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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3 (목)

큰 코의 영웅 ‘시라노’…돌아온 최재림의 심기일전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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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라노’에서 시라노 역을 맡은 배우 최재림. RG컴퍼니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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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난 앞으로/ 나아가리 나아가리/ 홀로~”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씨제이(CJ)토월극장. 배우 최재림이 지난달 6일부터 시작한 뮤지컬 ‘시라노’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넘버 ‘나 홀로’를 울부짖듯 부르자 관객들은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우레와 같은 박수로 화답했다. 그의 몸짓과 표정에선 자신감이 넘쳤다.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 최재림이야!”



지난달 20일, 최재림의 컨디션 난조로 1막 뒤 공연을 취소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던 ‘시라노’가 그의 복귀 이후 활기를 되찾았다. 심기일전한 최재림의 연기와 노래가 빛을 발하고 있는 것. 당시 공연 취소를 알리기 위해 무대에 오른 류정한 프로듀서가 “1막을 보면서 잔인하다고 생각했다. 괴롭다”고 말했을 정도로 최재림의 상태는 심각했다. 이제는 완벽하게 컨디션을 회복하고 무대를 호령하고 있다.



2019년 재연 뒤 5년 만에 돌아온 ‘시라노’는 프랑스 작가 에드몽 로스탕이 실존 인물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를 모티브로 쓴 희곡을 각색한 뮤지컬이다. 17세기 귀족 시라노는 시, 소설, 희극 작품을 남긴 것은 물론 검술에도 능한 만능 재주꾼이었다. 그는 유난히 큰 코로도 유명했다.



뮤지컬은 스페인과의 전쟁 중에 맹위를 떨친 가스콘 부대를 이끄는 대장 시라노(조형균∙최재림∙고은성)를 주인공으로 한다. 뛰어난 감수성을 가진 시라노는 자신의 문장력을 활용해 ‘모솔’(모태솔로)인 부하 크리스티앙(임준혁∙차윤해)의 연애편지를 대신 써준다. 하지만 크리스티앙이 사랑하는 여인은 하필 시라노가 오랫동안 짝사랑했던 록산(나하나∙김수연∙이지수)이다. 작품 초반은 이러한 삼각관계에서 나오는 긴장감을 희극적으로 그린다. 연애편지 대행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는 수많은 영화, 연극 등으로 재탄생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2010년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으로 제작됐다.



한겨레

뮤지컬 ‘시라노’에서 시라노 역을 맡은 배우 최재림. RG컴퍼니 CJ ENM 제공


군부대가 주요 배경이기 때문에 건장한 군인들의 군무가 눈을 사로잡는다. 칼싸움 장면도 자주 나와 박진감까지 선사한다. 무술의 합을 맞추기 위한 배우들의 피나는 연습이 눈에 선하다. 영웅이지만 코믹한 캐릭터인 시라노를 부각시키는 ‘코’도 인상 깊다. 배우들은 피노키오처럼 긴 코를 달고 연기를 펼친다. 분장 덕분인지 실존 인물이 아닌 동화 속 주인공 같은 느낌을 준다.



이번 삼연에선 ‘연극을 시작해’ ‘말을 할 수 있다면’ ‘달에서 떨어진 나’ 3개의 넘버가 추가됐다. 지금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뮤지컬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작품이다.



달, 장미 같은 은유적 상징을 보강해 서사의 완성도도 꾀했다. ‘달’은 유쾌하면서도 영웅적인, 그러나 사랑에 상처받는 시라노의 화신 같은 상징물이다. 다만 다소 추상적이어서 오히려 서사를 방해하는 느낌도 없지 않다. 희극으로 시작해 비극으로 끝나는 결말이 너무 황급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2월23일까지.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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