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1 (토)

“노래가 쏟아져 내려와”… 한강, 과거 직접 작사·작곡한 음반 보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작가 한강이 2020년 12월 1일 오후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제3회 아시아문학페스티벌 특별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안녕이라 말해본 사람 / 모든 걸 버려본 사람 / 위로받지 못한 사람 / 당신은 그런 사람 / 그러나 살아야 할 시간 살아야 할 시간 / 안녕이라 말했다 해도 / 모든 걸 버렸다 해도 / 위안받지 못 한다 해도 / 당신은 지금 여기 / 이제는 살아야 할 시간 살아야 할 시간 / 이제 일어나 걸을 시간 이제 일어나 걸을 시간 / 누가 내 손을 잡아주오 / 이제 일어나 걸을 시간 / 이제 내 손을 잡고 가요”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이 직접 작사·작곡한 노래 ‘안녕이라 말했다 해도’ 가사 중 일부다.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한강의 과거 흔적들이 재조명되는 가운데, 그가 음반도 낸 사실이 알려졌다. 한강은 음반을 내게 된 배경에 대해 “갑자기 꿈에 어떤 음악이 들려 이를 음반으로 만들게 됐다”고 했다.

한강은 2021년 2월 팟캐스트 플랫폼 ‘팟빵’의 오디오매거진 ‘조용한 생활’이 지난 2021년 2월 공개한 인터뷰에서 “23분짜리 음반을 2006년에 만들었다”고 언급했다.

한강이 음반을 만들게 된 건 2005년 ‘채식주의자’ 3부를 쓰던 때다. 하루는 꿈에서 어떤 음악이 들렸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이상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를 외우고 노래로 만들었다. 한강은 “가락에 노랫말이 붙어 있었다”며 “시(詩)를 만드는 것처럼 문장을 앞뒤로 펼쳐봤더니 노래가 되더라”고 했다.

‘이전에 작곡해 본 경험이 있었냐’는 질문에 한강은 “중학교 3학년 때 피아노를 배우면서 오선지에 곡을 써보고 몇십 년 동안 안 해봤는데, 갑자기 악상이 떠올랐다”고 했다. 이어 “반복하다 보니 또 다음 노래가 떠올랐다”며 “다른 사람과 만나서 얘기하다가도 문득 피아노 선율이 들렸다. 당시에 20곡을 썼다. 노래가 쏟아져 내려왔다”고 했다.

한강은 결국 피아니스트 친구의 도움으로 음반까지 내게 됐다. 한강은 “마침 오래된 녹음기가 있어서 카세트 공테이프로 녹음하고 피아니스트인 친구에게 들려줬다”며 “(친구가) ‘추억을 위해 음반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고 했다.

현재 한강이 작사·작곡한 노래는 유튜브에서도 들을 수 있다. ‘새벽의 노래’ ‘12월 이야기’ ‘안녕이라 말했다 해도’ ‘나무는’ 등이다.

조선일보

한강 산문집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 /비채


이 노래들은 한강이 2007년 펴낸 산문집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 권말부록에도 실렸다. 한강은 산문집 발매 이후 채널 예스와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나를 숨기고 싶었다. 소설을 쓸 때도 나를 지우고 이야기 뒤로 숨었다”며 “그런데 숨을 수 없는 일, 목소리는 굉장히 육체적인 자기다. 그런 일을 하다 보니까 그런 경계가 사라진 것 같다”고 했다.

출판사 비채는 산문집 소개에서 “어려서부터 노래를 좋아한 한강은 음악시간을 좋아했고 리코더 불기를 좋아했다. 피아노를 배우고 싶었지만, 형편이 어려워 학원에 다니지 못하고 십원짜리 종이 건반을 책상에 붙여두고 연주하던 때로 이야기는 거슬러 오른다”며 “딸의 소원을 들어주지 못해 두고두고 한이 되었던 부모님의 권유로 중학교 3학년 때 다닌 피아노학원, 그때 느꼈던 두근거림과 충만함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이어 “그 후로 ‘악기’와는 거리가 멀게 살아왔는데, 지난봄 어느 날 꿈속에서 누군가가 들려준 노래의 선율을 무슨 계시처럼 백지에 계이름으로 적었다. 그 일을 계기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노랫말과 선율을 기록하며 한 곡 두 곡 노래가 만들어졌다”며 “악보를 쓸 줄 몰라 가사를 적고 계이름을 적고 전체 노래를 통째로 외워 녹음해 두는 ‘원시적인’ 방법으로 노래를 만들었다”고 했다. 아울러 “그녀는 말한다.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버리고 싶은 것은 한숨 쉬는 습관, 얻고 싶은 것은 단순함과 지혜, 잃고 싶지 않은 것은 길을 걸으며 노래를 흥얼거리는 버릇이라고”라고 했다.

[박선민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