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해 10월 7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에너지솔루션 첫 비전공유회에서 비전 및 중장기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LG에너지솔루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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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반도체’로 꼽혔던 배터리 산업이 올해도 가시밭길을 걸을 전망이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여전하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불확실성은 더 커졌는데, 중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의 점유율을 빼앗고 있어서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점유율은 20% 선이 깨졌다. 6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국내 3사의 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3.7%포인트 하락한 19.8%를 기록했다.
국내 3사는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진 2020~2021년 30%대 점유율을 보이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이후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아시아·유럽으로 진출한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 부딪혔다. 2021년 1~11월 30.6%였던 국내 3사 점유율은 3년 만에 20% 밑으로 주저앉았다. 같은 기간 중국 CATL과 비야디(BYD)의 점유율은 41%에서 53.9%로 올랐다.
‘맏형’ LG에너지솔루션의 분기 적자전환이 예상되는 등 실적 전망도 암울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전망치는 1398억원이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첨단제조세액공제(AMPC)를 포함해도 4분기 영업손실은 2584억으로 컨센서스(전망치)를 하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반적인 배터리 수요 부진에 더해 수익성이 좋은 GM향 판매 역시 전 분기 대비 둔화했다는 이유다. 실제로 4분기에 적자를 낸다면 미국에서 받는 보조금인 AMPC를 실적에 반영하기 시작한 2023년 이후 첫 적자가 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주 중 잠정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근영 디자이너 |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혜택을 받기 위해 현지에 공장을 늘린 국내 업체들은 트럼프 정부의 보조금 폐지 또는 축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비용 절감에도 안간힘을 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2024년은 지난 10년 중 처음으로 매출 역성장이 예상된다”며 위기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SK온은 지난해 출범 이래 첫 희망퇴직을 진행했으며, 삼성SDI도 내부적으로 비용 절감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SDI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0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70% 감소할 전망이다.
‘배터리 보릿고개’를 넘기 위해서는 전기차 이외의 사업으로 다각화가 필수다. 올해 국내 3사가 에너지저장장치(ESS)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는 배경이다.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전 세계 ESS 시장은 2021년 110억 달러(약 16조1000억원)에 불과했으나 2030년엔 2620억 달러(약 384조5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최근 신년사에서 “ESS 부문에서 리튬인산철(LFP) 대용량 셀 개발, 고집적 시스템 및 시스템통합(SI) 역량 강화로 수주경쟁력을 더 높이겠다”고 밝혔다. SK온의 유정준 부회장·이석희 사장 역시 신년사에서 “ESS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미래 기술 경쟁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ESS 시장도 중국의 값싼 LFP 배터리가 장악하고 있긴 하다. 다만 트럼프 정부가 중국산 배터리에 관세를 부과하면 K배터리가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한화솔루션 큐셀 미국법인, 테라젠, 엑셀시오 캐피탈 등 미국 에너지 업체들과 총 20.3기가와트시(GWh) 규모의 ESS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삼성SDI는 울산 사업장에 ESS용 LFP 배터리 마더라인(차세대 공장)을 구축하기로 했고, SK온은 ESS 사업부를 대표이사 직속으로 편제했다. 김광주 SNE리서치 대표는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이 중국과의 가격 경쟁에 밀려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으나, 미국의 중국산 관세 부과로 인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선을 기자 choi.sun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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