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 시행 첫 해 타자 87명 분석해보니....고참이 상대적으로 출루율 쳐지고 삼진율은 늘어
그래픽=김현국 |
올해 한국 프로야구는 세계 최초로 자동 볼 판정 시스템(Automated Ball-strike challenge System·이하 ABS)을 도입했다. 도입할 때만 해도 스트라이크 존이 사실상 더 넓어지면서 투수에게 유리할 거라는 전망이 높았지만, 실제는 반대였다. 전 시즌 대비 올 시즌 타율은 0.263에서 0.277, 출루율은 0.338에서 0.352, 장타율은 0.374에서 0.420으로 늘어났다. ‘타고투저’ 경향이 나타난 것. 투수들이 새로운 스트라이크 존 적응에 애를 먹는 사이 타자들이 더 빨리 ABS 존에 적응해 적극적인 타격을 펼치며 덕을 봤다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2023시즌과 2024시즌 모두 60경기 이상 출전한 준·주전급 타자 87명 기록을 비교해 보니 ABS가 선수 연령에 따라 다른 영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두 시즌 연속 60경기 이상 나선 타자 87명 중 44명은 31세 이하(평균 26.8세)였고, 43명은 32세 이상(평균 35세)이었다.
그래픽=양인성 |
타자들이 ABS에 잘 적응했는지를 추론할 수 있는 지표는 사사구 또는 안타로 얼마나 출루했는지 보여주는 출루율이다. 출루율이 높을수록 타격 능력과 선구안이 모두 좋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 31세 이하 준·주전급 타자 44명은 올 시즌 출루율이 전 시즌 대비 평균 1.9%p 상승했다. 리그 출루율이 늘어난 수치(1.4%p)보다 조금 더 높았다. 올 시즌 출루율은 최근 다섯 시즌 중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김선우 MBC 야구해설위원은 “야구에서 평균 1푼(1%) 차이는 상당히 큰 차이”라며 “ABS 도입이 리그 전반에 현저한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대로 32세 이상 타자 43명은 지난 시즌 대비 출루율이 평균 약 0.2%p 감소했다.
32세 이상 고참들 타율은 전 시즌 대비 평균 0.05% 감소해 사실상 변화가 없었다. 반면 31세 이하 주전 선수들의 타율은 평균 1.7%p 늘었다. 고참보다 안타와 볼넷이 더 고루 늘어난 셈이다. 김선우 위원은 “고참 선수일수록 각자 자신만의 스트라이크 존이 있었는데 ABS가 도입되니 젊은 선수보다 적응에 더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삼진율(타석 수 대비 삼진 수)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올 시즌 리그 삼진율은 18.8%로 지난 시즌보다 1.1%p 증가했다. 최근 다섯 시즌 중 증가 폭이 가장 크다. ABS 도입과 반발력 큰 공인구 도입으로 타자들이 높은 공과 장타 공략에 나서며 삼진도 늘었다는 분석이다. 31세 이하 타자들은 삼진율이 평균 0.4%p 늘어 리그 평균 증가 폭보다 낮았던 반면 32세 이상 고참들은 삼진율이 평균 2.2%p 증가해 리그 평균보다 컸다.
황성빈(27·롯데), 송성문(28·키움), 신민재(28·LG), 김민혁(29·KT) 등이 타율과 출루율이 모두 상승하며 ABS 시대에 빠르게 적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참급 중에서는 SSG 오태곤(33)과 허경민(34·전 시즌 두산)이 ABS에 빠르게 적응한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MVP KIA 김도영(21)도 전 시즌 대비 타율은 4.4%p, 출루율은 4.9%p 증가해 ABS에 잘 적응한 케이스다.
팀으로 보면 KIA와 한화 타선이 ABS에 가장 잘 적응한 것으로 해석된다. 리그 전체 출루율과 삼진율이 모두 늘어난 가운데 통합 우승을 이룬 KIA는 정규 시즌 팀 출루율이 전 시즌 대비 2.4%p 늘고 삼진율은 1.3%p 줄었다. 한화도 출루율은 2.3%p 늘면서 삼진율은 1.8%p 감소했다. 반면 LG, SSG, NC는 출루율은 정체된 반면 삼진율은 리그 평균보다 많이 늘었다. 정규 시즌 2위에 오른 삼성은 출루율과 삼진율에서 모두 고전했지만 특유의 장타력과 수비력으로 이를 만회한 독특한 케이스로 볼 수 있다. 이순철 SBS 해설위원은 “투수들이 현재 설정된 스트라이크존에 맞는 제구를 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 삼진이 더 늘 수도 있다. 그런데 아직 그 수준에는 이르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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