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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기술의 물결이 밀려들 때마다 나는 사람들의 반응을 관찰하곤 한다. 2022년 말, ChatGPT가 세상에 나왔을 때도 그랬다. 한밤중에 잠든 세상을 깨우듯, 그것은 갑자기 우리 앞에 나타났다. 일주일 만에 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트위터도, 페이스북도 이루지 못한 기록이었다. 사람들은 마치 새로운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들처럼 들떠 있었다.
얼마 전 조사 결과에 따르면, 41.6%의 창업자들이 AI를 도입했다고 한다. '도입'이라는 말이 재미있다. 마치 기계가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처럼 들린다. 그중 19.6%는 '적극적으로 활용한다'고 했다.
연구개발팀(48.1%)과 마케팅팀(33.7%)이 가장 많이 AI를 쓴다고 한다. 이 숫자들 뒤에도 수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을 것이다. 밤늦게까지 컴퓨터 앞에서 AI와 씨름하는 연구원들, 마케팅 문구를 고민하다 AI의 도움을 받는 직원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어떤 이는 AI를 동료처럼 여기고, 어떤 이는 도구처럼 대할 것이다. 우리는 아직 AI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지 모른다.
AI 투자 시장을 보면 더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CB인사이트의 보고서는 2022년에만 26억 달러가 생산성 AI에 투자되었다고 말한다. 2021년의 두 배였다. 하지만 이 돈은 마치 비가 내리듯 골고루 내리지 않았다. 큰 회사들은 더 많은 투자금을 받고, 그 돈으로 더 좋은 인재를 뽑고, 더 나은 기술을 개발한다. 작은 회사들은 자금난에 시달리며 생존을 고민한다. 마치 자본주의 사회의 축소판을 보는 것 같다. 돈은 돈이 있는 곳으로 더 많이 흘러간다.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2008년, 위치추적 서비스가 처음 등장했을 때의 일이다. 아이폰이라는 기계가 세상에 나오면서, 우리는 위치를 공유하고, 위치를 기반으로 쇼핑을 하고, 심지어 데이트까지 하게 되었다. 그때도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이 흥분했다. 새로운 기술이 세상을 바꿀 것 같았다.
포스퀘어라는 회사의 이야기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단순히 위치를 체크인하는 기능 하나로 1년 만에 백만 명의 사용자를 모았다. 투자자들은 앞다투어 돈을 쏟아부었고, 회사는 순식간에 거대해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많은 것들이 변했다. 위치추적에 목숨을 걸었던 스타트업들은 하나둘 사라졌다. 살아남은 회사들은 다른 길을 찾아 나섰다.
지금 조사에서는 언어 지능이 가장 유망하다고 한다. 40% 이상이 그렇게 생각한다.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 대화할 수 있는 AI, 그것이 미래라고 사람들은 믿는다. 투자자들 중 41%는 범용 인공지능을 꼽았다.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AI, 그것은 축복일까 재앙일까. 우리는 아직 그 답을 알지 못한다.
직무별로 보면 투자자들이 가장 적극적이다. 57.5%가 AI를 도입했다. 스타트업 재직자는 48.5%, 대기업 재직자는 40%다. 이 작은 차이들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돈을 다루는 사람들이 먼저 움직이고, 새로운 것을 만드는 사람들이 그 뒤를 따르고, 안정된 조직에 있는 사람들이 가장 늦게 움직인다. 어쩌면 이것이 변화가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순서일지도 모른다.
새로운 기술은 마치 유행하는 책처럼 순식간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다. 서점 진열대 맨 앞에 놓이고, 모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하지만 그 책이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사라지듯, 기술도 시간이 지나면 평범해진다. AI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머지않아 누구나 몇 줄의 코드만으로 AI를 사용할 수 있게 될 테니까. 그때가 되면 우리는 또 다른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설 것이다.
성공한 회사들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 집중했다. 우버는 위치추적 회사가 아니라 이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회사다. 구글맵도 마찬가지다. AI도 그래야 한다. 단순히 AI를 쓴다는 것보다, 그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우리는 지금 거대한 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다. 숫자들은 그 변화의 일부만을 보여준다. 41.6%, 26억 달러, 40% 같은 숫자들 사이로 미래가 비친다. 하지만 그 미래는 아직 흐릿하다.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다. 본질을 보는 눈이 깊어질수록, 우리는 더 선명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기술의 홍수 속에서, 진짜 중요한 것을 볼 수 있는 눈.
글 : 손요한(russia@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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