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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2 (목)

외국인들, 이달 4일 이후 한국 국채도 17조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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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前 순매수서 방향 틀어

조선일보

일러스트=김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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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난 3일 비상계엄 이후 우리나라 국채 선물을 17조원 이상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계엄 이후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도 탄핵소추되며 국내 정치적 불안이 고조되면서 금융 시장이 흔들리는 가운데 외국인들이 ‘국가의 보증수표’라고 할 수 있는 국채에서 손 털고 나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외국인들은 같은 기간 코스피 시장에서 국내 주식을 약 3조4000억원 팔고 나갔는데, 국채는 이탈 규모가 그 5배를 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정치 상황이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대혼돈에 빠지면서, 국가의 ‘보증수표’라 할 만한 우리나라 국채의 가치도 그만큼 추락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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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성규


◇국채 매도, 대통령 탄핵소추 후 76% 몰려

29일 기획재정부의 국채 시장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27일까지 한국 국채(선물 3~30년물 기준) 14조2998억원을 순매도(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것)했다. 특히 비상계엄 직후인 이달 4일부터 27일까지 따지면 총 17조118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게다가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로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지난 14일 이후 전체 순매도 금액의 76%(13조574억원)가 집중됐다. 19일엔 하루 동안에만 3조9797억원을 팔아치우기도 했다.

국채란 정부가 각종 국가 사업에 쓸 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으로, 원금과 이자를 나라가 보증한다. 그런데도 최근같이 외국인들이 대거 ‘팔자’ 행렬을 보이는 것은, 앞으로 우리나라 국채의 신뢰도가 떨어져 가격이 하락(국채 금리는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채권 업계 관계자는 “한 권한대행마저 탄핵 절차에 들어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나라 전체의 신뢰도가 그만큼 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또 12월 전체 외국인의 국채 순매도 규모는 27일까지 14조원을 넘었는데, 월말에 대규모 순매수가 일어나지 않는 한 월별 기준으로 3년 3개월만의 최대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2021년 9월(-21조3513억원) 이후 순매도 규모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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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성규


◇최근 6개월 50조원 순매수, 계엄 이후 ‘반전’

비상계엄 전까지만 해도 외국인들은 한국 국채를 신뢰하면서 대거 순매수하고 있었다. 11월엔 13조1964억원을 순매수했고, 최근 6개월(6~11월)로 보면 약 50조7450억원을 순매수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지난 9월부터 기준 금리를 인하하면서, 한국 국채 금리도 하락(가격은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한국 국채가 글로벌 금융 시장 큰손들의 ‘쇼핑 리스트’인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될 것이란 소식도 도움이 됐다.

그런데 지난 3일 비상계엄 이후 한국 경제의 신뢰도가 타격을 입으며 이런 추세가 반전됐다. 다만 여기엔 최근 미 연준이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하면서 주요국 국채 금리가 상승(가격은 하락)하는 여파도 있다.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 여파로, 실제 한국 국채 가격은 하락(금리는 상승)하고 있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27일 연 2.876%로 마감했는데, 계엄 사태 직전인 3일(연 2.713%)보다 0.163%포인트 오른 것이다. 국고채 3년물 금리도 역시 같은 기간 연 2.585%에서 연 2.634%로 0.049%포인트 올랐다. 금리가 오른 만큼 채권 가치는 하락한 것이다.

◇KDI “원·달러 환율, 1500원 갈 수도”

외국인의 국채 매도세가 커지면서 역대급으로 치솟은 환율도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29일 국책 연구 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원·달러 환율의 (달러당) 1500원 도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27일 장중 금융 위기 이후 처음으로 달러당 1480원 선을 넘어섰는데, 여기서 더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계엄·탄핵 사태로 소비자들의 지갑도 닫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신한·KB·삼성·현대카드 등 카드사 4곳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달 1~20일 이 카드사들의 매출은 28조204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8조7997억원보다 2%가량 줄어든 것이다. 통상적이라면 각종 연말 회식과 선물 구매 등으로 ‘연말 특수’가 불어야 할 시점인데, 오히려 11월보다 씀씀이가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정치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한, 국채·주식 시장에서 ‘셀 코리아’ 흐름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고환율과 내수 부진까지 겹쳐 한국 경제가 총체적 난국으로 접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권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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