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파동] 국회 본회의서 현안 질의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 참석해 계엄 사태에 대한 사과의 의미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날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총리와 국무위원들에게 “국민에게 허리를 90도로 굽혀서 사과하라. 다 일어나 국민에게 ‘백배사죄한다’고 하라”고 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일어나지 않고 자리에 그대로 앉아있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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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가 11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하기에 앞서 열린 국무회의가 “많은 절차적·실체적 흠결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계엄 선포 문서에 부서(副署·대통령 서명에 뒤따라 하는 서명)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계엄이 합법적으로 선포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형식 요건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 총리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진행된 대정부 질문에서 “(계엄 심의 국무회의 때) 국무위원 전원이 다 반대하고 걱정했다”며 “그러나 결과적으로 계엄을 막지 못했다. 많은 죄책감과 송구스러움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다만 ‘대통령 앞에서 명시적으로 반대한다는 표현을 사용한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는 민주당 이소영 의원의 요구에 손을 든 국무위원은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조태열 외교부 장관 2명이었다.
조국혁신당 조국 의원은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써 하며, 이 문서에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한다’고 헌법(82조)에 돼 있다. 비상계엄 선포도 이 절차를 거쳤느냐”고 물었다. 한 총리는 “(비상계엄 선포 문서를) 본 적도 없다”며 “다른 국무위원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래픽=김성규 |
평소 국무회의 기록을 관리하는 행정안전부는 이날 대통령비서실에서 3~4일 계엄 선포·해제 국무회의에 관한 회신을 받았다고 밝혔다. 두 회의는 국무회의 기록을 담당하는 행안부 의정관이 참석하지 못했다. 회신에 따르면, 계엄 선포 국무회의는 3일 오후 10시 17분부터 22분까지 5분간 진행됐고, 회의 참석자들의 발언 요지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대통령비서실은 계엄 선포 안건지도 행안부에 제출하지 않았다. 해제 국무회의는 4일 오전 4시 27분부터 29분까지 2분간 진행된 것으로 돼 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대정부 질문에서 “(계엄 선포 국무회의에서) 기록과 속기, 개회 선언, 종료 선언 등이 이뤄졌느냐”고 물었다. 한 총리는 “이뤄지지 못했다”고 했다. 윤 의원이 “이번 계엄 선포 국무회의는 국무회의가 아닌 것”이라고 하자 한 총리는 “동의한다”고 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첫마디가 “누군가와 의논하지 않았다”였다고 했다.
야당 의원들은 “계엄 선포에 반대했다면 왜 선포를 막지 못했느냐”며 국무위원들을 질타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한 총리에게 “이제 와서 그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참으로 비겁하다”고 했다. 서 의원은 한 총리에게 “국민에게 허리를 90도로 굽혀서 사과하라”고 했고 국무위원들에게도 “다 일어나 국민에게 ‘백배사죄한다’고 하라”고 했다. 그러자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을 제외한 모든 국무위원이 일어서서 고개를 숙였다.
민주당 이소영 의원은 한 총리에게 “계엄을 막기 위해 국무회의를 소집하는 것 말고 어떤 시도를 했나. 손목, 발목이라도 붙잡았나. 아니면 바짓가랑이라도 붙들었나”라고 따졌다. 한 총리는 “그렇게라도 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국무위원들은 윤 대통령이 ‘내란 수괴’라는 야당 의원들의 발언을 부정하지 않았다. 조국 의원이 국무위원들에게 “윤석열이 내란 수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일어나라” “12·3 비상계엄이 합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일어나라”고 했으나 누구도 일어서지 않았다. 행안부 장관 대행인 고기동 차관은 “윤석열의 비상계엄은 불법·위헌이 맞느냐”는 서영교 의원의 물음에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내란 수괴는 누구냐”는 물음에는 “대통령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했다. 국방부 장관 대행인 김선호 차관은 “윤석열은 내란죄 현행범”이라는 지적에 “(국회에서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직접 지시했기 때문에, 책임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비상계엄을 ‘고도의 통치행위’로 본 대법원 판례를 들며 윤 대통령의 계엄이 수사·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하자 야당 의원석에선 “미쳤느냐” “전두환”이라는 고성이 나왔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대통령의 명에 의해 군대가 국회에 총을 들고 들어왔다”며 “그것을 통치행위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졌다.
이날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현안 질의에서는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상황이 되면 (윤 대통령에 대한) 긴급체포 또는 체포 영장에 의한 체포를 시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경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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