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조기 대선 당시 지지율 흐름 어땠나
김정하 논설위원 |
새해를 맞아 정치권의 시선이 서서히 조기 대선 쪽으로 쏠리고 있다. 물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어떻게 결론이 날지 예단할 순 없다. 다만 지금까지 진행된 사법 당국의 수사 상황과 탄핵에 대한 국민 여론 등을 고려하면 탄핵 인용 가능성이 기각보다 크다는 게 법조계와 정치권의 다수 견해다. 헌법상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면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정상적 상황이라면 각 당에서 경선 룰을 정하고 전당대회를 치러 자체 후보를 선출한 뒤 대선까지 치르는 데 적어도 6개월 이상이 걸린다. 탄핵 인용 시 이 과정을 두 달 안에 끝내야 하니 사전에 준비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선거 캠페인을 벌이기가 벅차다. 그래서 조기 대선을 기정사실로 간주하는 더불어민주당뿐 아니라 국민의힘에서도 이에 대비하자는 물밑 흐름이 나타나는 건 당연한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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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대선 때 반문 표심 계속 꿈틀
반기문 안희정 안철수로 이동
막판에 ‘샤이 보수’ 홍준표로 결집
미리 선거 포기, 보수단일화 불발
현재 대선 구도 이재명 독주체제
반명연합 성사 여부가 최대 변수
신재민 기자 |
1일 발표된 각 언론의 신년 여론조사에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압도적 우세가 확연했다. 중앙일보-엠브레인퍼플릭이 지난달 29~30일 실시한 조사에서 이 대표의 지지율은 35%였고, 이어 홍준표 대구시장 8%,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6%, 김문수 노동부 장관 5%, 오세훈 서울시장 5%, 우원식 국회의장 4% 등의 순서였다. 동아일보-리서치앤리서치(지난달 28~29일 실시) 조사에선 이재명 대표 39.5%, 홍준표 시장 8.9%, 오세훈 시장 8.7%, 한동훈 전 대표 8.0%, 우원식 의장 4.8% 등이었다. 경향신문-메타보이스(지난달 28~29일 실시) 조사는 이재명 대표 33%, 한동훈 전 대표 7%, 김문수 장관 5%, 오세훈 시장 5%, 홍준표 시장 4% 등으로 나타났다. 이 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 지지율은 두 자리 숫자도 없다. 대선 주자 여론조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독주 체제다.
보수진영 대선주자 오리무중
그러나 만약 조기 대선이 확정될 경우 지금의 지지율 구도가 선거 때까지 이어질 것으로 단정하긴 어렵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사법 리스크를 무사히 방어한다는 전제하에 대선 후보가 이 대표로 결정된 상태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여권은 완전히 오리무중이다. 그래서 이 대표에 맞설 보수 후보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지지율 구도가 출렁일 수 있다. 또 최종 후보가 보수와 진보의 1대 1 대결이 될지, 다자 대결이 될지도 큰 변수다. 2017년 대선 당시 최종 공표 여론조사와 선거 결과를 비교해보면 정치적 격변기에 여론의 유동성이 잘 드러난다.
박경민 기자 |
당시 여론조사 공표 금지 직전에 실시한 6개의 여론조사를 종합하면 문재인 민주당 후보 38~40.8%,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15.7~20%,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16~19.6%, 심상정 정의당 후보 6.7~8.1%,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3.8~6%로 나타났다. 그러나 2017년 5월 9일 실시된 19대 대선의 득표율은 문재인 후보 41.1%, 홍준표 후보 24.0%, 안철수 후보 21.4%, 유승민 후보 6.8%, 심상정 후보 6.2%였다. 다른 후보들은 대략 여론조사 예측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지만 유독 홍준표 후보만 여론조사보다 5% 포인트 이상 올랐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로 보수층이 크게 위축되면서 여론조사에 반영되지 않던 ‘샤이 보수’가 선거 막판에 홍 후보 쪽으로 결집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구원투수 드루킹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017년 5월 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제19대 대통령 선거 마지막 유세에서 딸 문다혜 씨와 손자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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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당시 문재인 후보가 아무 고비 없이 순탄히 승리를 거머쥔 것은 아니다. 박 대통령 탄핵으로 보수 진영이 와해한 상태였지만 여론의 저변에선 반문재인 정서가 계속 꿈틀거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당초 문 후보의 강력한 경쟁자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었다. 국회에서 박 대통령 탄핵소추(2016년 12월 9일)가 이뤄진 시점인 2016년 12월 2주 한국갤럽 조사에서 문 후보와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은 20%로 동률이었다. 하지만 탄핵 이후 문 후보의 지지율은 급속히 상승곡선을 그렸지만, 반 전 총장은 귀국 후 민주당의 집중 견제가 시작되자 허망하게 무너졌다.
반 전 총장이 대선 불출마 선언(2017.2.1)을 하자 반문 표심은 민주당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와 경쟁을 벌이던 안희정 충남지사로 이동했다. 안 지사는 2017년 2월 1주 한국갤럽 조사에서 지지율이 10%에 불과했으나 2월 2주엔 19%로 급상승했고 3주엔 22%(문재인 33%)까지 치솟았다. 민주당 경선(2017.4.3)에서 안 지사가 탈락하자 반문 표심의 바통은 안철수 후보가 이어받았다. 안 후보는 3월 4주까지 10%에 머물렀지만 3월 5주엔 19%로 뛰더니 4월 1주엔 35%(문재인 38%), 4월 2주엔 37%(문재인 40%)로 문 후보의 턱밑까지 쫓아갔다. 이 무렵이 문 후보의 최대 위기였다. 이때 문 후보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게 드루킹이었다. 드루킹 일당은 온라인에서 ‘안철수는 MB 아바타’란 네거티브 공세를 대대적으로 펼쳤고 이게 먹히면서 안 후보의 기세가 확 꺾였다. 거기에서 대선이 사실상 결판이 났다.
당시엔 공식 선거운동 초반부터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후보가 독주하는 바람에 ‘반문재인 연대’ 결성 논의도 활발하지 않았다. 보수 진영이 어차피 연대해봐야 승산이 없다고 보고 포기한 것이다. 하지만 막상 투표함을 열어보니 홍준표·안철수·유승민 세 후보의 득표를 합치면 문 후보보다 훨씬 많았다. 역사에서 가정은 의미 없지만 만약 보수 진영이 이런 결과를 짐작했더라면 ‘반문 연대’ 결성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았을까.
8년 전보다 보수 덜 흔들려
아직 섣부른 얘기긴 하지만 올해 조기 대선이 열릴 경우 ‘샤이 보수’ 현상은 반복될 수 있다. 이번에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이후 여론조사에서 보수의 위축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갤럽 정례조사에서 정당지지율은 지난해 11월 4주(26~28일)에 민주당 33%, 국민의힘 32%였다가 계엄·탄핵 사태를 거치고 난 12월 3주(17~19일)엔 민주당 48%, 국민의힘 24%로 두배 차이로 벌어졌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둔 2017년 3월 서울 광화문에서의 촛불 집회. 김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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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눈여겨볼 점은 보수 정당의 지지율 하락 폭이 2016년 탄핵 정국 때보단 작다는 것이다. 2016년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2017년 2월 자유한국당으로 개명) 지지율은 10월 초까지 30%대를 오르내리다, 10월 중순 국정농단 사태가 본격화하자 폭락하기 시작해 12월 2주에 13%로, 2017년 4월 1주엔 8%까지 떨어졌다.
8년 전보다 보수 진영이 덜 흔들리는 것은 두 가지 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박근혜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은 당에서 입지가 매우 다르다.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 지지층에 미치는 개인적 영향력이 매우 컸다. 박 대통령은 2004년 총선 때 ‘선거의 여왕’으로 등장해 당과 오랫동안 동고동락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순실 사태가 터지면서 박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무너지자 새누리당도 한꺼번에 몰락하고 말았다. 반면 윤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전까지 국민의힘에서 활동한 게 8개월에 불과하며 강고한 개인 지지층이 많지도 않다. 비상계엄도 당과 아무런 상의 없이 추진한 것이다. 그러니 보수층이 윤 대통령의 몰락과 국민의힘을 분리해서 생각할 여지가 있다.
둘째 2017년 대선 당시 보수층의 반문재인 정서보다 지금의 이재명 비토 정서가 더 강하다는 점이다.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것은 윤 대통령에 대한 호감보다 이재명 후보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란 분석이 정설로 통한다. 윤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층이 크게 흔들리고 있긴 하지만 이재명 정권의 등장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위기감이 국민의힘의 붕괴를 막는 구심력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정치적 격변기엔 여론조사가 널뛰기한다. 지금의 여론조사와 몇달 뒤 조사는 크게 다를 수 있다. 만약 올해 조기 대선이 열린다면 보수 진영이 2017년과 달리 ‘반이재명 연합’을 구축할 수 있을지, ‘반명 연합’이 성사될 경우 단일화된 후보가 중도층에 얼마큼 호소력이 있을지가 선거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김정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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