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메스틱 브랜드의 배신
플랫폼 입점 브랜드 눈속임 적발
위조품 지퍼·다른 원단 사용까지
일부 소비자 직접 검증 나서기도
전액 환불·플랫폼 퇴출 한다지만
입점 단계부터 검증 강화 목소리
무신사 "전수 조사해 고객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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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전날 무신사에 입점해있는 남성 의류 브랜드 인템포무드는 ‘팝 다운 패딩 재킷’의 솜털과 깃털 혼용률이 문제되자 이를 회수해 전액 환불하기로 했다. 인템포무드는 “외부를 통해 당사가 기재해놨던 혼용률과 실 제품의 수치가 사실과 다름을 인지했다”며 “생산 과정에서 협력업체 측의 정보를 신뢰해 별도의 검증 절차를 충분히 거치지 않은 채 판매를 진행했고 이는 명백한 잘못”이라고 공지했다. 이 브랜드는 10일 KATRI시험연구원으로부터 공식적인 검사 결과를 수령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무신사에 입점한 패션 브랜드 중 일부가 상품 정보란을 허위로 작성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라퍼지스토어는 앞서 ‘덕다운 아르틱 후드 패딩’ 등의 충전재에서 상품 정보의 80%가 아닌 약 3%에 불과한 솜털 만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도마에 올랐다. 솜털은 통상 다운 패딩의 보온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지만 가격은 깃털보다 수 배 이상 높다. 이후 무신사는 “외부 기관인 FITI와 KATRI에 의뢰한 결과에서 ‘성분을 판단할 수 없는 충전재 사용’으로 시험 진행 불가 의견을 수신했다”고 발표했다.
그간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주로 학생층에게 인기를 끌어왔던 이들 ‘도메스틱 브랜드’들은 이번 논란으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 소비자들 사이에선 다른 업체들까지 패딩 충전 비율 등을 허위로 기재했다는 의심이 퍼지고 있다. 직접 제품을 전문 시험 기관에 보내 검증을 의뢰하는 경우도 등장할 정도다.
논란의 대상이 된 제품들이 유통되는 무신사는 사후 제제를 중심으로 대응 중이다. 라퍼지스토어는 무신사 자체 거래정책을 이미 3차례 이상 위반해 1일부터 상품 판매가 중단되며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앞서 위조품 지퍼 뿐 아니라 상품 정보와는 다른 원단을 사용한 사실이 먼저 드러나 2주 동안 판매가 중지됐다. 이후 최근 패딩 디자인 도용에 이어 혼용률 허위 기재까지 적발된 셈이다. 이 밖에 ‘페플’도 임팩트 포켓 덕다운 패딩 6종의 혼용율을 허위로 작성해 경고 및 환불 조치가 이뤄졌다. 인템포무드 건은 제재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시험 성적서 확인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해당 브랜드들에 대한 플랫폼 차원의 사후 조치는 이날 기준 사실상 무신사가 유일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플랫폼인 무신사 역시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 도메스틱 브랜드 대다수가 이른바 ‘무신사 생태계’에 속한다는 점에서다. 일부 직매입을 제외하면 입점 브랜드에 대한 무신사의 유통 방식은 ‘위탁 판매’다. 형태는 오픈마켓과 유사하지만 마케팅과 홍보를 도맡는 대신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문제가 된 브랜드들의 가파른 성장에도 무신사의 프로모션과 기획전을 통한 지원이 결정적이었다. 라퍼지스토어의 경우 플랫폼 진출 과정에서 ‘무신사 파트너스’를 통해 투자받은 전력도 있다.
업계에서는 제품 정보를 허위로 작성하는 관행이 이미 만연해 있다고 본다. 패션업계의 한 관계자는 “도메스틱 브랜드 전체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일부 아웃소싱(외주)을 하면서 인지하지 못하고 실수한 경우도 있겠지만 분명히 의도적·악의적으로 제품 정보를 속이는 사례도 있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재료를 눈속임할 경우 허위 광고에 해당돼 공정거래위원회 표시광고법 위반소지가 있다”며 “국내 시장에서도 문제지만 수출 시에는 국가 브랜드 이미지나 신뢰도에까지 타격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패션 플랫폼에서도 입점업체 상품 정보를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사후 대응 뿐만 아니라 플랫폼 임접 단계에서도 철저한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무신사도 강력한 후속 조치를 예고했다. 무신사 관계자는 “상당한 손실을 보더라도 고객 보호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서 강하게 조치하고 있다”면서 “가격 외에도 여러 요소를 기준으로 고위험군 상품을 선별해 정책 위반 가능성이 있는 브랜드들은 전수 조사하려고 준비중”이라고 전했다.
황동건 기자 brassg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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