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명 8일만… “낭비할 시간 없어”
헤그세스 국방도 성폭행 전력 논란
맷 게이츠 법무장관 지명자. /로이터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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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법무장관 후보에 지명한 맷 게이츠 전 공화당 하원의원이 21일 전격 사퇴했다. 지난 13일 트럼프가 지명한 지 약 8일 만으로, 역대 세 번째로 빠른 것이고 트럼프의 대선 승리 이후 속도감 있게 이뤄진 인선 중 첫 낙마 사례다. 과거 미성년자 성매수 의혹 등으로 논란이 확산하고 상원 인준이 불투명해지자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아직 후임을 결정하지 못했지만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맷 휘태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대사·제이 클레이턴 뉴욕 남부연방지검장 지명자 중 한 명을 법무장관 후보로 돌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게이츠는 이날 X(옛 트위터)에서 “내 인준이 트럼프·밴스 정권 인수의 중요한 과업에 불공평하게 방해가 되고 있다는 게 분명하다”며 “정치권의 실랑이를 오래 끌면서 불필요하게 낭비할 시간이 없다. 그래서 나는 법무장관 고려 대상에서 내 이름을 철회하겠다”고 했다. 게이츠는 하원의원 재직 중 성매수, 마약 사용 의혹으로 하원 윤리위원회 조사를 받았다. 트럼프가 법무장관에 지명한 지난 13일 곧바로 의원직을 사퇴해 조사 결과가 공개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게이츠의 지명 이후 공화당과 민주당은 의회에서 보고서 공개 여부를 놓고 실랑이를 벌였다. 이어 게이츠가 두 명의 여성에게 성관계 대가 등으로 수십 차례에 걸쳐 1만 달러(약 1400만원) 이상을 송금했다는 언론 보도 등이 나오며 게이츠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했고, 일부 공화당 의원들도 게이츠 인준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표출했다. 트럼프는 전날까지만 해도 게이츠 인준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고, 최측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역시 “우리는 정의의 망치가 필요하다” “최종 판결을 받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며 게이츠에 힘을 실었다. 뉴욕타임스(NYT)는 21일 “게이츠의 사퇴 결정은 의회에서 최소 4명 이상의 공화당 의원들과 논의가 있은 뒤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게이츠의 사퇴 발표 직후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서 “그는 매우 잘하고 있었지만 동시에 그가 매우 존중하는 행정부에 방해가 되고 싶지 않았다”며 “맷의 미래는 밝으며 나는 그가 할 훌륭한 일을 모두 보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J D 밴스 부통령 당선인 역시 “맷은 애국자며 그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고 했다. 게이츠는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추종하는 공화당 내 강경파로 지난해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에 대한 탄핵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의회의 화염방사기’라 불렸을 정도로 저돌적인 성격으로 유명했고, 미성년 성매수 의혹으로 한때 정계 퇴출 압박까지 받았다. 게이츠의 사퇴로 과거 성폭행 의혹, 자질 시비가 일고 있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후보 등 다른 지명자들의 거취 여부도 주목된다.
◇ 국방장관 후보도 논란… 성폭행 전력, 자질 시비 등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가 21일 의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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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그세스는 일부 언론이 제기한 7년 전 성폭행 사건에 대해 부인해왔지만, 피해 여성의 진술이 담긴 22페이지 짜리 경찰 보고서가 공개된 상황이다. 피해 여성은 사건 당시 헤그세스가 “내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갔고, 방에서 나가려 했지만 헤그세스가 몸으로 문을 막아섰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헤그세스는 지난 2017년 10월 공화당 여성 연맹 주최 행사에서 한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정권 인수팀이 헤그세스 사건의 경찰보고서 세부사항을 보고 깜짝 놀랐고, 헤그세스에 대한 좌절감이 커졌다”며 “TV뉴스에 계속 나쁘게 보도되면 당선인의 신뢰를 잃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했다. 조직 관리 경험이 없는 40대 예비역 소령이 국방 수장이 되는 것에 대한 공화당 내부 비판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헤그세스는 21일 의회를 방문해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만남을 가졌다. 빌 해거티 상원의원은 “아주 훌륭한 만남이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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