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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스타트업 적폐청산#1] 원칙과 기본을 지키는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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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이란 이름 아래 혁신 서비스를 구현해가는 창업자들이 사회 저변에 자리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이에 보조를 맞춰 민관 협력으로 창업 생태계를 지원하는 크고 작은 환경이 조성됐고, 함께 일할 수 있는 코워킹 스페이스도 속속 등장, 작은 아이디어의 묘목으로 그칠 뻔한 스타트업은 어느덧 경제라는 숲의 일부가 되가고 있다.

그러나 특정 분야가 주목받으면 어김없이 잡음도 뒤따른다. 특히 ‘적폐’라고도 불리우는 비도적적인 이슈는 그것이 이해되는 범위에 있든 그렇지 않든 간에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작은 기업에게 위기로 돌아간다.

본지는 최근 불거진 스타트업 내에 자리 잡은 문제를 진단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플래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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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간 일했는데 퇴직금을 주지 않는다니요.

몇 주전 국내 유명 수제맥주 기업 A와 퇴사한 직원 A씨간 ‘퇴직금’을 둘러싼 설왕설래가 화제가 되었다. 해당 직원은 기업의 근로계약서에 퇴사 전 30일 전 통보에 따라 퇴사를 밝혔으나 기업 측은 회사 내부 사정상 연차보상금으로 퇴직금을 지급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A씨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었던 상황이라 기다렸지만, 퇴직금 지급 기한이 지나도 기업으로부터 지급과 관련해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해 노동부에 진정서를 낸 이후야 퇴직금을 받았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A씨는 이직이 결정됐던 다른 수제맥주 업체로부터 입사 취소를 통보 받았다. 직원이 경쟁사로 가는 것을 못마땅해 한 ‘보복성’처사를 감행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일었다. 해당 회사는 사업 운영 계획에 차질이 생겨 인력 충원 계획이 변경됐다고 해명을 했으나, 정황이 석연치 않았다.

이후 T사 대표와 A씨는 각자 소셜네트워크에 입장을 정리한 글을 올렸다. T사 대표는 ‘당사자 간 오해가 있었다’며 해명 및 사과문을 올렸으나, 감정 호소에 그쳤을 뿐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A씨는 소셜네트워크 설전 이후 집 근처로 대표 두 명이 찾아왔다는 얘기를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전했고, 대중은 이를 두고 더부스 측의 직원 정보 관리 개념이 안일하다고 지적했다.

잘잘못을 떠나 T사의 경우 보편적인 기업 위기 대응 매뉴얼을 따르지 않고 사태를 감정적으로 해결하려고 했던 점에서 대응이 미흡했다는 평가다.

대척점에 선 A씨는 “일을 크게 벌이기 위해 이런 글을 올리지 않았다”며, “업계에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길 하는 마음에 글을 올렸다”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열정만 강요하면 피가 거꾸로 솟아요.

이달 26일엔 요식업체 C사를 운영하는 K대표가 소셜네트워크에 자필 사과문을 올렸다.

‘근로기준법을 확실하게 준수하지 못해 함께 일했고 지금도 함께하는 멤버들에게 피해를 입힌 점, 그리고 응원해 준 이들에게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내용이었다.

K대표는 “성장이라고 하는 핑계로 당연히 주어져야 하는 권리를 함께하는 직원들에게 제대로 보장해주지 못했다”며 “다시는 이와 관련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 시스템을 철저히 관리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장사를 더 이상 하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이 문제가 온전히 해결되고 피해자들의 손해를 회복시켜드리는데 온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이 글이 올라 온 시점은 C사의 열악한 근로 환경과 허술한 근로계약서, 허울 뿐인 유급휴가 등 지금껏 어겨온 노동법 항목을 열거한 기사가 보도된 날이었다. C사는 대표가 적극적으로 회사의 젊은 이미지와 혁신, 그리고 열정과 정열을 강조하며 성장하던 업체였던 만큼 이번 사건은 대중에게 충격을 줬다.

▲대표님, 기본은 지키면서 열정& 성장을 말해주세요.

스타트업 사이에서는 어느정도 용인되지만, 이 생태계에서 한 발 벗어가면 납득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

실례로, 여러 스타트업의 리쿠르팅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것이 ‘스타트업이니 당연히 월급이 적다. 대신에 경험을 쌓을 수 있다’라는 서사다. 어느 분야에서든 월급이 적은게 ‘당연한 일’은 아니다. 스타트업이기에 당연시 되어서도 안 된다. 상응하는 미래 가치가 충분히 공감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저임금은 착취에 가깝다. 그런 기본적인 것이 지켜지지 않은 상황에서 직원에게 변치 않는 열정을 바라는 것 또한 어불성설이다.

스타트업에서 원칙과 기본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생계형 장사와 별반 다를게 없다. 스타트업에게 과한 도덕률을 적용한다 할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기본을 지키는 기업이 세상을 혁신하는 것이 방향성 면에서는 맞다. 혁신기업의 방점이 성장에만 찍혀서는 곤란하다.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각자 다르겠지만, 많은 스타트업이 낡은 구조를 각자의 방법으로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혁신은 젊음이나 기술에만 있지 않다. 원칙과 기본을 지키는 것이 혁신의 시작이다.

글: 서 혜인(s123@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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