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김성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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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기간 일한 뒤 받는 급여를 예전에는 봉록(俸祿)이라 부르기도 했다. 봉질(俸秩)과 녹질(祿秩)의 앞 글자를 합쳐 적은 표현이다. 대개는 봉(俸)과 녹(祿), 질(秩)이 옛 벼슬아치가 받은 급여의 일반 지칭이라고 보면 좋다.
황제가 중심에 견고히 버티면서 아주 두꺼운 관료층을 이끌었던 옛 왕조 사회의 그림자는 짙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아직 정부나 공공기관에 재직하는 사람들의 수입을 황량(皇糧)이라고 한다. 황제[皇]가 주는 식량[糧]이라는 뜻이다.
임금이 먹는 어미(御米), 궁중에 바쳤던 쌀이라는 공미(貢米) 등의 명칭 또한 ‘황량’과 같은 맥락으로 쓰기도 한다. 더 노골적으로는 황제가 주는 밥이라며 황가반(皇家飯)으로 적는다. 왕조의 퇴영적 이미지를 벗으려는 이름도 있다.
공공 부문에서 나오는 식량이라는 뜻의 공량(公糧), 그런 영역에서 일하며 얻어먹는 밥이라는 의미의 공반(公飯) 등이다. 심지어는 정부 재정에서 지출하는 음식이라고 해서 재정반(財政飯)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런 ‘황량’의 수혜자들이 누리는 특권을 가리키는 말이 있다. 깨지지 않는 무쇠 밥그릇이라는 지칭의 철반완(鐵飯碗)이다. 한번 몸을 들이면 죽을 때까지 누리는 공무원들의 혜택을 비꼬는 말이다. 우리는 흔히 ‘철밥통’으로 부른다.
무쇠 밥그릇을 지닌 중국 공무원 등의 수가 이제 1억명을 넘었다고 한다. 그들이 이끄는 식솔(食率)까지 합하면 14억 중국 인구의 상당수를 차지할 듯하다. 이들은 집권 공산당의 변함없는 충성 계층이지만 한편으로는 비효율과 특권의 상징이다.
공산당은 체제 안정을 위해 이들 수를 더 늘려야 하는 처지다. 따라서 비효율과 특권, 거기서 빚어지는 부패는 더 만연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점차 늘어만 가는 무쇠 밥그릇의 무게가 중국이라는 큰 배의 순항(順航)을 가로막는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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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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