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텔아비브]
10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법원 지하법정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베냐민 네타냐후(가운데) 이스라엘 총리가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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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네타냐후를 지킨다!”
“네타냐후는 범죄자다!”
10일 오전 10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출석한 텔아비브 법원 앞은 분열된 이스라엘 사회의 축소판이었다. 군인들이 삼엄하게 정문을 지키는 가운데 네타냐후 지지·반대 시위대가 양쪽에서 목청을 높이며 대치했다. 지지자 100여 명은 국기를 흔들고 노래하며 네타냐후를 응원했다. 머리에 키파(유대인 남성의 작은 모자)를 쓴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샤론(52)씨는 “나는 언제나 네타냐후를 지지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국가의 수장으로서 7개 전선에서 전쟁을 치르는 그를 끌어내리려는 시도는 이스라엘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했다.
10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비리 혐의 재판이 열린 텔아비브 법원 앞에서 네타냐후 지지자들이 이스라엘 국기를 흔들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김지원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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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은편의 반(反)네타냐후 시위대 20여 명은 대부분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단체 하마스에 끌려간 인질들의 사진을 들고 있었다. 아드바 코헨(20)씨와 라비 로젠벨트(18)씨는 “네타냐후와 그의 극우 연정이 관심을 갖는 것은 인질들의 귀환도, 이스라엘 사람들이 안전하게 사는 것도 아니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베티(67)씨는 “우리 아들들이 군대에 가서 적과 싸우다 죽어가는 동안 네타냐후의 아들은 미국 플로리다의 수영장 딸린 저택에서 호화롭게 지내고 있다”고 비난했다.
10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법원 앞에서 아드바 코헨(20·왼쪽)씨와 라비 로젠벨트(18)씨가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들의 사진을 들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규탄하는 시위에 참석하고 있다./김지원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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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는 2019년 11월 각종 부패 혐의로 기소된 지 5년여 만에 이날 법정에 출석했다. 현직 총리가 형사 피고인으로 법정에 선 것은 이스라엘 역사상 처음이다. 그는 세금 우대를 원하는 해외 사업가들로부터 샴페인·시가 등의 뇌물을 받은 혐의, 일간지 발행인과 막후 거래를 통해 자신과 가족에 대한 호의적 보도를 대가로 경쟁지 발행 부수를 줄인 혐의, 통신 업체에 약 3500억원에 해당하는 규제 감면 혜택을 주고 계열 언론사에 우호적 기사를 요구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5시간 동안 진행된 재판에서 네타냐후는 자신이 부패하지 않았으며, 사치를 누린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하루에 17~18시간씩 일하며 책상에서 점심을 먹고 새벽 1시에 잔다”며 “내가 풍족한 생활을 한다고 묘사하는 것은 터무니없고 왜곡된 것을 넘어서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10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법원에서 노란색 옷을 입은 반(反)네타냐후 시위 참가자가 팻말을 들고 침묵 시위를 벌이고 있다./김지원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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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는 이달 말까지 주 3일, 하루 최장 6시간씩 재판에 출석해 증언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는 가자지구 전쟁과 안보 우려를 이유로 재판을 연기시키려고 했지만 지난주 법원은 네타냐후가 법정에 출석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날 재판에서도 네타냐후는 “나는 총리이고, 국가를 운영하고 전쟁을 지휘한다. 내 미래가 아니라 이스라엘이라는 국가의 미래에 몰두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전쟁 중에 국가 수반의 ‘사법 리스크’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이스라엘 사회는 극심한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이미 국민 상당수는 네타냐후의 퇴진과 조기 총선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7월 한 방송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 44%가 “네타냐후는 즉시 사임해야 한다”고 답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재판에서 나올 폭로들로 조기 총선에 대한 대중의 요구가 거세질 것”이라며 “조기 총선은 네타냐후에게 불리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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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아비브=김지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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