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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해리스 스스로 '바이든 아바타' 인정…흑인 남성들도 냉담했다 [트럼프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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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4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 미술관 앞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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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자신만의 정책 어젠다 제시에 실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와의 차별화에 실패한 게 뼈아픈 실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8일 ABC 인터뷰가 대표적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인터뷰에서 “지난 4년간 바이든 대통령과 다르게 했을 것 같은 일을 말해 달라”는 진행자 질문에 “생각나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답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이후 줄곧 ‘미래’와 ‘변화’를 슬로건으로 제시했던 점을 감안하면, 납득이 안 가는 발언이었다. 사실상 스스로 ‘바이든의 아바타’임을 시인하는 말로 들렸기 때문이다.

이렇다 할 ‘간판 정책’을 내놓지 못한 탓도 패인 중 하나다. 지난 8월 민주당 대선 후보 교체 및 전당대회 등을 거치며 컨벤션 효과를 보는 듯했지만 해리스 부통령만의 색깔이 묻어나는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지지율은 9월 말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추월당하기 시작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경제 공약으로 중산층 재건에 초점을 맞춘 ‘기회 경제’(Opportunity Economy)를 제시했다. 식료품 가격 담합 행위에 대한 연방정부 차원의 금지법 제정, 주택 공급 확대와 주거비 지원 등을 통해 중산층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세부 사항이 공개되면서 ‘바이든 행정부 재탕’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법인세율 인상(21%→28%) ▶연 소득 40만 달러 미만 가정 세율 현행 유지 등은 바이든 행정부 정책을 판박이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주택 200만 가구 신규 보급 공약은 바이든 대통령 공약의 ‘300만 가구’에서 숫자만 바꿨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는 지난달 25일 발표된 월스트리트저널(WSJ) 여론조사에서 수치로 드러났다. 해당 조사에서 응답자의 54%는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 정책을 그대로 계승할 것’이라고 봤고 ‘해리스 부통령만의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응답자는 41%에 그쳤다. WSJ은 “해리스 부통령은 인기 없는 바이든 행정부와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는 데 고전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짚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층으로 분류됐던 흑인ㆍ히스패닉 등 유색인종의 결집도가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된 2020년 대선이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뽑힌 2008ㆍ2012년 대선에 비해 떨어졌다는 점도 아픈 대목이다. 과거 민주당 후보에 압도적 지지를 보냈던 유색인종은 이번 대선 중후반 내내 지지세가 이전만 못 했다. 선거 막판 다시 ‘해리스 지지’로 돌아서고 있다는 징후가 감지되기는 했지만 해리스 캠프 내부에서는 “너무 늦었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실제로 중앙일보가 미 대선을 앞두고 지난달 22~23일 인터뷰한 흑인 유권자 단체, 히스패닉 유권자 단체 인사들은 지난 4년간 바이든 정부를 거치며 확대된 인플레이션과 고용 불안 등 경제난에 불만을 토로하며 “우리들 표는 공짜가 아니다. 만약 해리스가 공짜로 여기며 당연시했다가는 후회할 것”이라고 했었다.

특히 흑인 남성들의 이탈이 두드러졌다. 막판 지원 유세에 나선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난달 펜실베이니아 유세에서 흑인 남성들을 향해 “여성 대통령을 두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고 지지를 주저하고 있다”며 ‘호통’에 가까운 연설을 했지만 흑인 남성 지지자들의 결집을 기대만큼 이끌어내는 데는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러스트벨트(북동부의 쇠락한 공업지대) 승패의 키를 쥔 것으로 평가됐던 노조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해리스가 자신의 정책 구상을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있다”며 “고용 불안에 떠는 일부 조합원들이 (민주당 지지 대열에서) 이탈하고 있다”고 했었다. 장기화하는 중동 전쟁은 아랍계 유권자들의 반감을 샀다.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ㆍ하마스 개전 이후 1년이 넘었지만 종전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민간인 희생자 규모가 계속 확대되면서 그간 민주당에 우호적이었던 아랍계 유권자 상당수도 등을 돌렸다.

민주당의 ‘내분’도 빼놓을 수 없다. 대선 레이스가 한창이던 지난달 “해리스 팀과 바이든의 백악관 사이의 관계가 점점 악화하고 있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왔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 승리를 원하면서도 재선 도전에서 결국 밀려난 데 대한 상처가 회복되지 못하면서 해리스 부통령 지원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였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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