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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 (일)

[백우진의 돈의 세계] 나무 마천루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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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백우진 경제칼럼니스트·글쟁이㈜ 대표


캐나다 밴쿠버에 자리 잡은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에는 18층짜리 목조건물이 있다. 기숙사 브록커먼스는 엘리베이터실과 계단실을 제외한 건물 전체가 목구조 위에 지어졌다. 학생 400여 명이 이곳에서 생활한다. 2017년 준공된 브록커먼스는 세계 최고층 목조건물 자리에 올랐다.

당시 국내에는 이런 고층 목조건물이 지어질 수 없었다. ‘건축물의 구조기준 등에 관한 규칙’ 제9조의 3이 목구조 건축물의 지붕 높이를 18m 이내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이 규칙은 기존 목재가 강도와 내화성이 낮다는 사실을 근거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조림 및 목재 활용 선진국에서 개발된 집성목은 철근콘크리트 못지않게 단단하고 불에 잘 타지 않는다. 브록커먼스 골조의 소재가 집성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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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구조는 철근콘크리트를 대체할 수 있을 뿐더러 만드는 과정에서 탄소가 덜 배출된다. 수명을 다하거나 쓰러진 나무는 탄소를 다시 자연으로 되돌리는 반면 골조로 쓰이는 집성목은 탄소를 길게는 수백 년 저장한다. 이런 장점도 인정받으면서 국내 목구조 건물의 높이 제한이 2020년 폐지됐다.

이에 따라 산림청 산하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은 고층 목조건물을 짓기로 한다. 2022년 대전 관저동에 산림복지종합교육센터(사진)를 착공한다. 본관이 7층으로 국내에서 가장 높고 교육동이 3층인 이 센터가 최근 완공돼 오는 3월 개관을 앞두고 있다. 이 건물에 목재가 1363㎥ 들어갔다. 탄소 약 340t이 여기에 저장됐다.

현재 세계 최고층 목조건물은 미국 밀워키가 보유하고 있다. 25층짜리 주상복합 ‘어센트’로, 2022년 준공됐다. 세계적인 목구조 건설 추세를 고려할 때 이 기록도 몇 년 안에 깨질 듯하다. 국내에도 목구조 고층건물이 속속 들어서기를 기대한다. 도심 콘크리트 숲 곳곳에 나무 마천루가 자라나기를.

백우진 경제칼럼니스트·글쟁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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