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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휴지도둑 때문에’…베이징 공원에 안면인식 휴지기계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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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1일 베이징 천단공원 화장실에 설치된 안면인식 화장지 제공 기계에서 한 중년 여성이 화장지를 절취하고 있다. 사진 박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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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유산인 베이징의 명소 천단(天壇·톈탄) 공원 안에 새로운 명물이 생겼다. 안면인식기술을 이용해 자동으로 휴지를 제공하는 기계가 화장실에 설치된 것이다.

21일 찾아간 천단공원 남문 인근 화장실에는 남녀 화장실 입구에 각각 기계 한 대 씩이 설치돼 있었다. 바닥에 표시된 구역에 서서 기계의 카메라를 응시하면 얼굴선 등을 인식해 3초 내에 휴지를 제공한다. 1인당 1회 제공되는 휴지는 60㎝. 절취선 기준으로 6칸이다. 한 사람에게 9분에 한번만 휴지를 제공하고, 안경이나 마스크를 착용하면 인식이 안돼 휴지를 받을 수 없다. 화장실을 찾은 관광객들은 너도 나도 한번 해보자며 신기해 했다. 한 중국인 중년 여성은 “정말 새로운 문물”이라며 감탄했다. 제공되는 휴지량이 부족하지 않냐고 묻자 “사람들이 하도 많이 써서 어쩔 수 없이 기계까지 설치된 것 아니냐”며 “아껴 쓰면 된다”고 말했다.

화장실에 안면인식 기술까지 등장한 건 휴지 절도범 때문이다. 그동안 공용 휴지를 가방에 넣어 몰래 가져가는 인근 주민, 관광객 때문에 골머리를 앓다 당국이 묘책을 낸 것이다.

안면인식 휴지기계는 이달 중순부터 공원 내에 있는 14개 화장실 중 남문, 동문, 서문에 위치한 화장실에 6대가 시범 설치됐다. 기계가 설치된 후 휴지 양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나왔다. 키가 작은 어린이들은 얼굴 인식이 안돼 휴지를 얻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원 측은 당초 한겹짜리 휴지가 제공하다 두겹짜리로 질을 높였고 설사가 났거나 휴지가 급히 더 필요한 상황이 생기면 현장 관리인이 더 준다고 해명했다. 또 기계를 낯설어하는 중노년층을 위해 미화원들에게 사용법을 안내하는 교육도 실시했다고 밝혔다. 공원 관계자는 “2007년부터 무료로 휴지를 제공해왔는데 절도범이 늘어 기계를 도입했다”며 “휴지 사용은 시민의식의 리트머스 시험지”라고 밝혔다.

절약 효과는 확실하다. 중국청년망은 이 기계를 설치한 지 3일 만에 휴지 사용량이 80%나 줄었다고 보도했다. 당초 남문 화장실은 남녀 화장실 각각 하루에 20개 휴지를 썼는데 기계당 4개씩으로 확연히 줄었다.

일각에서는 이 기계를 두고 첨단 기술까지 끌어와 휴지 사용량을 제한할 정도로 공공의식이 낮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안면인식 기술이 휴지 제공에 이용된 것을 두고 “난감한 과학기술”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베이징시는 이번 시범 운행이 성공적으로 정착되면 다른 공중 화장실로 확대할 예정이다. 안면인식 휴지 제공 기계 가격은 대당 5000위안(약 80만원) 정도다.

<베이징|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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