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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美대선 후 상하이 1.5% 오를 때 코스피 6%↓···삼전은 '4만전자'도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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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대혼돈]

트럼프 트레이드·高환율 여파로

불안심리 커지며 투매 심리 자극

삼전 -4.53%● 4년5개월만 최저

코스피 시총도 2000조 아래로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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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삼성전자(005930)가 무너질 일은 없다.’

국내 주식 투자자들에게 오랜 격언처럼 통하는 말이다. 단기 하락장이 와도 적금처럼 꾸준히 삼성전자 주식을 사 모으면 결코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삼성전자는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고 코스피 시가총액은 8월 5일 ‘블랙먼데이’보다 낮은 2000조 원 아래로 추락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의 보호무역주의와 1400원을 넘어선 환율 등이 수출주 위주의 국내 증시에 더 큰 타격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근본적으로 삼성전자의 경쟁력 약화와 반도체·수출 의존도를 상쇄해줄 산업 역량 부족이 과매도로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65.49포인트(2.64%) 내린 2417.08에 거래를 마쳐 지난해 11월 13일 이후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지난 블랙먼데이 당시 2440선까지 하락했던 것보다 더 낮은 수준이다. 올해 8월 5일은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로 하루 동안 8.77% 급락하면서 증시 불안이 최고조로 달했던 때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7134억 원어치를 순매도한 반면 개인은 6493억 원, 기관은 189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코스닥지수도 같은 기간 20.87포인트(2.94%) 내린 689.65에 마감해 2023년 1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코스피가 이날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은 트럼프 당선에 따른 무역 분쟁, 국채 발행 증가에 따른 금리 인하 지연 우려 속 패닉셀링이 확산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코스피지수의 확정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5배로 주가 수준이 청산가치보다도 낮은 수준까지 하락한 저점 구간임에도 투매가 좀처럼 멈추지 않는 모습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새로운 악재는 등장하지 않았고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 실적 실망감, 원·달러 환율 급등, 차트 붕괴 등 전날과 동일한 재료로 빠졌다”며 “유의미한 반등세가 나오지 않다 보니 실망 매물을 넘어 투매하게 만드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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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이후 국내 증시는 글로벌 주요 지수와 비교해도 부진하다. 미 대선일인 5일 종가 기준 12일까지(아시아 증시는 13일 종가 기준) 코스피는 6.20%, 코스닥은 8.27% 급락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3.48%), 나스닥(4.57%) 등 신고가를 기록 중인 미국 증시를 제외하더라도 역시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대만 자취엔(-0.54%), 일본 닛케이225(0.64%), 중국 상하이종합(1.54%)보다도 더 큰 타격을 받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보호무역정책이 대미 수출 비중이 급격하게 높아진 한국에 더 큰 타격을 주고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 지난해 한국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8.3%로 최근 20년 사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최대 수출 시장국가인 중국(19.7%)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미 수출 비중으로는 멕시코가 가장 타격이 커야 하지만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아진 속도로만 보면 한국이 타격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시총 1위인 국민기업 삼성전자에 대한 위기감이 증시 하락에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전장 대비 4.53% 내린 5만 600원을 기록, 4년 5개월 만에 최저 수준까지 고꾸라졌다. 이는 오너 일가가 상속세를 위해 받은 대출에 담보로 맡긴 삼성전자 주식 평가액이 담보유지비율보다도 낮아진 수준이다. PBR이 1배 이하로 내려간 건 이미 과거가 됐다. 주력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뺏기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제조) 등 기존 사업에서도 경쟁력 저하 우려가 커지면서 위기감이 배가된 결과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를 제외한 코스피는 2650선 정도로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지수가 그리 많이 빠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즉 코스피 시총의 12% 차지하는 삼성전자에 대한 우려가 패닉셀링의 도화선 역할을 한 셈이다.

달리 보면 반도체가 부진할 때 상쇄할 만한 다른 산업 역량이 부족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번 기회를 기업 및 자본시장의 기초 체력을 키우는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허 연구원은 “미 대선 이후 트럼프 트레이드는 폭발하고 국내 증시는 침몰하고 있다”며 “결국 국내 수출이 반전되든 미국 금리가 안정되든 내부 부양책이 나와줘야 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현 상황에서 단기간에 시장의 방향성을 바꾸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며 “떨어지는 주가를 부양하기 위한 방안으로 자사주 소각 의무화, 상법개정,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내부적으로 변화의 동인을 만들어내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송이라 기자 elalal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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