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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뛰는 것도 아니고 걷는 것도 아닌데 운동이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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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달리기의 새 유행

‘슬로 조깅’을 아십니까

최근 ‘달리는 것도 아니고 안 달리는 것도 아닌 달리기’가 인기다. “세금은 올리지만 증세는 아니다” “따귀는 때렸지만 뺨은 때리지 않았다” 같은 소리냐고? 들어는 봤나, 달팽이 조깅. 느리게 달리는 게 운동이 되나 싶은데 “30kg 감량했다” “땀이 나는데 무릎은 편안하다” 등 효과를 봤다는 간증이 넘친다.

전력 질주나 42.195㎞ 마라톤을 목표로 하는 러닝은 옛말이다. 몸에 무리가 가지 않으면서도 실익은 톡톡히 볼 수 있는 천천히 뛰기가 주목받고 있다. 중장년부터 노년층, 심지어 ‘러닝 크루’로 한강변을 누비던 젊은 층도 슬로 조깅(slow jogging)에 푹 빠졌다는데.

조선일보

일본 '슬로 조깅'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달리는 방법. 허리를 굽히고 뜀박질하듯 달리면 안 되고(왼쪽) 허리를 편 채 좁은 보폭으로 걷듯이 뛰어야 한다.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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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폭은 좁게, 앞꿈치 먼저

‘천천히’ 뛰는 사람이야 과거에도 세계 전역에 있었다. 그러나 현재 인기를 끄는 슬로 조깅은 2009년 일본 후쿠오카대 스포츠과학부 고(故) 다나카 히로아키 명예교수가 고안한 방법을 토대로 한다. 전 일왕 아키히토(91)가 자신의 건강 유지 비결로 슬로 조깅을 꼽으며 유명해졌다.

“그냥 천천히 뛰면 되는 거 아니야?” 싶지만 규칙이 있다. 발뒤꿈치 대신 앞꿈치가 먼저 땅에 닿으면서 보폭 10~20cm 정도로 최대한 좁게 ‘종종종~’ 달린다. 발 앞부분부터 착지하면 달릴 때 체중 부하가 3분의 1로 줄어든다. 평균 속도는 시속 6~7km지만 컨디션에 따라 더 느리게 뛰어도 OK. ‘빨리 걷기’인 경보와는 다르다. 평소 걷는 속도보다 약간 빠르게 ‘뛰는 것’이 포인트다.

등은 곧게 세우고 턱을 들어 앞을 본다. 팔은 앞으로 살짝 들어주되 앞뒤로 크게 흔들지는 않는다. 뛰다 힘들면 걸어도 된다. 이때 “‘싱글벙글 페이스’를 유지하면 좋다”고 다나카 교수는 책에 썼다. ‘웃으며 달릴 수 있을 정도인 지치지 않는 속도’라고 생각하며 뛰는 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저질 체력’도 비만인도

천천히 뛰기의 인기는 세계적이다. 일본 노인이 외국인에게 슬로 조깅을 알려주는 5분짜리 유튜브 영상은 조회수 313만회를 기록했다. 독일 공영방송 ZDF 등은 지난달 “요즘 작은 보폭으로 달리는 ‘슬로 조깅’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고 전했다.

“제대로 뛰겠다”며 영상을 보고 공부까지 하는 장노년층도 늘고 있다. 60대 남성 조모씨는 “딸이 알려줬다”며 “운동 효과를 보기 위해선 정확한 방법을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젊은 층에서도 의외로 인기다. 한 30대 남성은 “‘저질 체력’ 직장인이라 요즘 유행하는 러닝은 엄두도 못 냈는데 덕분에 달리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특히 비만인 사이에서 화제다. 체중이 많이 나가면 달릴 때 무릎 관절과 연골에 무리가 가는데 슬로 조깅은 부담이 적기 때문이라고. 20대와 50대가 함께 조깅을 배우는 국내 유튜브 영상에는 “천천히 달리기로 110kg에서 85kg까지 살을 뺐다” “25분간 했는데 무리는 없고 땀은 많이 난다. 살 빠지겠다” 등의 댓글이 달린다.

한국슬로우조깅협회가 부산에서 매주 여는 ‘일요 슬로우 조깅 교실’ 등에도 최근 문의가 늘고 있다. 10대부터 70대까지 모여 공원 일대를 시속 5km로 1시간 남짓 달린다. “조금 더 힘내서 뛰세요”는 없다. 슬로 조깅 강사는 뛰는 내내 “속도를 늦추라”고 말한단다.

◇지방 감소, 근육 개선

효과는 어떨까. 후쿠오카대 운동생리학 연구팀은 평균 나이 70.8세 노인 81명을 대상으로 12주간 슬로 조깅을 실험한 논문을 발표했다. 피하 지방과 근육 지방은 감소했고, 근육 기능은 개선됐다. 특히 앉은 자세에서 일어서는 능력이 향상됐다. “초속 2m로 천천히 달리면 빨리 걸을 때(경보)보다 덜 피곤하고 지구력을 높여 준다”는 노스캐롤라이나대 연구 결과가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에 실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슬로 조깅이 최근 “천천히 달리는 법”이라며 유행인 ‘존(ZONE) 2 러닝’과 유사하다고 말한다. 부상 위험이 낮으면서도 비만이거나 심폐 기능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 권장된다. 달리는 속도는 최대 심박수를 기준으로 존 1~5로 나뉘는데, 그중 존 2인 최대 심박수의 60~70% 수준으로 달린다는 의미. 예를 들어 30세면 ‘220-30=190′이 최대 심박수로, 존 2는 190의 60~70%인 114~133 정도다.

다만 당뇨 합병증 환자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 전동근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교수는 “슬로 조깅은 몸에 부담이 가지 않아 고령자에게 적합한 유산소운동”이라며 “당뇨 환자는 감각 저하로 발가락 염증 등을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어 러닝보다 수영이나 자전거를 권한다”고 했다.

[조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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