다고 본다.

얼마전 블록체인 업계 유명인사들이 한국에 대거 방문해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이야기 했다. 크반토르에게 한국시장은 어떤 의미가 있나.

한국은 전세계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간과할 수 없는 시장이다. 우리 입장에서 한국과 러시아는 수입과 수출이 긴밀한 경제 협력국이다. 크반토르가 국경을 넘어 자유롭고 즉각적인 글로벌 거래를 위한 플랫폼인만큼 한국 내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 한국의 은행들이 블록체인을 활용한 금융 서비스에 대해 관심이 높고 서비스 도입 의지도 높은 것으로 알고있다. 우리에게 한국 시장이 중요한 이유다.

인터뷰 질문 외 본인이 꼭 하고 싶은 말, 대중에게 강조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한국에서 진행되는 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주의깊게 지켜보며 갖게 된 인식이, 한국이 이 분야에서 매우 성숙하고 발전된 시장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시장에 크반토르를 소개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그리고 크반토르가 한국과 러시아 기업이 활발하게 교류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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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크반토르 / 아르센 바흐시얀 CFO(왼쪽에서 네번째), 알렉세이 로세프 CEO(오른쪽에서 네번째), 미하일 체카노프 PD(왼쪽 첫 번째), 스타니슬라프 소로킨 CTO(오른쪽 첫 번째)



글: 손 요한(russia@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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