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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지하 바다 아래 ‘게 누구 있느냐’…만나러 가겠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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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 목성 위성 유로파 탐사선 10일 발사

경향신문

목성(왼쪽 작은 천체) 위성 ‘유로파’ 상공에 도착한 무인 탐사선 ‘유로파 클리퍼’ 상상도. 유로파 지하 바다를 집중 탐구할 유로파 클리퍼가 오는 10일(미국시간) 발사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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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보다 크기 작은 천체 ‘유로파’
평균 영하 171도 혹한 환경 속
두꺼운 얼음 아래 바다 형성 추정

무인선, 2030년 도착 4년간 관측
착륙 없이 상공 돌며 집중 탐구
분광기·얼음 투시 레이더 활용
해저 온천 ‘열수분출공’ 등 살펴

대형 생명체 존재 가능성에 주목

#가까운 미래, 목성 위성 ‘유로파’에 우주선이 착륙한다. 창밖 풍경은 온통 얼음으로 뒤덮인 백색 세상이다. 우주선에 탄 탐사대원들의 임무는 유로파에 생명체가 존재하는지 탐구하는 것이다.

탐사대원 중 한 명은 유로파 도착 뒤 선외 우주복을 입고 우주선 밖으로 걸어 나간다. 그리고 지표면에 쌓인 얼음을 한 움큼 집어 생명체 감지 장비에 꾹꾹 눌러 담는다. 몇초 뒤, 탐사대는 ‘지구 밖 최초의 생명체 발견’이라는 경이로운 분석 결과와 맞닥뜨린다. 지구 해조류와 비슷한 미생물이 확인된 것이다.

모두 희열에 들떠 있던 그때, 밖에 나간 탐사대원이 딛고 있던 얼음판 아래로 몸에서 밝은 빛을 뿜는 이상한 물체가 접근한다. 그 물체는 순식간에 얼음판을 산산조각 낸다. 갈라진 얼음판 틈으로 빠진 대원은 물속으로 빨려 들어가 영영 올라오지 못한다.

얼음판 아래에 도사리던 물체는 외계 해양 생명체였다. 유로파 지하 바다를 헤엄치던 문어 형상의 이 대형 동물은 남은 대원들이 탄 우주선까지 공격한다. 2013년 개봉한 미국 공상과학(SF) 영화 <유로파 리포트> 줄거리다.

유로파는 실존하는 목성 위성이다. 생명체 존재 가능성도 진짜다. 다만 그곳에서 조사를 벌인다는 영화의 줄거리가 허구였을 뿐이다. 그런데 유로파에 이번주 인류가 정말 탐사선을 파견한다.

목성 중력이 바다 만들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오는 10일(현지시간) 목성 위성 유로파 자연환경을 살필 탐사선을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발사한다. 탐사선 이름은 ‘유로파 클리퍼’다. 태양에서 약 7억8000만㎞(지구와 태양 거리의 약 5배) 떨어진 유로파 상공에 2030년 도착해 4년간 관측 임무를 수행한다.

유로파 클리퍼는 유로파 주변을 총 49회 스치듯 비행하면서 카메라와 분광기, 얼음 투시용 레이더 등을 켠다. 이를 통해 지하 바다의 염분 농도와 주요 성분을 알아내고 정말 생명체가 존재할 법한 곳인지 판단할 예정이다.

유로파 클리퍼는 <유로파 리포트> 속 탐사선과는 다르다. 사람이 타지 않는다. 착륙도 하지 않는다. 유로파 주변 궤도를 돌며 지구에서 원격 조작하는 관측 장비로 아래를 찍거나 탐지하기만 한다.

사람을 수년간 우주에서 비행시키려면 많은 보급품을 싣고 넓은 숙식 공간을 갖춘 거대한 우주선이 있어야 한다. 또 달과 다른 환경을 지닌 천체에서 작동할 유인 착륙선도 제작해야 한다.

인류에게는 아직 그럴 능력이 없다. NASA는 현재 기술 수준에서 최선의 탐사 방법을 고안한 것이다.

총 49회 근접 비행 예정

NASA는 왜 태양계 천체 중 유로파를 콕 집어 생명체를 찾으려는 걸까. 유로파는 표면 평균 온도가 영하 171도에 이르는 혹한의 천체이지만, 표면을 뒤덮은 얼음판 밑에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른 세상의 정체는 지하 바다다. 모행성인 목성의 강력한 중력이 유로파를 쥐락펴락하면서 마찰열을 만들었고, 결국 유로파 땅속 얼음을 녹여 지하 바다를 형성했을 것으로 우주과학계는 본다.

유로파 지하 바다 규모는 지구 바다(14억㎦)의 2배가 넘는 30억㎦로 추정된다. 유로파(지름 3100㎞)는 달(지름 3400㎞)보다도 작은 천체인데, 좁은 몸통 안에 물을 꽉 채우고 있는 셈이다.

우주과학계는 지하 바다를 덮은 유로파 표면 얼음 두께를 15~25㎞로 예측한다. 두꺼운 얼음 때문에 유로파 지하 바다에 햇빛이 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로파 지하 바다에는 생명의 근원인 햇빛을 대신할 존재가 있을 것으로 과학계는 예상한다. 바로 ‘열수분출공’이다.

지하 바다 ‘열수분출공’ 주목

열수분출공은 해저 온천이다. 뜨거운 열기와 각종 화학물질이 뿜어져 나온다. 태양 대신 생물이 살아갈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

열수분출공은 목성의 강한 중력 때문에 생긴다. 목성 중력은 유로파의 지하 바다를 만들 뿐만 아니라 지하 바다 아래 암석까지 자극해 열수분출공을 생성한다. 지구 심해에도 열수분출공이 있다. 주변에는 미생물부터 갑각류, 어류 등이 서식한다. 유로파 열수분출공 주변에도 문어 같은 대형 동물을 포함한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과학계는 본다.

NASA는 “유로파 클리퍼의 탐사 장비는 목성이 뿜는 방사선을 견디기 위해 티타늄과 알루미늄으로 만든 용기 안에 들어가기 때문에 관측 능력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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