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X재단 이사장
탄소감축 인증 디지털플랫폼 절실
보상체계 활성화해 동참 유도해야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54도 상승하여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로 기록되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점점 더 뜨거워지는 지구에서 우리는 자연재해의 위협 속에 살아가야 한다. 기후위기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우리의 일상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부분 국가가 제시한 탄소중립 목표보다 최소 3배 이상 감축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고탄소 산업의 경제적 이익 등 단기적 이익에 집착하면서 효과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탄소중립 활동은 국가가 배출량을 통제하는 ‘규제시장’과 민간이 자발적으로 탄소를 감축하는 ‘자발적 시장’으로 나뉜다. 규제시장은 국가나 산업별로 정해진 배출 상한선 안에서 초과 감축량을 거래하는 방식이고, 자발적 시장은 프로젝트 단위로 탄소 감축량을 산출해 거래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방법 모두 프로젝트 단위로 평가 및 목표관리를 하다 보니, 예산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그 성과를 확장하기가 쉽지 않다. 프로젝트 단위의 평가는 부족한 군사력으로 일부 전장에서의 승리를 전쟁 승리로 착각하는 것과 같다. 전쟁에서 이기려면 상대보다 월등한 군사력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다.
따라서 프로젝트의 결과도 중요하지만, 프로젝트에 투입된 자원 즉 기후테크 및 기후행동가 등에 대한 평가와 보급이 더 중요하며, 이것이 기후테크, 기후행동가 그리고 프로젝트까지 동일한 평가 지표로 평가되고 보상이 이루어진다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지금은 개별 프로젝트마다 베이스라인을 설정하는데 많은 시간과 예산이 투입되다 보니 프로젝트 단위를 대규모로 하는 게 유리하다. 그런데 만약에 투입된 기후테크 및 기후행동가의 실적으로 프로젝트를 평가하게 되면 감축량 중에 일부가 누락될 수는 있겠지만 투여된 자원과 프로젝트의 실적을 일관성 있게 평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보겠다.
이런 평가 방법이 작동되면 실적에 따른 보상이 투입된 기후테크와 기후행동가들에게도 분배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게 된다. 그렇게 되면 기후테크 기업은 탄소크레딧의 보상을 기대할 수 있게 되고, 이는 매우 매력적인 투자 유인책이 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방법으로 각국의 기후군사력을 평가하게 되면 해당 국가의 목표 달성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오히려 모든 자원을 기후테크 성능 강화 및 기후행동가의 확산에 주력할 수 있고, 이것이 바로 기후전쟁을 위한 군사력을 확보하는 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후테크나 기후행동가에 대한 보상이 크면 클수록 탄소중립을 가속화하기가 용이해질 것이다. 예를 들어 기존의 자동차에서 연간 1톤의 탄소를 줄일 수 있음을 정확하게 평가하고 이를 증명하는 장치가 있다면 이를 장착하는 대수만큼의 탄소감축량을 예측해 볼 수 있다. 그리고 미래에 투여 자원 대비 성과를 예측해 볼 수도 있다. 만약 1000만 대에 이러한 장치를 달면 손쉽게 1000만 톤의 탄소 감축을 실현할 가능성이 생긴다. 이러한 사례는 디지털전환 과정에서 무수히 많이 경험했던 것들이다. 단지 탄소감축 활동에 적용되지 않았을 뿐이다.
최근 SDX재단은 정부, 지방자치단체, 기후테크 기업, 컨설팅 기업, 투자자 등 다양한 참여자들과 함께 기후테크 제품이 감축하는 탄소량을 정확히 측정하고, 그 성과를 인증하는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인 ‘조각탄소이니셔티브(Mini Carbon Initiative, MCI)’를 제안했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탄소 감축량을 정확하게 측정·평가·검증·인증하는 체계를 만들어. 이후 발행된 탄소크레딧을 기후테크 기업과 기후행동가 등 관련자들에게 조각탄소크레딧(MCC)으로 새로운 보상 체계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 시스템이 활성화되면 조각탄소크레딧을 통해 기후테크 기업이나 기후행동가들에게 보상이 주어질 수 있으며, 프로젝트 평가도 기후테크 제품 및 서비스 평가의 연장선상에서 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MCI를 빠르게 촉진하면 기후위기 해결 속도가 기적적으로 빨라질 수도 있을지 모른다. 디지털전환과 기후테크 그리고 기후금융이 융합한 새로운 형태의 탄소중립을 위한 MCI가 하루빨리 자리잡아 기후위기 극복에 이바지하기를 기대해 본다.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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