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잔인하게 내몰아” 반발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에서 분향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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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과 대통령실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적극적인 만류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관을 임명한 데 대해 격앙된 분위기다. 수석급 이상 대통령실 참모진은 이에 대한 항의의 의미로 1일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최 권한대행은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사의를 우선 수용한다는 뜻을 전했다가 몇 시간 뒤 정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는 “(최 권한대행은) 지금은 모두 힘을 모아야 할 시기라고 생각해 사표를 수리할 계획이 없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정 실장은 ‘사의 수용 뜻을 분명히 전달받았기 때문에 그만두겠다’는 입장을 주위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어제(12월 31일) 최 권한대행에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이 발부됐는데, 굳이 이런 날 헌법재판관 임명 발표를 해야 하나’라며 심사숙고해 달라고 했지만 듣지 않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본지에 “대통령을 그렇게 잔인하게 내몰아도 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최상목(오른쪽)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와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1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참배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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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에서도 지도부와 송언석 의원 등 전직 경제 관료 출신들이 나서 설득전을 벌였다고 한다. 송 의원은 최 권한대행과 서울대 법대 82학번 동기, 행정고시 29회 동기로 기획재정부에서 같이 근무했다. 이들은 “한덕수 총리의 탄핵소추 자체가 위헌이니 헌법재판소의 효력 정지 가처분 인용 여부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국가 애도 기간이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권한 행사를 자제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지만, 최 권한대행의 뜻을 꺾는 데 실패했다. 최 권한대행은 가타부타 답이 없다 국무회의 직전 임명 계획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1일 국민의힘 비공개 비상대책위원회 회의가 끝나고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헌법재판관 임명은 굉장히 유감스럽다. 책임과 평가가 따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국무회의에서 충분히 논의하는 과정을 생략하고 본인의 의사를 발표한 것은 독단적인 결정”이라고 했다.
[양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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